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0만원 넘나들던 비트코인, 이젠 5600만원대
20% 육박하던 김치프리미엄, 0.75%까지 급락
서울 강남구 업비트 라운지 시세 전광판에 비트코인의 현재 시세가 표시 되고 있다. 사진=허문찬기자  sweat@hankyung.com

서울 강남구 업비트 라운지 시세 전광판에 비트코인의 현재 시세가 표시 되고 있다. 사진=허문찬기자 sweat@hankyung.com

대표 가상자산(암호화폐) 비트코인이 5만 달러 아래로 주저앉았다. 국내 투자자들의 투자심리가 위축되며 20%에 근접했던 '김치프리미엄'도 자취를 감췄다.

23일 세계 최대 가상자산(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에서 비트코인(BTC)은 5만 달러를 지지하지 못하고 장중 4만8443.01달러를 기록했다. 지난달 6일 4만7070달러를 기록한 후 14일 6만4854달러까지 올랐지만, 그간 상승폭을 모두 반납한 것이다.

각국 정부의 규제 강화 움직임이 비트코인 가격 하락을 이끌었다. 지난 18일 터키와 인도 당국이 암호화폐 거래를 규제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졌고, 중국 비트코인 채굴장도 정부의 안전점검을 위한 정전으로 장시간 가동 중단되며 암호화폐 시장이 빠르게 냉각됐다.

뒤이어 미국 재무부가 금융권을 대상으로 비트코인을 활용한 자금세탁 조사에 나선다는 루머가 돌며 비트코인 가격을 5만 달러대로 끌어내렸다. 지난밤에는 미국 행정부가 자본이득세를 기존의 두 배로 상향하는 안을 검토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외신들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100만 달러 이상 고소득자에 대한 자본이득세를 현행 20%에서 39.6%로 올릴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기존 투자소득세를 포함하면 세율은 43.4%까지 높아진다.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의 비트코인 일별 시세. 사진=업비트 갈무리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의 비트코인 일별 시세. 사진=업비트 갈무리

국내 가격도 하락을 거듭하고 있다. 비트코인 가격은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에서 지난 14일 8199만4000원을 기록하며 8200만원을 넘봤지만, 열흘도 못 지나 5496만4000원까지 밀려났다. 비트코인은 이날 오후 2시30분 기준 전일 대비 4.97% 하락한 5698만1000원에 거래됐다.

비트코인 가격이 열흘 연속 하락하며 이달 초만 하더라도 20%대를 유지하던 김치프리미엄은 한때 0%대에 들어서며 사실상 소멸하기도 했다. 김치프리미엄은 국내 암호화폐 거래 가격이 해외보다 비싼 현상을 의미한다.

이날 오전 11시35분께 업비트의 김치프리미엄은 0.75%까지 좁혀졌다. 지난 7일 국내에서 비트코인을 사려면 해외보다 1300만원 이상 더 지불해야 했던 것이 약 40만원 차이까지 줄었다. 이후 김치프리미엄은 다시 늘었지만, 3%대에 그치고 있다.

김치프리미엄까지 감안하면 해외보다 국내 비트코인 낙폭이 더 컸다는 뜻이다.

각국 정부 규제안에 더해 은성수 금융위원장의 발언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은 위원장은 지난 22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특정금융거래정보법(특금법) 시행 유예기간이 끝나는 오는 9월이면 암호화폐 거래소들이 대거 폐쇄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특금법 시행으로 가상화폐 거래소 등록 신청을 받고 있는데 현재까지 등록한 곳은 없다”면서 “가상화폐 거래소가 200개가 있지만 모두 폐쇄가 가능하다. 9월 달 갑자기 폐쇄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86회 국회(임시회) 제1차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스1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86회 국회(임시회) 제1차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스1

그러면서 암호화폐 투자자에 과세하겠지만, 주식시장 참여자와 같이 보호하진 않겠다는 입장도 강조했다.

은 위원장은 과세 대상에 포함시키면서 제도 보호망에서는 제외하는 것이 모순적이라는 지적에 "하루에 20~30% 올라가는 자산을 보호해야 한다는 것 자체가 오히려 저는 그 쪽으로 (투기가) 가게 한다고 생각한다"며 "자기 책임하에 하는 것을 정부가 다 챙겨줄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인정할 수 없는 화폐고 가상자산이기에 (제도권에) 안 들어왔으면 좋겠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라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암호화폐 거래소의 대규모 폐업이 현실화될 경우 국내 투심이 얼어붙어 역 김치프리미엄이 나타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사실상 투자자들이 보호받을 길이 마땅치 않은 가운데 암호화폐 거래소가 폐업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투자자들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암호화폐 거래를 금지한 터키에서는 전일 암호화폐 거래소 토덱스가 운영을 중단해 현지 당국이 조사에 나섰다. 이스탄불 검찰은 토덱스가 39만명의 투자자에게 20억 달러(약 2조2000억원)를 모금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암호화폐 거래소의 갑작스런 폐업이 투자자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를 입힐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업계 관계자는 "특금법에 따라 암호화폐 거래소는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신고해야 영업이 가능한데, 신고를 접수하기 위한 조건을 충족한 곳도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등 4곳뿐"이라며 "9월 대규모 폐쇄가 현실화된다면 국내 투자심리는 얼어붙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