국내 배달앱 시장 점유율 2위(약 20%)인 ‘요기요’의 매각 절차에 묘한 기류가 감지된다. ‘파는 쪽이나 사는 쪽이나 성에 차지 않는 매각협상’이 진행되면서 당초 예상보다 매각 가격이 낮아질 수 있다는 전망이 흘러나온다.

요기요는 지난 4일 예비입찰을 마치고 현재 적격 인수대상자(쇼트리스트) 선정작업이 진행 중이다. 신세계그룹(SSG닷컴), 숙박 및 여행 관련 예약업체 야놀자, 사모펀드(PEF) MBK파트너스·CVC캐피탈·퍼미라·베인캐피탈 등 최소 7~8곳이 예비입찰에 참여한 상태다. 요기요의 최대주주인 독일 딜리버리히어로와 매각주관사 모건스탠리는 이르면 이번 주에 적격 인수후보자를 결정할 예정이다.

하지만 다수 업체의 입찰 참여에도 불구하고 실제 완주할 업체는 많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요기요의 독특한 매각 조건 때문이다. 요기요의 매각은 딜리버리히어로가 1위 배달앱 배달의민족을 인수해 시장지배적 지위가 되면서 시작됐다. 공정거래위가 독과점 해소를 명령하면서 시작된 비자발적 매각인 셈이다. 매각에 앞서 딜리버리히어로 측은 잠재경쟁자가 될 수 있는 네이버 카카오 쿠팡 등은 처음부터 배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배달의민족을 위협할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 기업은 원천 배제하고 시작한 매각협상인 셈이다.

더 큰 문제는 배달앱의 핵심인 정보기술(IT) 솔루션을 쓰게 할지 여부도 아직 정하지 않은 것이다. 요기요는 독일 딜리버리히어로에 사용료를 내고 IT 솔루션을 사용하고 있다. 배달 플랫폼 사업에서 배달원을 배차하고 음식점을 배열하며 빅데이터를 통해 타깃 소비자를 적시에 공략하는 IT솔루션은 핵심 경쟁력이다. 한 인수 후보 측 관계자는 “IT 솔루션을 못 쓰면 처음부터 개발해야 해 창업에 준하는 비용이 소요되고, 딜리버리히어로의 IT 솔루션을 계속 쓰면 요기요 주문 정보를 실시간으로 경쟁사(배달의민족)에 전달하는 꼴이 된다”고 말했다.

요기요를 파는 매각 측도 고민이 적지 않다. 잠재 경쟁 업체들은 예비입찰에서 배제했지만 PEF 등이 인수한 뒤 국내 온라인플랫폼 기업에 되파는 것은 통제할 수 없어서다. 이 같은 제약 조건 때문에 실제 매각 가격은 당초 거론된 2조원을 밑돌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점쳐진다.

차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