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아파트를 계약한 30대 전문직 A씨는 은행 대출을 받으러 영업점을 돌아다니며 각종 서류를 준비할 생각을 하니 막막하기만 하다. 평소 업무가 바빠 짬을 내기 어려워서다. 은행별로 대출 금리와 한도 등 조건을 비교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 신용대출과 전세대출도 모바일로 가능한 시대인데 주택담보대출만 왜 이리 복잡한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최근 시중은행들이 이 같은 불편을 해소하고 비대면으로 간편하게 신청할 수 있는 모바일 주담대를 속속 내놓고 있다. 국민은행 케이뱅크 신한은행이 비슷한 상품을 판매하고 있으며 올 들어 농협은행 하나은행 등도 새로운 비대면 주담대 상품을 선보였다.

신청 후 3분 만에 대출 절차가 끝나는 모바일 신용대출만큼 간편하지는 않다. 절차를 간소화한 것일 뿐 소비자에게 요구하는 서류 자체가 줄어든 건 아니기 때문이다. 은행별로 최소 1회 이상 영업점 방문을 요구하거나, 대상 물건이 아파트로 제한되고 급여소득자만 신청할 수 있는 등 제약도 적지 않다.
휴대폰으로 주택담보대출 신청, 2주 걸리던 서류 절차 5분이면 끝

5분 내 금리·한도 간편 확인

국민은행 케이뱅크 신한은행 농협은행 하나은행 등의 앱을 통해 주담대를 신청하면 한도와 금리를 보여주고 직접 실행도 가능하다. 서류 준비와 대출 신청에 걸리는 시간을 대폭 줄일 수 있다.

영업점을 방문해 주담대를 신청할 땐 심사 과정에서 걸리는 시간을 고려해 매매계약 체결 최소 2주 전 은행 대출 가능 여부를 확인해보는 게 필수였다. 준비해야 할 서류는 최소 10종에 달한다. 우선 주택매매계약서, 등기권리증, 임대차계약서(필요 시) 등 계약 관련 서류가 필요하다. 실명확인증표(신분증), 주민등록등본(1개월 이내 발급분), 주민등록초본(주소변동 이력 전부·신규 근저당권 시), 전입 세대 열람 내역, 소득증빙서류(근로소득원천징수영수증 등), 자격증명서류(재직증명서 등) 등은 물론이거니와 인감증명서와 인감도장을 지참하고 영업점에 방문해야 했다.

비대면 주담대를 신청하면 스마트폰에 등록된 공동인증서(옛 공인인증서)를 활용해 정부가 보유한 개인정보가 자동으로 스크래핑(출력화면 복사)된다. 이를 통해 증빙 서류 제출이 갈음된다. 대출 가능 여부, 적용 금리와 한도를 보여주는 데까지 3~5분이면 충분하다.

기존 은행 상품에 비해 금리도 낮은 편이다. 농협은행과 국민은행은 비대면 주담대를 신청하는 것만으로 기존 주담대보다 금리를 각각 0.2%포인트, 0.1%포인트 할인해준다. 신한은행과 국민은행은 전자계약 형태로 부동산 거래를 하면 금리를 0.2%포인트씩 깎아준다. 거래 실적과 급여 이체 여부, 주담대 규모와 담보인정비율(LTV)에 따른 금리 우대 등 은행별로 0.5~1.0%포인트가량의 금리 감면 혜택을 챙길 수 있다.

아직은 ‘비대면 신청’만

은행들이 주담대 비대면화에 열을 올리는 건 절차를 간편화할수록 이용자가 몰린다는 걸 확인했기 때문이다. 케이뱅크는 지난해 8월 대환·생활자금 용도의 비대면 아파트담보대출 상품을 내놨는데, 실적이 최근 5000억원을 넘어섰다. 매일 150명에게 대환 대출을 제공하는 형태로 영업 중이다.

주담대는 비대면 프로세스를 만들기가 매우 까다롭다는 설명이다. 정책보증기관과의 연계 서류가 필요하거나, LTV 등 규제 적용 여부를 체크해야 할 때도 많다. 대부분의 은행이 신청만 비대면으로 받을 뿐 은행원이 직접 심사하는 절차를 거쳐 주담대를 내주고 있다. 비대면 신용대출과 달리 주담대를 일과 시간에만 신청할 수 있는 이유다.

은행들은 신청 뒤 등기 절차 처리를 위해 최소 한 번은 영업점을 방문하도록 안내한다. 등기권리증, 임대차계약서 등도 간편하게 입력하거나 사진 촬영으로 대체할 수 있지만, 정확도 면에서 촬영을 여러 차례 요구하는 경우도 많다.

은행 입장에서 서류의 위변조 가능성 등 짊어져야 할 리스크가 적지 않다. 하나은행과 농협은행이 시세 파악이 쉬운 ‘아파트론’을 주로 다루고, 신한은행은 주택담보 생활안정자금 대출 시에도 도장을 요구하는 이유다. 케이뱅크도 간소한 ‘대환(갈아타기) 대출’에 그치고 있다. 신규 주택 구입 목적의 비대면 주담대는 기존 근저당 말소 등기, 소유권 이전 등기, 새로운 근저당 설정 등기를 한꺼번에 진행해야 하는 탓에 비대면으로 완전히 구현하기 힘들다.

거래 관행과 등기 절차를 전면 개편해야 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아직 사람들은 집을 사고팔 때 반드시 상대방과 접촉해야 직성이 풀린다. 온라인 등기도 가능하지만, 절차 완료까지 시간이 걸리고 급여소득자만 가능하다는 단점도 있다.

김대훈/박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