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만에 기업인 사면 공식 건의
섣불리 꺼내지 못했던 '사면' 논의
손경식 경총 회장의 한경 인터뷰 이후 급물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연합뉴스

주요 5개 경제단체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면을 요구하는 건의서를 청와대에 제출했다. 경제단체들이 기업인의 사면을 공식적으로 건의한 것은 약 6년 만의 일이다. 이 부회장의 사면 및 가석방 관련 논의가 급물살을 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지난 26일 주요 경제단체장 공동 명의의 '이재용 부회장 사면 건의서'를 청와대 소관부서에 제출했다고 27일 발표했다. 손경식 경총 회장 외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구자열 한국무역협회 회장, 강호갑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회장 등이 건의서에 이름을 올렸다.

경제단체장들은 글로벌 반도체 전쟁이 벌어진 상황에서 한국이 계속 우위를 지키기 위해서는 이 부회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전 산업 분야에서 반도체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고, 미국을 비롯한 주요 경쟁국들은 투자를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며 "한국 반도체 산업도 새로운 위기와 도전적 상황에 직면했다"고 진단했다. 이어 "점점 치열해지는 반도체 산업 경쟁 속에서 경영을 진두지휘해야 할 총수가 없어 과감한 투자와 결단이 늦어진다면, 그 동안 세계 1위의 지위를 하루 아침에 잃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들은 "지금은 어느 때보다 정부와 기업이 손을 잡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춰 산업 주도권 갖기 위해 함께 나아가야 할 중요한 시기"라며 "과감한 사업적 판단을 위해 기업 총수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기업의 잘못된 관행과 일탈에 대해서는 엄격한 잣대로 꾸짖고 치열한 반성이 있어야 하지만, 기업의 본분은 투자와 고용 창출로 국가경제 발전에 기여하는 것"이라며 "이 부회장이 하루 빨리 경제 회복과 도약을 위해 국가와 국민에게 헌신해야 한다"며 "화합과 포용의 결단을 내려주기를 간곡히 호소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사면 건의는 손 회장이 주도했다. 손 회장은 지난 14일 한국경제신문과 단독 인터뷰(▶본지 4월 15일자 A1면 참조)에서 "지금은 한국 경제를 위해 이 부회장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기"라며 "이 부회장의 사면을 정부에 공식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의 사면을 거론한 첫 경제계 주요 인사의 발언이었다.

손 회장은 지난 16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경제단체장의 간담회 자리에서도 이 부회장의 사면을 거론했다. 손 회장의 발언에 김기문 회장도 동의한다는 뜻을 밝혔다. 이후 경제단체 실무진들은 공동 건의서 작성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경제계 관계자는 "처음에 다른 경제단체들은 사면 건의에 대해 '국민 여론을 더 모아야 한다'며 신중론을 제기했다"며 "손 회장이 강하게 추진하면서 급물살을 타게 됐다"고 설명했다. 손 회장은 반도체 전쟁이 격화하는 상황에서 더 이상 시기를 볼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제 공은 정치권으로 넘어갔다. 사면권은 대통령에게 있기 때문이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지난 19일 "이 부회장의 사면 여부를 검토한 적이 없다"고 말하는 등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정치권 관계자는 "청와대가 국민 여론을 살핀 뒤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도병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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