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보조금 대란'…사전계약자도 보조금 못받을 판
아이오닉5./ 사진=현대차

아이오닉5./ 사진=현대차

지금 전기차를 사도 보조금을 받을 수 있을까.

생애 첫 차로 전기차 구매를 계획한 정모 씨(31)는 고민거리가 생겼다. 올해 나올 전기차를 기대하며 지난해 차량 구매를 미뤘는데 보조금 문제로 다시 내년으로 구매를 미뤄야 할 판이라서다. 그는 "어쩔 수 없이 하이브리드 차량도 알아보고 있다"고 털어놨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전기차 보조금 지급 관련 예비 전기차주들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연초부터 국내 전기차 수요가 급증하면서 올해 한정된 전기차 보조금이 모두 소진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다. 지난 19일 현대차 아이오닉5 본 계약 시작 이후 불안감이 더 높아지는 분위기다.

정부는 비교적 고가인 전기차의 확산을 위해 전기차 한 대당 1100만~1900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보조금 지급 여부가 전기차 구입의 최대 관건이 될 만한 규모다.

온라인 자동차 커뮤니티에서는 보조금 관련 문의가 줄을 잇고 있다. 지자체별 출고 잔여대수를 올리면서 "OO 지역은 아직까지 여유 있다" 등의 정보를 공유할 정도다.

한 누리꾼은 "(차량) 인도가 6월께나 된다는데 올해 (보조금을) 받긴 틀린 것 같다. 다른 차량을 알아봐야 하나"라며 씁쓸해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아이오닉5도 이 난리인데 하반기 나올 EV6 앞날은 캄캄하다"고 했다.

환경부는 올해 전기 승용차 7만5000대에 대당 1100만~1900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한다. 작년 3만1000여대보다 2배 이상 늘렸지만 정작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지방비로 편성한 예산은 4만5814대분에 그쳤다. 때문에 사전계약 구매자들까지 보조금 수령에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현재로서는 계약이 확정된 아이오닉5만 보조금 신청이 가능하다. 보조금 지급은 선착순으로 이뤄진다. 지난 21일부터 보조금 신청이 가능하며, 보조금 지급 대상자로 선정돼도 2개월 내에 차량을 인도 받아야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기아 EV6./ 사진=뉴스1

기아 EV6./ 사진=뉴스1

지자체별로 보면 서울 지역 보조금은 거의 끝났다고 봐야 한다. 환경부 저공해차 통합누리집에 따르면 25일 오전 10시 기준 올해 서울시가 보조금을 지원하는 전기차 5067대 중 이미 4873대(96.2%)가 접수를 마쳤다. 남은 194대도 사실상 사전계약자의 몫이다.

부산에서는 2301대 가운데 1518대(66%)가 접수를 완료했다. 수원, 하남 등 경기 지역에서도 보조금이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 대구, 인천 등은 아직까지는 여유가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마냥 안심할 수 없다는 게 업계 진단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최근 정식 계약을 받기 시작한 현대차 아이오닉5는 사전계약 구매자 대상으로만 본 계약을 진행하고 있다. 아이오닉5는 사전계약에서 이미 4만대를 돌파했다. 기아 EV6역시 계약 대수가 무려 3만대에 이르렀다. 취소 물량을 제외하고 공식 집계된 두 차의 사전계약 대수만 7만대에 달한다.

사전계약 했거나 이미 계약하고도 인도가 늦어져 보조금을 받지 못하는 게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단순 수치상으로 보면 절반 이상이 보조금을 못 받을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올해 1분기 3232대 팔린 테슬라 전체 물량이 다음달 대거 출고를 앞두고 있어 보조금 소진 속도는 한층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3232대 중 보조금이 지급되는 테슬라 모델3가 3201대다. 이중 현재까지 서울과 부산에서만 1600여대가 이미 보조금을 쓸어갔다.

현대차는 이를 의식해 이달 28일부터 고객인도를 시작한다는 계획이지만 반도체 수급 차질로 인해 이마저도 제동이 걸렸다. 신규 구매는 한층 어려워졌다. 전기차 구매자들도 인도 시기가 앞당겨길 학수고대하는 처지다.

이에 환경부는 부산·서울 등 보조금 신청이 집중되는 일부 지자체에 대해 올 하반기 추가경정예산안을 통한 보조금 추가 확보를 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현대차, 기아 일선 영업점들도 "보조금을 받으려면 올해 구매는 어렵다"고 귀띔했다. 강원 원주 지역 한 기아 대리점 관계자는 "올해는 보조금에 대한 기대는 하지 않는 게 좋을 것이다. 원주는 아직 여유가 있는 편이라고 해도 안심할 수 없다"면서 "특히 서울 같은 곳은 보조금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아이오닉5든 EV6든 올해 구매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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