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평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김지평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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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지배구조와 관련해 소수주주의 이익 보호 및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강조되면서 기업의 경영 및 지배구조와 관련한 각종 규제가 강화되고 있다. 지난해 말에 개정돼 올해 정기주주총회에서 상당한 영향을 끼친 '감사위원 분리선출 의무화 및 소수주주권 강화' 등 상법 개정이 대표적이다.

이와 함께 실무 및 학계에서 기존 기업지배구조 제도에 대한 개정이 필요한 것으로 활발히 논의되고 있는 분야 중 하나가 우리나라에서 기업 구조개편의 수단으로 빈번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계열회사 간 합병 혹은 분할 합병 등에 대한 규제다. 특히 상장회사의 합병 및 분할합병 등에 있어서 합병 비율 등 조건의 공정한 결정 문제, 반대주주 주식매수청구권 제도의 개선 및 자기주식 처리 방안 규제의 세 가지 쟁점이 중점적으로 논의되고 있다. 그 중에서도 합병 비율 등 구조개편 조건 결정 규제에 대한 논의가 최근 가장 활발하다.

현재 주권상장법인의 합병 시 합병비율 결정을 위한 합병가액(해당 회사 주식 가치)은 아래 산식에 의해 산정되도록 하고 있다(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165조의4 제1항 제1호, 동법 시행령 제176조의5 제1항, 제2항). 한편 주권상장법인과 주권비상장법인 합병 시 비상장법인 주식의 합병가액 산정을 위해서도 별도의 규정을 두고 있고 이에 대해서는 외부기관 평가도 필요하다고 규정하고 있다(자본시장법 제165조의4, 자본시장법 시행령 제176조의5 제7항).
합병을 위한 이사회 결의일과 합병계약을 체결한 날 중 앞서는 날의 전일을 기산일로 한 다음 각 목의 종가를 산술평균한 가액을 기준으로 30%(계열회사 간 합병의 경우 10%)의 범위에서 할인 또는 할증한 가액. 이 경우 가목 및 나목의 평균종가는 종가를 거래량으로 가중산술평균하여 산정함.
가) 최근 1개월간 평균종가
나) 최근 1주일간 평균종가
다) 최근일의 종가
다만, 상장회사와 비상장회사의 합병의 경우에는 상장회사 주식의 위 가격이 자산가치에 미달하는 경우에는 자산가치로 할 수 있음.


이와 관련해 실무적으로는 합병 비율 결정에 대한 이사의 주의 의무 및 합병 무효의 가능성 등을 고려해 실제로는 위 산정방식에 따른 합병가액을 그대로 적용하고, 위 규정 상의 10% 조정 혹은 자산가치 조정 등을 한 사례는 거의 없었다.

대법원에서도 자본시장법 이전의 증권거래법 시절에 '대법원 2008. 1. 10. 선고 2007다64136' 판결에서 “합병비율은 자산가치 이외에 시장가치, 수익가치, 상대가치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 결정되어야 할 것인 만큼 엄밀한 객관적 정확성에 기하여 유일한 수치로 확정될 수 없는 것이고, 그 제반 요소의 고려가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이루어진 것이라면 결정된 합병비율이 현저하게 부당하다고 할 수 없을 것이므로, 합병당사자 회사의 전부 또는 일부가 주권상장법인인 경우 증권거래법과 그 시행령 등 관련 법령이 정한 요건과 방법 및 절차 등에 기하여 합병가액을 산정하고 그에 따라 합병비율을 정하였다면 그 합병가액 산정이 허위자료에 의한 것이라거나 터무니없는 예상수치에 근거한 것이라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합병비율이 불공정하여 합병계약이 무효로 된다고 볼 수 없다.”고 설시한 이래 위 자본시장법 상의 상장회사 합병가액 결정 방식에 따른 합병비율의 공정성을 인정해 왔다.

그러나 최근 7~8년 동안 다수의 상장회사 계열사 합병 사례에서 소수주주, 시민단체, 우리사주조합(노동조합) 등 다수의 이해관계자들이 합병 시점 당시의 주가가 해당 주식의 가치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위와 같은 자본시장법 상의 합병 가액 산정 방식에 따라서 결정된 합병 비율이 불공정하고, 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에게 재산적 이익을 공여하거나 그 승계를 원활하게 하고 반대로 소액주주들에게는 손해를 야기한다는 주장을 많이 해왔다. 그리고 실제로 이러한 문제제기가 합병 증권신고서 등을 심사하는 금융감독당국 혹은 합병 가처분 등 절차를 심리하는 법원 등에서 문제가 된 사례가 다수 있다. 일부 사례에서는 이러한 문제제기에 따라서 위 합병가액 산정방식을 그대로 적용하지 못하고 자산가치 기준으로 조정하기도 했고, 합병비율 자체는 법원에서 문제가 없다는 판단을 받았으나 반대주주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가격에 대해서는 합병 결정 시점의 시가를 그대로 적용할 수 없다는 하급심 판단이 나온 적도 있다.

사실 구 증권거래법 이래 상장 계열회사 합병을 위와 같이 주가에 따라서 산정하도록 정한 취지는 계열회사 합병 등의 경우 합병 비율을 공정하게 결정하도록 하고, 경영진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서 합병비율을 결정하여 소액주주의 손해가 야기되지 않도록 하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수 십년간 운용되던 위 규제에 대해서 이제는 오히려 주가 자체가 공정한 기준이 되지 않을 수 있다는 반대 문제제기가 나오고 있고, 이는 우리 주식시장 및 경제가 그만큼 성장하여 각 분야 별로 획일적이고 정형적인 규제의 틀에서 벗어나 유연하고 효율적인 거래를 촉진시킬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실무 업계 및 학계에서는 시가에 따라서 획일적으로 합병 가액을 산정하도록 하는 현재 자본시장법 규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실제로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의 경우 합병 비율을 결정할 때 시가에만 의존하지 않고 주식의 수익가치, 자산가치, 비교가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있다. 또 해당 기업의 현황 및 업종의 특성 등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이사가 그 주의 의무를 다하여 합병 비율을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 다만 이러한 합병 비율 결정에 대한 경영진의 경영판단을 가급적 존중하도록 했다. 특히 일본의 경우 계열사 관계가 없는 회사들 사이의 합병인 경우 주주판단의 기초가 되는 정보가 적절하게 개시되고 공정한 절차를 밟은 경우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공정한 합병조건으로 인정된다.

이와 관련해 최근 금융감독원은 합병비율 산정방식을 개선하고자 한국공인회계사회 및 회계법인 등의 의견을 반영하여 증권의 발행 및 공시 등에 관한 규정 시행세칙(이하 시행세칙)을 개정했다. 시행세칙 개정은 기업 인수 및 구조개편의 중요 수단인 합병 혹은 분할합병과 관련한 기업, 주주 등 이해관계자의 관심이 증가하고, 회계제도의 변화와 기업 자산의 실질가치를 적절히 반영하여 기업의 실질이 합병비율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할 필요성이 증가함에 따라, 상장회사와 비상장회사 간의 합병가액 산정 시 비상장회사 주식의 평가 관련 자산가액 산출 방법을 개선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이뤄졌다. 위 비상장회사 주식 평가는 자산가치와 수익가치를 일정한 비율로 가중평균하여 산정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 중 자산가치 부분의 평가 방식을 개선한 것이다. 시행세칙은 2021년 4월 1일에 개정되어 2021년 4월 12일부터 시행된다. 위 개정은 기술적인 내용도 있지만, 기존의 비상장회사 주식 합병가액 평가와 관련해 시정이 필요하다고 논의되고 있는 내용들을 상당수 반영한 것으로 의미가 있다. 특히 해당 비상장회사가 보유한 투자주식의 경우 가치 평가 및 조정 방식을 정하고, 자산가치 산정 시 비지배지분 차감 근거를 마련하여 연결재무제표 기준 합병가액 산출을 가능하도록 하였다.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최근에 진행된 다수의 상장 계열회사 합병 사건에서 자본시장법 상의 합병비율 평가 방식에 대해서 분쟁이 제기된 사례 등이 많고, 이와 관련한 쟁점들이 규제기관, 실무 업계 및 학계 등에서 지속적으로 논의돼 왔다. 금융감독원의 위 규정 개정도 이러한 문제의식 하에서 일단 금융감독원이 독자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세부규정 시정부터 규제 개정의 시작을 한 것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

따라서 향후에도 상장회사 합병 비율 산정에 대한 추가적인 제도 개정이 이뤄질 수 있다고 보고 위와 같은 구조개편을 계획하는 기업들은 이에 유의해 규제 동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필자 소개] 김지평 변호사는 김앤장법률사무소에서 근무하는 변호사이자 법학박사입니다. 본고는 필자의 개인적인 견해이며, 필자가 속한 법률사무소의 공식적인 입장과는 하등의 관련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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