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국토위 출석해 대국민 사과…"실망과 심려 끼쳐 사죄"
전문성 논란 의식한 듯 "국세청장 재직하며 부동산 대책 회의 참석"

직원들의 3기 신도시 투기 의혹 사태 속에 취임한 김현준 LH 사장이 27일 국회 상임위에 출석해 혹독한 신고식을 치렀다.

전날 취임식을 한 김 사장은 이날 오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국민 앞에 사과하는 것으로 첫 공식 일정을 시작했다.

발언대에 선 김 사장은 "일부 LH 직원들의 부동산 투기로 국민 여러분께 큰 실망과 심려를 끼쳐 드린 점, 이 자리를 빌려 깊이 사죄드린다"며 허리를 굽혀 사과했다.

첫 일정으로 국회 간 LH 김현준 사장…질문 세례에 '진땀'
김 사장은 "엄중한 시기에 LH 사장으로 취임하게 돼 무거운 책임감과 소명감을 느낀다"며 "저를 비롯한 LH 전 임직원이 뼈를 깎는 자성의 노력으로 환골탈태해 다시는 이런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국토위 회의는 법안심사와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실시계획서 채택을 위해 소집됐지만, LH 사태로 인한 국민적 관심을 반영하듯 김 신임 사장에게 질문 세례가 이어졌다.

질의는 주로 야당 의원들이 쏟아냈다.

국민의힘 이헌승 의원은 먼저 "취임을 축하드린다"면서도 "국세청장 출신으로, LH 업무와 전혀 관계없는 실무 전문가이기 때문에 존폐위기에 놓인 LH를 정상화할 수 있을지 우려가 있다"고 세간에서 지적한 김 사장의 전문성 문제를 거론했다.

같은 당 박성민 의원도 "처음 뵙는데, 좋은 말씀을 못 드려 죄송하다"면서 "LH가 워낙 위중하고 온 국민이 LH를 보고 있다.

국회를 비롯한 여러 곳에서 (LH에 대해) 굉장히 우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 사장은 연이은 날 선 질의에 "유념하겠다"면서 "자체적으로도 직원들의 투기 행위 등이 근절되도록 내부 통제를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정의당 심상정 의원 역시 "LH가 비리 백화점처럼 여러 측면에서 비리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LH의 구조개혁에 대해 사장으로서 확고한 의지를 갖고 혁신해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고, 김 사장은 "유념하겠다"며 몸을 낮췄다.

첫 일정으로 국회 간 LH 김현준 사장…질문 세례에 '진땀'
국민의힘 송석준 의원은 "본인이 왜 이 자리에 오셨다고 생각하느냐"고 단도직입적으로 묻기도 했다.

이에 김 사장은 "국세청장으로 규모가 큰 조직을 운영한 경험이 있고, 쇄신을 위해 노력한 것이 있다"며 자신이 LH 쇄신 임무를 갖고 사장으로 발탁됐음을 시사했다.

같은 당 김희국 의원은 LH 사장이 파악하고 있어야 할 사업 관련 현황을 마치 면접 보듯 하나하나 따져 물었다.

김 의원은 'LH의 부채가 얼마라고 보고 받았느냐', 'LH 부채의 중요한 원인은 무엇이냐', '현재 민간주택과 공공주택의 비율은 각각 얼마이냐', '부동산 투기 자금 규모는 얼마나 되느냐' 등 질문을 차례로 쏟아냈다.

김 사장이 투기 자금 규모 등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한다"고 답하자 김 의원은 "투기꾼의 숫자도 모르고 투기 자금 규모도 모르고 단속 실적도 모르면서 부동산 가격 상승 원인이 투기꾼 때문이라고 하는 이유가 뭐냐"며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기조를 에둘러 비판했다.

투기가 왜 문제냐는 질의에 김 사장이 "(투기에서) 세금을 탈루하는 행위가 나타나기 때문"이라고 답하자 김 의원은 다시 "세금을 탈루하면 부동산 투기냐"고 질문을 이어갔고, 김 사장은 "투기에 대해선 법에서 구체적으로 규정한 내용은 정확히 알지 못한다"며 진땀을 빼기도 했다.

김 사장은 이날 자신에 대한 전문성 논란을 의식해서인지 과거 부동산 정책에도 일정 부문 관여했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송석준 의원이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 깊이 관여했느냐고 묻자 "국세청장으로 재직하면서 부동산 관련 대책 회의에 참석도 하고 국토부와 협업했다"고 답했다.

송 의원이 지난해 7·10 대책에도 관여하고 적극적으로 제안했느냐고 재차 묻자 김 사장은 "국세청에서는 부동산 투기와 관련해서 해야 할 업무에 대해 했다"고 말했다.

현재 국토부와 기획재정부가 수립 중인 LH 혁신방안에 대한 박성민 의원의 질의에 김 사장은 본인의 생각을 밝히기도 했다.

김 사장은 "혁신방안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진행되는지 자세히 알지 못한다"면서도 "다만, LH 본연의 업무인 주택공급이나 토지조성, 신도시 건설 등의 기능은 LH가 수행하는 것이 맞는다고 본다"고 소신을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