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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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겨울 전국을 강타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최근들어 잠잠해졌다.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병원균을 옮기는 겨울 철새가 다시 돌아가서다. 지난 겨울 하루가 멀다하고 들려오던 농장에서 AI가 발생했다는 소식도 지금은 보고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한번 올라간 계란 값은 여전히 고공행진 중이다. 수입을 늘려도 여의치 않다. 한때 9000원까지 갔던 가격이 8000원 밑으로 내려오긴 했지만 여전히 장바구니엔 부담이다. 계란 값은 도대체 언제 원래 가격으로 돌아오게 될까.
정부의 설명 : 6월
농림축산식품부와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는 23일 계란 가격 안정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예정에 없던 보도자료를 급히 추가했다. 이달 2500만개로 예정돼있던 계란 수입물량을 4000만개로 확대하는 것이 골자다. 다음달에도 필요한 규모의 추가 수입을 계속 추진하기로 했다.

정부가 계란 추가 수입에 나선 것은 계란 값이 떨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아서다. 지난 22일 기준 계란 한판(30개) 평균 가격은 7358원이었다. 평균가격 기준 최고치였던 지난 2월 중순 7821원에 비해서는 하락했지만 AI가 터지기 전인 1월 5923원이나 평년 5313원보다는 아직 2000원 가량 높은 가격이다. 유통업체별로는 8000원을 넘는 곳도 여전히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오는 6월까지는 계란 가격이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수입을 늘리는 데는 한계가 있어 국내 생산을 확대해야하는데, 여건이 아직 무르익지 않았다는 것이다.

실제로 계란을 낳는 산란계 숫자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지난해 11월부터 109건의 고병원성 AI가 농장에서 발생하면서 전체 산란계의 22.6%에 달하는 1671만 마리가 살처분됐다. 정부는 AI 이동제한이 해제된 농가부터 병아리를 입식하고 있다. 산란계로 성장하는 데는 22주가 걸린다. 6월 중 평년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정부는 전망하고 있다.

그동안은 할인판매 등을 통해 가격을 낮춘다는 게 정부의 계획이다. 정부 관계자는 "6월까지는 필요한 물량 수입을 계속할 것"이라며 "대형마트 할인 판매 등을 통해 소비자 부담 완화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농축산물 구입시 20%를 할인해주는 농축산물 할인쿠폰을 통해 계란 값 안정을 꾀하고 있다. 생산자단체와의 협의도 지속하고 있다.
2017년의 설명 : 10월
계란 파동은 2017년에도 있었다. 2016년 말부터 시작된 그무렵의 AI는 국내에 가장 큰 피해를 입혔다. 살처분 마릿수는 3807만6000마리에 달했고, 피해보상에 쓰인 재정만 3621억원에 달했다.

계란 가격도 당연히 뛰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농산물유통정보를 보면 당시 계란 가격은 2016년 12월부터 뛰기 시작했고, 이듬해 1월 최고치를 기록했다. 2017년 1월 계란 한판 평균 가격은 9096원이었다. 1만원보다 비싸게 파는 곳들도 허다했다.

정부의 대책은 지금과 비슷했다. 긴급 할당관세를 적용해 수입을 늘렸다. 하지만 계란 값이 5000원대로 내려오기까지는 10개월이 걸렸다. 한번 올라간 계란 가격은 2017년 2월부터 9월까지 7000원대를 유지했다. 2월 7932원에서 3~4월 소폭 떨어지더니 5월 다시 7959원까지 올랐다.

금년 계란 가격 상승세가 올해 1월에 본격화된 것을 고려하면 정부의 장밋빛 예상과 달리 가격 상승세가 좀 더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만약 2017년과 같이 10개월가량 상승세가 지속되면 연말까지 계속 비싼 계란을 먹어야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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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당시엔 한가지 변수가 더 있었다. 여름께 터진 살충제 계란 파동이다. 계란에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되면서 다량의 계란이 폐기 처분돼 가격 상승세가 이어진 측면이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당시 살충제 계란 파동이 공급을 줄이기는 했으나 소비심리도 크게 낮아지는 수요 감소의 측면도 있다는 반론도 있다. 가격 상승과 하락요인이 모두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번 계란 파동에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그때는 없었던 변수가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집밥을 먹는 인구가 늘면서 국산 계란 가격 상승세를 이끌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수입 계란은 대체로 가정용 소비로 이어지지 않고 식당이나 식품업체 등에서 사용하기 때문이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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