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섭 '섶섬이 보이는 풍경' 그가 그렸던 그 자리에서 본다

한국전쟁 피난 당시 제주서 그린 작품 등 12점 돌아와

제주 서귀포시 앞바다에 있는 섶섬이 보이는 '이중섭미술관'에서 이중섭 화가의 '섶섬이 보이는 풍경' 원화를 감상할 수 있게 됐다.

제주도는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보유하고 있던 화가 이중섭의 대표 작품 '섶섬이 보이는 풍경' 등 총 12점의 원화가 제주도에 기증됨에 따라 서귀포시 이중섭미술관에 소장한다고 29일 밝혔다.

기증 작품은 1951년 이중섭 화가가 서귀포에 머물며 남겼던 '섶섬이 보이는 풍경'과 '해변의 가족', '비둘기와 아이들', '아이들과 끈', '물고기와 노는 아이들' 등 유화 6점과 수채화 1점이다.

또 이중섭 화가가 일본에서 활동하던 시절 당시 연인이던 이남덕 여사에게 보냈던 1940년대 엽서화 3점과 1950년대 제작한 은지화 2점이 함께 전달됐다.

1951년 서귀포에서 제작한 것으로 알려진 '섶섬이 보이는 풍경'은 초가집 사이로 나무, 전봇대, 섶섬이 어우러진 제주의 아름답고 평화로운 마을 풍경이 고스란히 담겼다.

이중섭 화가는 1951년 1월부터 같은 해 12월까지 한국전쟁을 피해 서귀포로 피난을 와 생활했다.

기증 작품 중 '해변의 가족'들은 초록색 바다를 배경으로 새들과 가족이 하나가 돼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또 '아이들과 끈' 작품은 아이들이 서로 끈을 통해서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는 것을 표현하고 있다.

이중섭 화가가 가족을 그린 그림들은 일본에 있는 부인과 두 아들과의 재회의 꿈을 표현한 작품들이다.

도는 이번 이중섭 화가 작품 원화 기증에 따라 이중섭미술관의 시설 확충에 나서기로 했다.

기존 이중섭미술관 옆 관광극장 부지를 포함해 미술관 규모를 확장해 짓는 방안 등이 검토되고 있다.

이번 삼성가(家)의 기증으로 이중섭미술관이 소장한 이중섭 원화 작품은 59점이 되며, 이중섭 서지 자료 및 유품 등 37점을 포함하면 소장 작품은 총 96점이 된다.

도는 기증 원화를 오는 9월께 특별 전시회를 통해 공개할 예정이다.

원희룡 지사는 이날 브리핑에서 "이번 기증 작품은 이중섭 화가의 짧은 생애에서 가장 행복했던 서귀포 시절, 가장 사랑했던 가족과의 추억을 담은 작품이라 의미가 남다르다"면서 "전쟁과 피난의 시련 속에서도 가족과 함께 행복을 나눴던 이중섭의 작품이 코로나19 위기를 견뎌내고 있는 도민과 국민 여러분께 위로와 희망의 백신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원 지사는 또 "이중섭 화가의 귀한 작품을 기증해주신 삼성가에 감사드리며, 기증 작품을 지역문화 자산으로 잘 보존하고, 활용할 것을 약속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