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경기 평택 한국초저온 물류센터에 화이자 백신을 실은 특수차량이 들어오고 있다. 액화천연가스(LNG) 냉열극저온 기술을 확보한 한국초저온의 물류센터는 화이자 백신의 국내 유일한 보관처로 주목받았다.  연합뉴스
지난달 31일 경기 평택 한국초저온 물류센터에 화이자 백신을 실은 특수차량이 들어오고 있다. 액화천연가스(LNG) 냉열극저온 기술을 확보한 한국초저온의 물류센터는 화이자 백신의 국내 유일한 보관처로 주목받았다. 연합뉴스
국내 콜드체인 물류의 플랫폼화를 추진하는 한국초저온이 올해 수도권에 새 물류센터 여섯 개를 짓기 위해 2조5000억원의 대규모 투자에 나선다. 5년간 약 4조원을 투자하는 것으로 알려진 ‘쿠팡급’ 규모다.

한국초저온은 사모펀드(PE)인 EMP벨스타가 2015년 설립한 초저온 콜드체인 물류회사다. 골드만삭스PIA와 SK㈜가 이 회사 지분을 보유한 공동 2대 주주다. e커머스 ‘빅뱅’을 타고 국내 물류창고의 초대형화와 플랫폼화가 본격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골드만·SK㈜와 초대형 투자

26일 업계에 따르면 골드만삭스PIA와 SK㈜는 이달 한국초저온 지분 100%를 보유한 벨스타수퍼프리즈에 125억원씩을 투자했다. 지난해 250억원씩 500억원을 투입해 공동 2대주주에 오른 지 1년 만에 추가 자금 지원에 나선 것이다. 한국초저온은 1대 주주(50.1%)인 에너지인프라펀드 EMP벨스타가 2015년 설립한 회사다.

골드만삭스PIA와 SK㈜는 한국초저온이 올해부터 시작하는 2조5000억원 규모 물류센터 투자에도 참여할 계획이다. 글로벌 자본인 골드만삭스와 전문투자회사로 자리매김한 SK㈜가 국내 e커머스의 폭발적 성장세를 겨냥해 공격적 투자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평택에 약 14만8000㎡의 극저온 창고를 갖고 있는 한국초저온은 올해 인천, 용인, 남양주, 파주 등 수도권에서 여섯 개의 초대형 콜드체인 물류센터를 착공할 예정이다. 여섯 개 물류센터 부지는 확보한 상태다. 인천에만 각각 5000억원 규모의 물류센터 두 곳을 짓는다. 인천 창고에는 한국가스공사도 지분을 투자할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 주요 거점에 창고를 세워 이를 통합 플랫폼화한 뒤 삼성웰스토리 현대그린푸드 등 국내 식자재 유통사와 쿠팡 등 e커머스 회사에 원스톱 물류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게 한국초저온의 구상이다. 삼성웰스토리와 현대그린푸드, 쿠팡은 이미 한국초저온의 평택창고를 이용하고 있다.

이준호 EMP벨스타 한국 대표는 “대형 식자재 회사들은 노후화, 파편화된 콜드체인 창고 때문에 골치를 앓고 있다”며 “‘플랫폼화된 한국초저온 창고를 쓸 테니 짓기만 해달라’고 하는 신선식품 회사가 많다”고 전했다.
SK·골드만이 찜한 한국초저온…물류센터에 2.5조 '쿠팡급 투자'

상장과 해외 진출까지 겨냥한 물류플랫폼

한국초저온 모회사인 EMP벨스타는 국내 콜드체인 물류에 지배적 사업자가 없다는 점, e커머스 시장의 폭발적 성장 전망에 착안해 2015년 이 회사를 설립했다. PE가 물류센터를 직접 운영하는 사업모델은 국내에선 찾아보기 어렵다. 한국초저온은 처음부터 시행사와 공동으로 맞춤형 물류센터를 짓고 식자재 유통사에 빌려주는 ‘산업자본화’를 겨냥했다. 전기뿐 아니라 영하 162도의 LNG냉열 사용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것도 장점이다. 이를 통해 영하 80도의 극저온 창고를 구현할 수 있어 식자재의 신선도가 다른 물류센터와 차별화된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실제 한국초저온 평택창고는 영하 70도 수준이 유지돼야 하는 화이자 백신의 국내 유일 보관처로 주목받기도 했다.

한국초저온은 직접 물류센터를 운영하면서 국내 또는 싱가포르 증시 상장도 추진할 계획이다. 이 대표는 “e커머스의 폭발적 성장으로 신선식품 보관 수요는 넘쳐나는 데 비해 물류창고 인허가는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물류가 엄청난 속도로 늘어나기 때문에 한국초저온에만 수조원의 인풋을 쏟아부어도 장래가 밝은 상황”이라고 전망했다.

한국초저온은 삼성SDS 스마트물류사업부장(전무) 출신인 김진하 대표가 맡고 있다. 삼성SDS 미주총괄을 지내 국제 물류시스템과 외국어에 정통한 김 대표 영입은 해외 진출까지 염두에 둔 포석이다.

이준호 대표는 연세대 사회복지학과를 나와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에서 학위를 받았다. 졸업 후 EMP벨스타 미국 사업을 맡고 있는 대니얼 윤 회장과 함께 2007년 벨스타를 창업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 자산에 집중 투자해 덩치를 키운 벨스타는 미국 에너지인프라 전문 투자사인 EMP를 인수하며 국내 투자를 병행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약 6조원의 운용자산(AUM)을 보유한 대형 PE로 성장했다. 이 대표는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 식자재 보관 수요가 커지고 콜드체인 물류는 급성장할 수밖에 없다”며 “한국 중국 아세안을 하나의 시장으로 묶어 물류 플랫폼을 구현하겠다”고 말했다.

박한신/김채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