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 집행부 무능"…르노삼성 노조 '전면파업'에도 80% 출근
르노삼성자동차가 부산공장에 대해 ‘부분 직장폐쇄’를 단행한 지난 4일. 임직원 1900명 중 1500명이 정상 출근해 차량을 생산했다. 회사가 근무를 원하는 직원에게만 문을 열어 준 것인데, 직원의 80%가량이 출근한 것이다.

르노삼성 노조원들이 처음부터 박종규 노조위원장이 이끄는 집행부에 등을 돌린 것은 아니다. 2018년 12월 그들 손으로 뽑은 박 위원장이 전례 없는 파업을 주도하자 기꺼이 동참했다. 2019년 초까지 파업 참가율은 80~90%에 달했다. 강하게 투쟁해야 더 얻을 것이 생긴다는 집행부의 설득이 먹혔다.

분위기가 바뀐 것은 지난해부터다. ‘파업의 대가가 무엇이냐’는 비판론이 제기됐다. 한 노조원은 “파업만 일삼는 집행부의 무능이 회사를 존폐 위기로 내몰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노조원은 “경영진에 대한 불만은 있지만 회사가 없어지는 것보단 낫다”고 말했다.

르노삼성은 박 위원장이 들어서기 전인 2015년부터 2017년까지 3년 연속 무분규 사업장이었다. 그러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금속노조 출신인 박 위원장이 당선되면서 강성 투쟁 사업장이 됐다. 2018년 12월부터 올 5월까지 총 파업시간은 673시간에 달했다. 연평균 270시간의 파업으로 인한 생산 손실은 매년 3500억원에 이른다.

직원들의 우려에도 강성 집행부는 투쟁 일변도다. 4일 회사가 부분 직장폐쇄를 결정하자 곧바로 2020년도 임금·단체협상 요구안을 받아들일 때까지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하기로 했다.

노조 집행부는 기본급 7만1687원 인상과 격려금 700만원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지만 르노삼성이 그럴 처지인지 의문이다. 르노삼성의 지난해 판매 대수와 생산 물량은 모두 16년 만의 최저 수준에 머물렀다. 영업손실은 797억원으로, 8년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프랑스 르노 본사는 르노삼성이 생산하는 XM3(유럽명 뉴 아르카나)를 유럽에서 판매하기로 했다. 뉴 아르카나가 성공하려면 초도 물량을 제때 인도하는 것이 관건이다. 도미닉 시뇨라 르노삼성 사장은 4일 직원들에게 “두 번의 기회가 올 것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 말의 의미를 노조 집행부만 모르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