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 말도 하겠네"…강아지 돌보는 '로봇청소기' 나왔다 [이수빈의 가전탐구]
AI·자율주행 기술로 똑똑해져 공간과 사물 구분
강아지 짖으면 노래 재생하고, 안심시키기도
이들의 공통점은 공간인식과 사물인식 기능이 미흡해 빚어진 해프닝이라는 데 있다. 한 전자업계 관계자는 "사물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기에 동물의 변이나 사람 머리카락도 흡입하고, 집의 경계가 어디인지 알지 못해 밖으로 이동하는 것"이라며 "사실 그동안 로봇청소기가 로봇보다는 청소기에 더 가까웠다"고 설명했다.
마산 사건이 일어난 뒤로 6년 가까이 흐른 지금 로봇청소기는 얼마나 발전했을까. 지난달 27일 삼성전자가 서울 논현동 삼성 디지털프라자 강남본점에서 진행한 '삼성 제트봇 AI' 소개행사에서 기술의 발전을 엿볼 수 있었다. 제품명에도 들어있듯 AI기술이 대폭 강화된 제품이다. 그동안 로봇청소기는 높이가 낮은 사물은 장애물로 인식하지 못했다. 얇은 천이나 전선 까지 흡입하지 않고 피해가도록 프로그래밍하면 바닥에 떨어진 먼지와 오염물질을 청소하는 데 지장이 생기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100만건 이상의 이미지를 로봇청소기에 학습시키는 방식으로 이런 문제를 해결했다. 똑같이 높이가 낮아도 밀가루 더미는 청소하고, 양말은 피해갈 수 있는 이유다. 양혜순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상무는 "전선에 칭칭 감기거나, 식탁 밑에서 우왕좌왕하다 전원이 꺼지는 등의 기술적 한계를 극복했다"고 강조했다. 곧이어 보여진 시연에서 제트봇 AI는 집안을 청소하다 양말을 맞닥뜨리자 이를 우회해서 지나갔다. 삼성 스마트싱스 앱에서는 '88%의 확률로 양말'이라는 정보가 떴다. 전선 앞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옆으로 피해서 돌아갔다. 이처럼 인식할 수 있는 사물 가짓수가 100만건에 달한다는 게 삼성전자 측 설명이다. 사용하면서 추가로 정보를 학습시켜 인식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 카메라와 센서를 통해 공간을 3차원으로 인식하는 것도 특징이다. 청소기를 처음 작동한 뒤 집안을 탐색시키면 집의 면적, 방 갯수부터 가구와 전자제품까지 정보로 저장한다. 이후 사용자가 "TV 주변 청소해줘" "침실 청소해줘" 등 구체적인 장소를 언급하면 그곳으로 이동해 청소한다. 집밖을 나가거나 엘리베이터로 향할 걱정도 없다.
청소가 끝나면 스스로 청정 스테이션으로 돌아간다. 이 때 자율주행 기술인 라이다를 활용해 최적의 경로를 찾아간다. 청정 스테이션 앞에 도착하면 방향을 돌린 뒤 후진해 제 자리에 안착한다.
한 가지 더 눈에 띄는 대목은 반려동물 돌보미 기능이었다. 사용자가 집을 비웠을 때 남겨진 반려견이 잘 지내는지 제트봇 AI에 탑재된 카메라를 통해 볼 수 있다. 반려견이 큰 소리로 짖으면 이를 인식해 사용자에게 알려주는 기능도 있다. 반려동물이 불안해하거나 기분이 좋지 않으면 제트봇 AI에게 음악을 틀어주라고 시킬 수도 있다. 반려동물 앱 '아지냥이'와 함께 제작한 플레이 리스트가 제공된다. 반려동물이 로봇청소기를 경계하거나 두려워한다면 스마트싱스 펫케어 페이지에 들어가면 된다. 반려동물이 로봇청소기에 친숙해지도록 훈련시킬 수 있는 방법이 영상으로 올라와있다. 수의사 설채현씨와 협업해 제작한 반려동물 케어 영상도 볼 수 있다.
로봇청소기에 AI와 자율주행 기술을 접목시킨 기업은 삼성전자 뿐 아니다. 중국의 에코백스, 샤오미 등 제품에도 AI와 라이다 기술이 들어갔다. 불과 2년 만에 로봇청소기가 청소기에서 로봇이 됐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날 행사에서 삼성전자 측은 "언젠가는 양말을 피해갈 뿐 아니라 직접 양말을 다른 곳으로 치워주는 기술이 탑재될지 모른다"며 "홈 로봇시대가 성큼 다가왔다"고 내다봤다.
이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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