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관련 상속세 제대로 알기

종교단체·학교·의료법인…
법에서 정한 곳만 면제

다른 곳에 기부하고
5년 이내 사망하면
자녀들이 상속세 내야

직원들에 주식 나눠줬다가
세금 부담에 회사 팔기도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의 유산 중 60%가 기부와 세금 등으로 사회에 환원되면서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미술품 기부가 특히 눈길을 끌었지만 의료 분야에 대한 1조원의 기부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극복 등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앞서 김범수 카카오 의장,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의 대규모 사회공헌과 함께 기부 문화를 한국 사회에 확산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이 같은 사회공헌을 계획하는 와중에도 잊어서는 안 되는 것이 세금 문제다. 인생의 막바지에 선의로 한 기부가 후손들에게 의도치 않은 상속세 폭탄으로 돌아올 수 있어서다.
"좋은일 한다고 통큰 기부했다간…" 자녀들 '부메랑' 맞을수도

42억원 기부에 13억원 상속세 폭탄
백범 김구 선생의 차남인 김신 전 공군 참모총장의 기부로 13억원에 달하는 상속세를 내게 된 자손들이 대표적인 예다. 2016년 5월 별세한 김 전 총장은 직전까지 42억원을 미국 하버드대와 브라운대, 대만 타이완대 등에 기부했다. 한국학 강좌 개설과 장학금 지급 등에 써달라는 취지였다.

본인은 물론 국가적으로도 뜻깊은 일이었지만 2년여가 지난 2018년 10월 국세청은 김 전 총장의 자녀들에게 해당 기부금과 관련해 증여세 및 상속세 27억원을 납부할 것을 요구했다. 좋은 뜻으로 기부했지만, 이로 인해 자녀들이 구경도 하지 못한 돈에 대해 상속세를 내게 된 것이다. 자녀들은 부당함을 호소했지만 조세심판원은 27억원의 절반이 조금 넘는 14억원을 깎아주고 13억원은 내도록 결정했다.

불합리해 보이는 과세당국의 상속세 부과 근거는 상속증여세법 13조에 있다. 해당 법안에서 상속인이 아닌 제3자에게 준 재산이라도 상속인들이 여기에 대한 상속세를 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어서다. 상속개시일(피상속인 사망일) 기준 5년 이내에 증여한 재산에 대해서다. 배우자 및 자녀 등 상속인에게 증여한 재산에 대한 상속세 부과가 10년 전까지 소급하는 것과 비교해서는 절반 정도 짧다.

쉽게 말하면 A씨가 특정 단체에 일정액을 기부한 지 5년 이내에 사망했다면 해당 금액은 세법상 A씨 가족이 내야 할 상속재산에 합산돼 산정된다는 것이다. 공제액 이하를 상속받아 상속세를 낼 필요가 없었던 가족들이 상속세를 내게 되거나, 기존 상속세에 추가해 납부해야 할 수도 있다. 기획재정부는 “현행 법은 실제론 자녀에게 상속하지만 제3자에 대한 증여 형식을 빌려 세금을 줄이는 경우를 방지하고자 하는 목적을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상속세 비가산 여부 숙지해야
기부하는 이들이 모두 상속 부담을 가족에게 남기는 것은 아니다. 이건희 회장의 의료계 기부금 1조원에 따른 상속세 납부는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상속증여세법 16조에서 상속세 산입 대상에 포함하지 않는 기부 요건을 규정하고 있어서다. ‘종교·자선·학술 관련 사업 등 공익성을 고려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업을 하는 공익법인 등에 출연한 재산은 상속세 과세가액에 포함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내용은 상속증여세법 시행령 12조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교회와 절 등 종교단체 및 초·중·고등학교, 의료법에 따른 의료법인 등 상속세 면제가 가능한 기부 단체를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제3자 증여에 따른 상속세 부과는 단순한 기부 외에도 폭넓게 적용되고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중견 제조업체 B사의 창업주 C씨는 직원들에게 자신이 보유한 회사 지분 일부를 무상증여했다. 세계적인 제조업체로 성장하는 데 함께해준 직원들에게 감사하기 위해서다. 문제는 증여 후 3년 만에 C씨가 작고하며 생겼다. 자녀들은 자신들이 상속받은 지분에 대해서만 상속세 신고를 했지만 이후 국세청 조사 과정에서 C씨가 3년 전 직원들에게 증여한 지분에 대해서도 상속세를 납부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본인들의 상속 지분에 대한 상속세 마련에도 어려움을 겪던 자녀들은 결국 회사를 매각했다.

이에 따라 고령이나 지병 등으로 수년 내에 사망할 가능성이 있는 경우라면 기부는 물론 다른 형태의 제3자 증여도 신중해야 한다. 아무리 좋은 뜻이라고 하더라도 증여에 따른 수혜는 제3자가 보고, 이에 대한 상속세 부담은 남은 가족이 떠안아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부하고 싶다면 기부 대상 단체가 상속증여세법 시행령에 따른 상속세 부과 예외에 해당하는지 세무사 및 일선 세무서에 문의할 필요가 있다.

황희곤 MG세무법인 부회장은 “김 전 참모총장은 물론 B사처럼 선의로 베푼 것이 상속인에게 막대한 부담을 지우는 일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며 “자금 흐름을 조사해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되면 상속세 과세 대상에서 제외되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세청 관계자는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제3자 증여에 대한 상속세 부과 대상 예외를 폭넓게 적용하면 이를 활용한 상속세 탈세가 늘어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