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약계층 대출 줄이지 말라며
대출 늘면 자본 더 늘려라 '모순'
은행권에서는 가계대출 비중에 따라 추가 자본을 쌓으라는 금융당국의 요구에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는 코로나19로 고통을 겪고 있는 취약계층에 대해 대출을 줄이지 말라는 기존 방침과도 모순된다는 지적이다. 추가 자본을 적립하지 않으면 이익배당과 자사주 매입 등 주주 친화정책을 막겠다고 한 점도 민간 기업에 대한 과도한 경영 개입이란 비판이 나온다.

금융위원회가 지난 29일 발표한 가계부채 관리방안에 따르면 가계대출 비중이 높은 은행에 대해서는 은행업 감독규정상 기본 적립비율(0~2.5%)에다 최대 2.5%포인트를 추가 적립하도록 했다. 즉 모든 대출자산이 가계대출인 은행이 있다면 해당 대출액의 5%를 충당금(자본)으로 쌓아놓으라는 의미다. 이를 지키지 않으면 이익배당과 자사주 매입, 성과연동형 상여금 지급 등을 제한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은행들은 이미 충분한 자본건전성 관리가 이뤄지고 있다고 항변한다. 국내 은행들은 지난해 코로나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평소보다 많은 충당금을 쌓았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은행의 대손 비용은 총 7조원으로 2019년(3조7000억원) 대비 3조3000억원 늘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국제결제은행(BIS) 총자본비율은 16.54%로 지난해 9월 말(16.03%)보다 0.51%포인트 높아졌다.

이익 배당을 제한하겠다고 한 것도 과도하다는 불만이 적지 않다. 대부분 상장사인 만큼 주주들의 거센 반발을 초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정부가 지난해 각 은행에 배당을 줄이라고 압박한 데 이어 주주 환원 정책이나 인사 등에도 노골적인 개입에 나서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은행 관계자는 “국내 시중은행의 BIS 자기자본비율은 대부분 적정 수준을 한참 웃돌고 있다”며 “적립 의무 미이행 시 이익 배당을 제한한다는 건 과도한 경영 개입”이라고 말했다.

박진우/이인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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