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와 곡물을 운반하는 벌크선 운임이 최근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코로나19로 생산을 멈췄던 세계 각국 공장들이 재가동하면서 원자재 수요가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벌크선 운임 3개월 만에 52% 폭등…10년래 최고
25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벌크선 운임지수인 발틱운임지수(BDI)는 지난 23일 2788까지 치솟았다. 2010년 10월 25일(2782) 이후 11년 만에 가장 높다. 약 3개월 전인 지난 1월 21일(1831)에 비해선 52% 폭등했다.

철광석과 석탄을 주로 운송하는 10만DWT(재화중량톤수)급 이상의 대형 벌크선인 캡사이즈 운임지수가 BDI 상승을 주도했다. 중국이 원자재 수입을 크게 늘리면서 중·소형선에 비해 운임 상승폭이 컸다. 한 종합상사 관계자는 “호주와 브라질에서 들여오는 철광석을 중국이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통상 벌크선은 화주인 기업들이 대부분 5년 이상 장기계약을 맺고 전용선처럼 운영한다. 계약기간이 대개 6개월~1년가량인 컨테이너선과 다른 점이다. 스폿(단기계약) 물량 벌크선은 일부에 불과하다. 하지만 최근 이 물량이 중국 노선에 몰리면서 국내 등 다른 지역에선 벌크선을 추가로 구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는 게 무역업계의 설명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중국 경기가 되살아나면서 철광석 수요가 급증한 게 벌크선 운임 상승의 주요 요인”이라고 말했다. 국제해사기구(IMO)가 모든 선박에서 이용하는 연료의 황 함유량을 3.5%에서 0.5%로 낮춘 규제를 도입하면서 벌크선 운항이 줄어든 것도 운임 급등을 부채질하고 있다.

항공 운송도 비상이 걸린 건 마찬가지다. 지난 16일 홍콩~북미 노선의 항공화물운임(TAC항공운임지수 기준)은 ㎏당 9달러를 돌파해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화물 운송 수요가 늘어난 데다 홍콩 당국이 입국 승객을 대상으로 검역을 강화하면서 운항편이 줄어든 영향이다. 운항이 줄면 여객기 화물칸으로 화물을 운송하는 ‘밸리 카고’ 물량도 감소한다.

항공 운임이 급등하면서 화물기를 운항하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1분기 실적도 개선될 전망이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의 1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767억원으로 추정된다. 아시아나항공도 지난해 4분기에 이어 두 분기 연속 흑자가 예상된다. 대한항공의 지난달 화물운송량은 1년 전에 비해 21%, 아시아나항공은 8%가량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형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