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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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에서 의견을 밝히고 나면 불안하고 걱정돼 잠을 못 자는 수준이다."
"색깔을 드러내지 않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은행이 글로벌 컨설팅 기업 맥킨지앤드컴퍼니에 의뢰해 지난해 12월 작성한 조직문화보고서에는 직원들의 고민과 자괴감이 오롯이 담겨 있다. 보고서가 공개된 직후 조직문화를 대개편해야 한다는 공감대도 한은 내부에서 커졌다. 한은은 이에 따라 올해 말까지 중장기 경영인사 혁신 방안을 수립할 계획이라고 26일 발표했다.

경영인사 혁신 방안에는 조직체계, 직제, 인사, 보상 등 전반을 개선하는 내용이 담길 예정이다. 지난해 창립 70주년을 맞아 수립한 '한국은행 중장기 한은 발전전략'(BOK 2030)에 따른 후속 조치다.

경영인사 혁신 방안의 하나로 올해 1월 4일부터 근무 복장을 자율화했다. 지난달에는 글로벌 인사컨설팅 업체인 머서코리아를 경영인사 혁신을 위한 컨설팅업체로 선정했다. 머서코리아는 오는 9월까지 경영인사 컨설팅을 매듭짓고 결과 보고서를 한은에 제출할 전망이다. 한은 안팎에서는 이번 컨설팅을 통해 호봉제(근속 기간에 따라 직위가 올라가고 연봉도 일정 비율로 인상되는 체제)를 손질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은이 경영과 인사 체계를 대개편하는 것은 지난해 12월 경영인사 컨설팅에 담긴 직원들의 경영·인사에 대한 불만과 개혁의 목소리가 컸기 때문이다. 이주열 총재도 이날 열린 집행간부회의에서 컨설팅 결과에 대해 "변화의 절실함을 확인했다"고 했다.

황보승희 국민의힘 의원실이 입수한 맥킨지의 한은 조직문화보고서를 보면 한은 임직원들은 회사를 ‘수재의 무덤’,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지 않는 조직’, ‘한은사’ 등으로 표현했다. 조직 건강도는 100점 만점에 38점에 그쳤다. 주요 국내외 공공기관과 비교해 하위 10%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는 직원 34명의 생생한 목소리도 담겼다. 젊은 임직원들을 중심으로 자괴감이 상당했다. "평판이 중요한 환경에서 튀는 것은 '나를 싫어하는 사람을 만드는 것이다"거나 "젊은 구성원들은 자발적으로 일을 추진하거나 결정을 내릴 기회가 전혀 없다. 그런 기간이 길게는 8년이나 가기 때문에 외부인력 대비 도태된다고 인식된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컸다.

보수적이고 일처리가 후진적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컸다. "어렵게 말을 꺼내도 수용되는 것은 전혀 없다"거나 "5분만 투입하면 될 일을 반나절 가까이 잡고 있다"는 직원들도 있었다. "너무 문제가 많고 뒤엉켜 있어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 모르겠다"는 대답도 나왔다. "예쁜 토마토를 만들려면 거친 손이 필요하다"면서 "결과도 중요하지만, 그 과정도 봐주셨으면 한다"며 결과에만 치중하는 조직문화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김익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