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전지 분리막 제조업체 SKIET의 공모주 청약에 약 81조원의 뭉칫돈이 몰렸습니다. 올해 서울시 예산인 40조원의 두 배가 넘는 금액입니다. 서울시가 공원을 만들고 도로를 깔고 주택을 재개발하는 모든 사업을 2년 동안 하고도 남는 돈이죠.

심지어 국방부 예산 50조원보다도 많습니다. 이런 어마어마한 규모의 뭉칫돈이 단 이틀 만에 증권사 계좌로 쏟아져들어왔습니다. '광풍'이라는 말이 나온 이유입니다.

청약에 참여한 계좌수는 무려 474만4557개. 이 역시 역대 최대 기록이었습니다. 국내에 개설된 주식계좌 중 실제로 거래가 이뤄지는 활동계좌수는 4000만 개인데요. 이중 12%가 SKIET 청약에 참여한 것으로 보입니다. 10개 계좌 중 1개가 청약을 한 것이죠.

하반기부터 증권사별 중복 청약이 금지되기 때문에 공모주 균등배정제 막차를 타기 위한 투자자들이 대거 몰려든 것으로 풀이됩니다.

청약 인파가 몰리면서 한 주도 받지 못하는 투자자가 속출하게 됐습니다. 균등 배정주식 수인 267만3750주를 초과하는 206만8807개 계좌는 주식을 1주도 받을 수 없습니다. 이번에 청약을 진행한 5개 증권사 중 SK증권과 미래에셋에 청약한 사람들만 안정적으로 1주를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한경 CFO insight]SKIET 청약 광풍이 남긴 것

SK바이오사이언스 때도 SK증권에서 청약한 사람들은 균등배정주식을 더 많이 받았습니다. 당시 신청 계좌수는 11만 건으로 가장 적었는데요. 이번에 참여 계좌수가 3배 가까이 급증했음에도 불구하고 대형 증권사들에 비해 균등배정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었습니다.

SK증권에서 최소청약수량인 10주를 신청한 사람들 중에 운이 좋다면 추첨으로 1주를 더 받아서 총 2주를 받는 경우도 생길 것으로 보입니다.

반면 삼성증권과 NH투자증권에서는 모두 무작위 추첨으로 1주를 배정했습니다. 한국투자증권에서도 20%의 확률로 주식을 받지 못한 사람들이 있었는데요. 한투 고객들 중에서는 청약 수수료를 내고도 주식을 1주도 배정받지 못한 사람들이 있어 불만이 많을 것으로 보입니다. 5개 증권사 중 한투와 SK만 온라인으로 청약해도 수수료 2000원을 내야합니다. 수수료만 날리는 억울한 일이 벌어질 수 있었던 것이죠..

이번 청약으로 한투는 20억원, SK는 5억원 안팎의 수수료 수입을 챙길 것으로 추정됩니다. 두 증권사는 SK바이오사이언스 청약 때도 수수료를 받아 논란이 됐었는데요. 고객들의 항의에도 불구하고 절대 수수료를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바뀔 가능성은 없어 보입니다.

이번 청약에서 상장 주관과 인수를 맡은 증권사들은 총 180억원에 가까운 수수료를 받게 됩니다. SKIET가 이번 상장과정에서 증권사들에 제시한 인수 수수료율은 공모금액(2조2459억원)의 0.8%인데요. 공모 규모가 커질수록 수수료도 늘어나는 조건에서 공모가격이 희망범위 최상단인 10만5000원으로 정해진 덕분에 상장 실무를 맡은 증권사들의 인수 수수료는 총 179억원으로 정해졌습니다.

대표 주관사인 미래에셋증권(46억원)과 JP모건이 가장 많은 46억원씩을 챙겨간다. 공동 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32억원)과 크레디트스위스(32억원), 인수회사인 SK증권(14억원), 삼성증권(3억5000만원), NH투자증권(3억5000만원)도 억대 수수료를 받게 됩니다.

공모주 시장의 초호황이 이어지면서 주요 증권사들은 올해 IPO 수수료 수입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보입니다. SK IET 이후에도 LG에너지솔루션, 크래프톤,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등 역대급 대어들이 줄줄이 증시 입성을 추진하고 있는데요. 이들이 계획대로 상장한다면 올해 국내 IPO 공모 규모는 20조원을 넘어설 전망입니다.

하지만 좋은 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청약자가 폭주하면서 증권사 서버가 다운되고 영업점 업무가 마비되는 등 부작용도 만만치 않습니다. SKIET 청약날 증권사 IPO 담당 임직원들은 전부 영업점으로 파견을 나갔다고 하는데요. 영업점 창구마다 청약자들이 북새통을 이루면서 청약 당일에는 지점마다 인력 부족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증권사 내부에서는 회사가 상장 주관 계약을 따오는 것을 달갑지 않게 여기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고 합니다.

청약이 끝이 아닙니다. 증권사들은 올해 공모주 균등제 시행 이후 저마다 서버를 확충하고 시스템 정비에 나섰는데요. 상장 당일 수익을 실현하려는 투자자들이 대거 몰리기 때문에 주식 거래 시스템이 먹통이 되는 형상도 올해들어 낮았습니다. 과거에는 많아야 50만 건 정도가 접수됐지만 이제는 10배인 약 500만 건의 신청이 들어오다보니 매도하려는 고객 수가 급증했습니다.

SK바이오사이언스의 상장 둘째 날 미래에셋 MTS가 잠시 지연되면서 투자자들이 손해 배상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죠. SKIET가 상장되는 다음달 11일에는 SK바이오사이언스 대비 2배 이상의 고객들이 몰려들기 때문에 증권사들은 초긴장 상태입니다.

공모주 투자자들의 최대 관심사는 상장 직후 주가입니다. 증권가는 SKIET의 상장 직후 유통 물량이 24%로 적어 주가 상승 여력이 크다고 보고 있습니다. 일부 증권사는 적정 주가로 18만원을 제시했는데요. 상장 초기에는 그 이상에 형성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전망입니다.

SKIET가 상장 첫날 시초가가 공모가(10만5000원)의 두 배에 형성된 뒤 상한가를 기록하는 ‘따상’에 성공하면 주가는 27만3000원까지 오를 수 있습니다. 시가총액은 약 7조5000억원에서 19조5000억원으로 치솟게 됩니다. 엔씨소프트(약 18조4000억원)를 제치고 단숨에 유가증권시장 시총 23위에 오르는 겁니다. 공모주 투자자들은 주당 16만8000원의 평가익을 볼 수 있습니다. 모 회사인 SK이노베이션의 시가총액이 약 26조원이어서 이틀 이상 상한가를 이어가긴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이 때문에 상장 첫날 매도 타이밍이 가장 중요합니다. SK바이오사이언스처럼 상장 첫날 여유있게 '따상'을 기록한 뒤 물량이 잠기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첫날부터 주가 흐름을 지켜보는 것이 좋습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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