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와 기아가 전기차 배터리의 남는 전기를 건물과 전력망(그리드)에까지 공급하는 기술 개발에 나선다.

현대차·기아, 현대캐피탈은 7일 제주도와 ‘업무용 차량 V2G(vehicle to grid) 시범사업 업무협약’을 맺었다. 각사는 제주도와 함께 업무용 전기차의 배터리 전력을 도(道)청사 건물에 공급하는 ‘V2B’ 실증에 나선다. 실증 이후에는 전기차의 남는 전기를 전력망에까지 제공하는 ‘V2G’ 상용화도 추진할 계획이다. 고용량 배터리를 탑재한 움직이는 에너지저장장치(ESS)인 전기차를 건물, 전력망의 에너지 공급원으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현대차·기아는 전기차 아이오닉 5와 EV6에 적용된 ‘V2L’ 기능을 기반으로 새로운 전력보조 서비스를 추진하기로 했다. V2L은 일반 가정에서 사용하는 것보다 높은 3.6㎾의 소비전력을 제공해 캠핑 장소 등 외부에서 가전제품, 전자기기 등을 사용할 수 있게 해준다. 3.6㎾는 55인치 TV를 동시에 최대 70대까지 작동할 수 있다는 전력이다. 17평형 에어컨과 55인치 TV는 동시에 24시간 사용할 수 있다.

현대차·기아는 이번 사업을 통해 검증된 기술을 바탕으로 전기차 배터리의 남는 전력을 건물에 공급하고 전력망 안정화에도 기여하겠다는 계획이다.

중장기적으로 전력 판매까지 가능해지면 전기차 차주는 차량 배터리에 남은 전기를 전력망에 공급해 신규 수익을 얻을 수도 있다. 전력 사용량이 적은 시간대에 배터리를 충전해 사용량이 많은 시간대에 판매하는 방식이다.

현대캐피탈은 전기차 및 충전기 리스 사업을 확장한다. 제주도는 아이오닉 5 관용차를 활용해 청사 전력요금을 최적화하기로 했다.

김흥수 현대차·기아 전무는 “전기차가 이동수단뿐 아니라 전력망에 전력을 공급하고, 차주에게 수익 창출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특히 재생에너지 비율이 높은 제주도에서는 V2G가 전력 수급 보조장치로 활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제주도청에서 열린 체결식에는 최승현 제주도 행정부지사, 김 전무(EV사업부장), 심장수 현대캐피탈 본부장 등이 참석했다.

김일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