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만사(人事萬事).’ “좋은 인재를 알맞은 자리에 써야 모든 일이 잘 풀린다”는 뜻이다. 한국 기업은 인사만사를 핵심 경영철학으로 삼고 인재경영에 힘써 왔다.과거 ‘제조업’ 중심 산업 트렌드가 ‘지식산업’ 중심으로 변화하면서 인재 육성과 전문가 영입에 대한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인재가 기업 경쟁력의 전부”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국내 주요 기업들은 인공지능(AI) 관련 해외 석학 영입, 디지털 전문 인력 집중 육성, 공채 폐지 및 수시 채용 등을 통해 인재경영 고도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외국계 기업에서 S급 인재 유치최근 기업이 가장 공들이고 있는 인재는 ‘디지털 전문가’다. 현대자동차·기아는 외부 인재 영입에 적극적이다. 지난달 글로벌 모빌리티 서비스 전략 수립에서 기획·개발·운영까지 모빌리티 기능을 총괄하는 ‘TaaS본부’를 신설하고, 본부장(사장)에 네이버 최고기술책임자(CTO) 출신인 송창현 포티투닷 대표를 영입했다.송 사장은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에서 소프트웨어 개발 경험을 쌓은 경영자다. 2008년 네이버에 합류해 네이버 CTO와 네이버랩스 최고경영자(CEO)를 지냈다. 2019년에는 모빌리티 서비스 스타트업인 포티투닷을 창업해 도심형 모빌리티 통합 플랫폼 개발과 자율주행 기술 개발을 주도해왔다.LG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최근 외부에서 영입한 임원 중 30% 이상이 디지털 전환(DX)과 인공지능(AI) 관련 인력일 정도다. LG CNS의 최고전략책임자(CSO)로 지난해 7월 합류한 윤형봉 부사장이 대표 사례로 꼽힌다. 지난해 합류한 이석우 LG전자 전무는 해외에서 LG그룹의 디지털 전환을 돕고 있다. ○사내 창업 후 독립도 허용외부 영입만큼이나 기업은 ‘기존 인력 육성’에도 주력하고 있다. 삼성이 가장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직원을 해외 현장으로 1년 이상 보내 전문성을 쌓게 하는 삼성전자의 ‘지역전문가’ 제도가 대표적이다. 지역전문가로 선발되면 해외에 파견돼 1년 이상 아무 조건 없이 현지 문화와 언어를 익히는 데 전념할 수 있다. 현지 인력과의 네트워킹을 통해 스스로 전문성을 쌓는 구조다.사내벤처 육성도 주요 트렌드다. LG전자는 ‘LGE 어드벤처’ 제도를 지난해부터 적극 시행 중이다. LG전자는 지난해 9월 이 프로그램을 시작해 아이디어 250건을 접수했다. 이 중 2개 아이디어를 최종 선발해 키우고 있다.LG전자의 ‘벤처 바람’은 구광모 LG 회장의 경영 방침에서 비롯했다. 구 회장은 올초 신년사에서 “기존의 틀과 방식을 넘는 새로운 시도가 작지만 중요한 차이를 만들고, 비로소 고객 감동을 완성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서울 마곡동 LG사이언스파크를 방문했을 때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과감하게 도전하지 않는 것이 실패”라며 “과감한 도전 문화를 만들어 달라”고 주문했다.삼성전자는 2012년 ‘창의적 조직문화 확산’을 위해 C랩을 도입했다. C랩 과제에 참여하는 임직원은 1년간 현업에서 벗어나 독립된 근무 공간에서 스타트업처럼 근무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사내 우수 아이디어가 사장되지 않고 스타트업 환경에서 커 나갈 수 있도록 2015년 8월부터 C랩의 스타트업 독립을 지원하고 있다. 분사 후 5년 내 희망 시 재입사가 가능하다.SK는 외부 인재 육성 프로그램을 운용 중이다. 대학생 대상 ‘SKT AI 펠로우십’이 대표적이다. 2019년 시작된 이 프로그램은 대학생이 실제 기업에서 근무하는 개발자의 현실적인 피드백을 통해 AI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다. ○직무 중심 상시 공채로 전환현대차·기아는 2019년부터 본사 인사 부문이 일반직·연구직 대졸 신입사원 채용을 관리하는 ‘정기 공개채용’을 각 현업 부문이 필요한 인재를 직접 선발하는 직무 중심의 ‘상시 공개채용’으로 전환했다. 상·하반기 1회씩, 연 2회 고정된 시점에 진행하는 기존 채용 방식으로는 제조업과 정보통신기술(ICT)이 융복합하는 미래 산업환경에 맞는 인재를 적기에 확보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기존 정기 공채는 필요 인력 규모를 사전에 예상해 정해진 시점에 일괄 채용하기 때문에 신입사원이 배치될 시점에는 경영환경 변화에 적합한 인력이 부족한 경우가 있었다. 반면 상시 공채는 부문별 인력이 필요한 시점에 연중 진행돼 이런 문제를 줄일 수 있다.다양한 경력을 가진 직원이 섞여 근무하는 만큼 기업은 사내 커뮤니케이션에도 적극적이다. 특히 MZ세대(밀레니얼+Z세대, 1980~1990년대생) 직원과의 소통에 힘쓰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부터 ‘CEO VOE(Voice of Employee)’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CEO와 직원이 한 달에 두 번 화상회의를 통해 만나 사내 주요 이슈에 대한 직원 의견을 듣는다.MZ세대로 구성된 별도 위원회를 구성한 계열사도 많다. LG전자 ‘주니어보드’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삼성전자도 밀레니얼 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위원회에서 나온 의견은 회사의 비전·제품·디자인에 적용한다.또 밀레니얼 세대가 경영진에게 밀레니얼 문화와 트렌드를 공유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안하는 ‘리버스 멘토링’ 프로그램도 운영한다.황정수 기자
“인재 육성과 기술 우위 확보를 경영의 원칙으로 삼는다.”삼성전자 경영의 궁극적인 목표는 ‘인류사회 공헌’이다. 이를 달성하기 위한 첫 번째 경영철학이 ‘인재경영’이다. 삼성전자는 경영철학 소개글을 통해 “인재와 기술의 조화를 통하여 경영 전반의 시너지 효과를 증대한다”고 설명한다. ○해외 파견으로 직원 전문성 높여삼성전자 인재경영의 시작은 ‘내부 직원 육성’이다. 직원들을 해외 현장으로 1년 이상 보내 전문성을 쌓게 하는 파견제도가 삼성전자가 자랑하는 대표적인 인재 육성 제도다. 지역전문가는 1990년 도입돼 30년 넘은 제도다. 삼성의 글로벌 시장 개척과 인재 양성 의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인력 양성 프로그램으로 평가된다.지역전문가로 선발되면 해당 지역에 파견돼 1년 이상 아무 조건 없이 현지 문화와 언어를 익히는 데 전념할 수 있다. 현지 인력들과의 네트워킹을 통해 전문성을 쌓는 프로그램이다. 지역전문가는 모든 연수와 문화 체험 등의 일정을 스스로 짠다. 이런 과정을 통해 현지 문화와 정서, 일하는 방식 등을 자연스럽게 터득할 수 있다는 게 삼성전자의 설명이다.지역전문가 제도와 병행해 삼성전자는 2005년부터 현장전문가 제도를 도입했다. 현장전문가는 주재원으로 바로 파견할 수 있는 우수 인력을 선발해 해외 법인에 6개월에서 1년까지 근무하도록 하는 제도다. 지역전문가와 비슷한 형태지만 법인에 파견돼 업무를 수행하며 현지 언어를 학습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사내벤처 독립도 적극 지원직원들의 창업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사내벤처 프로그램 C랩(Creative Lab)도 삼성전자 인재경영의 주요 사례로 꼽힌다. C랩은 삼성전자가 창의적 조직문화 확산을 위해 2012년 도입했다. 임직원에게 창업 아이디어를 직접 구현할 기회를 제공한다.C랩 과제에 참여하는 임직원은 1년간 현업에서 벗어나 독립된 근무공간에서 스타트업처럼 일할 수 있다. 자율성은 최대한 보장한다. 팀 구성, 예산 활용, 일정 관리 등 과제 운영에 대해 팀 내에서 자율적으로 운영한다. 직급과 호칭, 근태관리에 구애받지 않는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프로젝트가 종료된 후 현업에서도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발산하고 과감히 도전하는 창의적인 조직문화의 확산이 기대된다”고 설명했다.삼성전자는 사내 우수 아이디어가 사장되지 않고 스타트업 환경에서 커나갈 수 있도록 2015년 8월부터 C랩의 스타트업 독립을 지원하고 있다. 분사 후 5년 내 희망 시 재입사가 가능하다. ○임직원 정신건강 관리에도 주력삼성은 선대 회장 때부터 ‘일하기 좋은 환경’ 조성을 통해 임직원의 생산성을 높이는 데 주력했다.유연근무제가 대표적인 사례다. 삼성전자는 2018년 7월부터 개발과 사무직 대상으로 하는 주 단위 자율출퇴근제를 확대 적용했다. 월간 기준 선택적근로시간제와 직원에게 근무 재량을 부여하는 재량근로제 도입이 핵심이다. 근로시간의 자율성을 확대해 임직원이 일과 삶의 균형을 이루게 하고 효율적인 근무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서다.삼성전자는 임직원의 정신건강 강화와 스트레스 해소 목적으로 사내 14개 전문상담센터와 8개 마음건강클리닉을 운영하고 있다. 상담센터는 공인 자격증을 보유한 상담사들로 구성된 전문 상담기관이다. 마음건강클리닉은 정신과 전문의가 상주하는 의료기관으로 직장생활, 부부, 자녀, 대인관계, 고충 상담 등 다양한 주제로 1 대 1 상담과 치료를 제공한다.직원 간 활발한 소통도 최근 장려하고 있다. 밀레니얼위원회가 대표적이다. 밀레니얼 세대와 소통하고, 위원회에서 도출된 의견은 회사의 비전, 제품, 디자인에 적용한다.또 밀레니얼 세대가 경영진에게 밀레니얼 문화와 트렌드를 공유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안하는 ‘리버스 멘토링’ 프로그램도 운영한다.황정수 기자
삼성전자가 올해 여름 공개할 것으로 전망되는 폴더블(접는) 스마트폰 신제품으로 추정되는 기기 2종이 온라인상에서 유출됐다. 유출본대로 신제품이 출시된다면 ‘폴더블폰 대중화’를 목표로 삼은 삼성전자가 최신 기술을 대거 탑재한 ‘궁극의 폴더블폰’이 될 전망이다.2일(현지시간) IT(정보통신) 매체 샘모바일은 삼성전자가 갤럭시Z폴드3, 갤럭시Z플립3 출시를 앞두고 주요 글로벌 거래선(통신사)에게 전달하기 위한 프레젠테이션에서 유출된 것으로 보이는 영상 캡처본을 공유했다.샘모바일이 공개한 갤럭시Z폴드3로 추정되는 기기의 사진을 보면 일단 메인(내부) 스크린에 카메라 구멍이 없는 것으로 확인된다. 내부 화면에 카메라 렌즈를 숨기는 ‘언더디스플레이카메라(UDC)’ 기술이 폴더블폰 최초로, 갤럭시 시리즈 중 최초로 장착된 것이다. 외관상으론 제품 전면에 카메라가 보이지 않지만, 카메라를 실행하면 기존처럼 사진 촬영을 할 수 있는 기술이다.UDC 기술은 렌즈가 디스플레이 아래에 있기 때문에 사진 촬영 시 필요한 빛 확보 등의 이유로 구현하기 어려운 고난도 기술로 알려져 있다. 제조사들이 그간 스마트폰 전면 디스플레이 상단 화면 일부를 움푹 파내는 ‘노치’ 디자인을 채택하거나, 화면에 구멍을 뚫는 ‘펀치 홀’ 디자인을 채택한 이유다. 과거 ZTE를 비롯한 일부 중국 업체들이 UDC 기술이 탑재된 제품 및 시제품을 내놓은 적은 있지만, 화질 저하 등의 이유로 시장의 혹평을 받은 바 있다.유출본대로 갤럭시Z폴드3에 UDC 기술이 채택된다면 태블릿처럼 대화면을 장점으로 내세우는 폴더블폰을 시각적으로 걸리적거리는 부분이 없는 ‘풀스크린’으로 이용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해당 사진에서 삼성전자는 “(이 제품은) 화면 아래 카메라가 탑재된 첫 번째 폴더블폰”이라고 설명하고 있다.갤럭시Z폴드3에는 폴더블폰 제품군 중 처음으로 S펜(스타일러스 펜) 기능도 지원할 것으로 관측된다. 신제품을 위한 새로운 하이브리드 S펜도 출시될 것으로 보인다. 디스플레이 소재로는 플라스틱이 아닌 내구성을 끌어올린 UTG(초박형 강화유리)가 채택돼 필기로 인한 손상을 줄여줄 전망이다. 다만 IT업계에선 갤럭시Z폴드3에 ‘갤럭시 노트’ 시리즈처럼 S펜을 별도로 내장하는 공간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클램셸’(조개껍데기) 디자인을 갖춘 갤럭시Z플립3으로 추정되는 사진도 공개됐다. 갤럭시Z플립3은 전작처럼 위아래로 접는 디자인을 유지하되 외부 화면(커버 디스플레이)과 카메라 하우징 등으로 디자인에 변화를 줬다. 그간 작은 화면으로 가용성이 떨어졌던 커버 디스플레이의 화면을 크게 키워 제품을 닫은 상태에서도 메시지 확인이나 셀피 촬영 등에 도움을 줄 전망이다. 제품 전면부의 색상 역시 단색에서 투톤 컬러로 바뀌었다.한편 업계는 삼성전자가 오는 7월 신제품 공개행사인 ‘갤럭시 언팩’을 열고 두 제품을 공개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하반기를 시작으로 폴더블폰 대중화를 이뤄내겠다는 목표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폴더블폰 글로벌 출하량은 올해 560만대에서 내년 1720만대로 3배 이상 성장할 전망이다.삼성전자는 지난달 29일 올해 1분기 실적 발표 이후 진행된 컨퍼런스콜(전화회의)에서 “2021년은 Z폴드, Z플립 라인업으로 폴더블 대세화, 대중화를 적극 추진하겠다”며 “Z폴드는 대화면과 엔터테인먼트 경험, 생산성 등을 바탕으로 프리미엄으로 포지셔닝하고 Z플립은 스타일리시한 디자인과 사용성 개선으로 밀레니얼과 여성 수요를 충족시킬 것”이라고 말했다.폴더블폰 신제품에 대해서 삼성전자는 “구체적으로 말하긴 어렵지만, VOC(고객의 소리)를 반영해 전작 대비 제품 기능과 폼팩터를 개선할 것이다”며 “글로벌 파트너와의 전략적 협업을 통해 폴더블 에코시스템을 강화하는 등 제품 완성도와 고객 경험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배성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