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에 치우친 연구개발(R&D) 지원정책이 국내 기업 경쟁력 제고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경제연구원은 2000년 이후 민간 기업 R&D 투자 연평균 증가율을 5년 단위로 비교한 결과를 6일 발표했다. 2000∼2004년엔 연평균 14.9%의 증가율을 보였지만 2015~2019년엔 이 비율이 7.5%까지 급락했다. 대기업의 R&D 투자 증가세가 둔화된 영향이다.

한경연은 선진국에 비해 대기업 R&D 투자에 대한 정부 지원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국내 대기업이 R&D 투자를 통해 받은 세액공제, 세제 감면 등의 혜택은 전체 R&D 투자액의 2%였다. 미국 일본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주요 5개국 기업들이 자국 정부로부터 R&D 투자액의 19%를 지원받은 것과 대조적이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중소기업의 R&D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율은 25%에 이르지만 대기업은 2% 이하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업계에서는 지원이 시급한 업종으로 반도체를 꼽는다. 전국경제인연합회와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는 최근 반도체산업 전문가 100명을 대상으로 한국 기업의 경쟁력에 대한 설문조사를 했다. 가장 앞선 나라의 수준을 100으로 놓고 한국 기업의 경쟁력을 비교한 결과 인공지능(AI) 반도체 소프트웨어(56), AI 반도체 설계(56), 차량용 반도체 설계(59) 등은 60에도 미치지 못했다. 장비(60)와 부품(63), 소재(65) 같은 반도체 후방산업의 경쟁력도 상대적으로 낮다는 응답이 많았다.

전경련 관계자는 “반도체 제조시설과 R&D 투자에 대해 세액공제를 확대하는 등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송형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