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은 2일 첫 조건부 지분 인수계약(SAFE) 방식으로 필터 제조 스타트업인 씨에이랩에 투자했다고 발표했다. 씨에이랩은 공기질 예측 시뮬레이션 프로그램과 필터 설계 기술을 갖고 있는 환기·청정 제품 개발 업체다. 실내에 떠다니는 박테리아를 제거하는 환기구 필터와 미세먼지 차단 전자식 마스크 등을 생산한다.

기업은행, 첫 SAFE 투자는 '공기 필터 회사'
SAFE는 기업 가치 산정이 어려운 초기 기업에 투자하기 위해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개발된 투자법이다. 벤처캐피털(VC) 등 금융회사가 스타트업에 일단 돈을 넣은 뒤 지분율을 얼마로 할지는 나중에 정하는 게 핵심이다. 기업이 후속 투자를 받을 때 산정되는 기업 가치에 따라 과거 SAFE 투자자의 지분율이 결정된다. 지난해 8월 벤처투자촉진법이 개정되면서 국내에도 도입됐다.

씨에이랩은 올 상반기 기업은행의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인 ‘IBK창공’ 대상 기업(부산 3기)으로 선발돼 지원을 받고 있다. 기업은행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스타트업에 투자와 대출 등 금융 지원과 멘토링, 컨설팅, 기업설명회(IR) 기회 등을 제공한다. 2017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지원받은 스타트업만 243곳에 달한다.

스타트업에 투자할 때 많이 사용되는 전환사채(CB)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메자닌 기법은 주식으로 전환될 때까지 해당 기업이 이자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SAFE 방식은 기본적으로 지분 투자이므로 이 같은 비용이 발생하지 않는 장점이 있다. 창업자로서도 사업 초기 투자 유치로 지분이 과도하게 희석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투자자 역시 투자 검토 및 집행에 이르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짧기 때문에 투자자와 창업자에게 모두 유리하다는 설명이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투자자로서도 초기 기업 가치를 정확하게 산정해야 한다는 부담을 크게 덜 수 있다”고 말했다. 기업은행은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에 SAFE 방식의 투자를 늘릴 방침이다.

관련법 개정 이후 은행권에서 SAFE 방식의 벤처 투자는 이번이 두 번째다. 앞서 산업은행은 지난해 말 반려동물 관련 스타트업인 아크에 이 방식으로 국내 첫 투자를 단행했다.

김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