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적인 개발자 부족이 중소기업에까지 퍼진 인력난의 근본 원인으로 지적된다. 한국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에 따르면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주요 정보기술(IT) 분야의 올해 인력 부족 규모는 9453명으로 추정된다. 내년에는 1만5000명가량 부족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금룡 도전과나눔 이사장은 “스타트업은 상상력과 미래 비전으로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는 사업체”라며 “단순히 코딩 능력만 필요한 게 아니기 때문에 원하는 인재를 구하는 게 쉽지 않다”고 말했다.

내년 IT인력 1.5만명 부족…"AI 인재 몸값 천정부지"
현장에선 대학에서 컴퓨터공학 계열을 전공해도 “당장 실무에 투입할 인력은 없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온라인 쇼핑몰과 연동해 ‘스마트 줄자’를 만드는 베이글랩스의 박수홍 대표는 “기본적으로 대학에서 배우는 게 있지만 실무에 쓰이는 컴퓨터 언어에 익숙지 못해 사설 IT업체를 거쳐 실무에 진입하는 경우도 흔하다”고 했다.

그나마 시장에 진입한 우수 개발자는 대형 IT 기업이 ‘싹쓸이’해 막 시작한 스타트업의 불만이 크다. AI를 활용해 식당 예약 서비스를 제공하는 테이블매니저의 최훈민 대표는 “대형 IT업체들이 병역특례 산업기능요원으로까지 개발자를 뽑고 있어 소형 업체들이 상대적으로 직원을 구하기 힘들다”며 “병역특례 선발 제도도 손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IT업계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AI 관련 인력은 정규 코스로 배출하는 인력도 너무 적다는 지적이 나온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2019년부터 국내 8개 대학을 선별해 ‘AI대학원’을 지원하고 있는데, 여덟 곳을 모두 합쳐도 매년 배출되는 졸업생 수는 100명이 채 되지 않는다. 정부가 인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국내 AI대학원을 14개까지 늘리기로 했지만 여전히 수요가 부족하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AI를 기반으로 고객사의 영업 데이터 솔루션 서비스를 하는 중소 IT업체의 대표는 “AI 기술을 전공한 대학원생을 핵심 인력으로 채용하려 준비했는데 연봉 1억5000만원 이상을 원했다”며 “그마저도 부족하기 때문에 임원급으로 채용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동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