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CMO Insight 「케이스스터디」

판에 박은 듯 비슷한 레스토랑 말고 고객에게 새로운 경험
파주 ‘더티 트렁크’ 등 8개 브랜드 연이어 성공
자기다움(똘끼)으로 레스토랑 브랜드 밸류 세계 1위 도전
김왕일 CIC FNB 대표 / 사진=CIC FNB

김왕일 CIC FNB 대표 / 사진=CIC FNB

레스토랑 기업 CIC FNB(대표 김왕일)는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와 꼭 닮았다.

패기 있는 젊은이들이 무일푼으로 레스토랑 사업에 뛰어들어 세상을 놀라게 만든 점이 그렇다.

리더는 김왕일(30세) 대표다. 태국 출신으로 김 대표와 스위스 글리옹 경영대학 동문인 팡 이사와 나다연 이사, 소명 본부장, 김태연 디렉터 등이 ‘CIC FNB판 이태원 클라쓰’ 멤버다. 드라마처럼 파트타임 알바로 시작한 사람도 있다. 이들의 평균 연령은 26세.

현재 CIC FNB 전체 직원 130여명의 평균 연령은 이 보다 더 낮다. CIC FNB는 파주 대형카페 ‘더티 트렁크’를 비롯해 8개 브랜드를 연이어 성공시키며 화제를 일으켰다. 매장을 열면서 투자한 자금을 단기간에 회수하는 전략도 주목받고 있다.

상황 1 ‘레스토랑, 왜 다 비슷할까’
도전 1 고객에게 새로운 경험을 주자
김왕일 대표는 고등학생 때부터 레스토랑과 카페, 호텔 경영에 관심이 많았다. 당시 김 대표는 ‘레스토랑들이 분위기와 음식이 왜 모두 비슷할까. 사람들(고객)은 새로운 것을 원하는데’라는 남다른 의문을 품었다.

모두 판에 박은 듯이 똑같아 개성이 없는 레스토랑이 아닌 전혀 새로운 레스토랑을 만들고 싶다는 꿈을 키웠다. 그런 레스토랑 아이디어를 정리하다 보니 30개나 됐다.

세계에서 제일가는 레스토랑을 만들려면 먼저 세계 최고를 알아야겠다고 판단했다. 스위스 글리옹 경영대학에 진학했다. 레스토랑 경영, 호텔 경영, 서비스 경영을 배웠다.

방학 기간엔 한국에 오지 않고 유럽 각지를 돌면서 세계적인 레스토랑를 경험했다. 김 대표는 “옥탑방에서 지내면서 생활비를 최대한 아껴 고급 레스토랑 수백 곳을 다녔다”며 “하루 여섯 끼를 먹었던 적도 있다”고 말했다.

유럽 다음엔 미국을 경험하고 싶었다. 플로리다의 한 럭셔리 호텔에 취업했다. 김 대표는 “돈벌이가 아니라 레스토랑을 배우려는 목적이었기 때문에 하루 17시간을 일하면서도 힘이 들지 않았다”고 했다.

유럽과 미국에서 레스토랑을 배우고 익힌 뒤 한국에 돌아와 창업을 준비했다. 투자자를 찾아야 했다. 청담동에 돈 많은 사람들이 많을 것으로 생각하고 유명 레스토랑들을 무작정 찾아갔다. 불쑥 찾아온 젊은이가 자신의 레스토랑 아이디어에 투자하라는 말에 모두 손을 저었다.

그러던 중 한 청담동 레스토랑 주인이 기회를 줬다. 김 대표는 “세 차례 프리젠테이션을 거쳐 오후 3~5시 브레이크 타임에 15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벌벌 떨면서 요리를 했고 결국 투자를 이끌어냈다”며 “그 투자를 받아서 첫 브랜드인 ‘오프닛’을 차렸고 6개월만에 투자금을 회수했다”고 말했다.

상황 2 프랜차이즈 넘쳐 난다
도전 2 새로운 브랜드, 계속 내놓는다
오프닛을 성공시킨 뒤, 파주에 올인원 카페테리아 ‘더티 트렁크’를 열었다. 넓은 공간에 여러 포토 스팟이 있는 인더스트리얼 인테리어로 문을 열자마자 큰 인기를 끌었다.

소문이 나자 주요 대기업을 포함한 30여 곳에서 김 대표를 찾아왔다. 전국에 더티 트렁크 매장을 함께 열자며 모두들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했다.

김 대표는 모든 제안을 거절했다. 워낙 좋은 조건이라서 관심을 가질만도 했지만 다른 목표와 전략이 있었기 때문에 굳이 생각할 필요가 없었다.

김 대표의 목표는 ‘연 매출 100조원’이다. 레스토랑 기업이 100조원이라니 불가능한 목표로 느껴진다. 김 대표는 “매장을 많이 열어서 매출을 높이는 기존 방식으론 불가능하다”며 “새로운 브랜드를 계속 내놓는 전략으로 목표에 다가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CIC FNB는 오프닛과 더티 트렁크에 이어 △힙한 조명이 가미된 열대 분위기의 콜로니얼 인테리어의 쇼 베이커리 ‘버터 킹콩’ △미국의 차이나타운과 1970년대 홍콩 분위기의 차이니즈 아메리칸 컴포트 푸드 ‘통통’ △왕실에서 악귀를 쫓고 행운을 부르는데 썼던 오색의 천장 디자인을 통해 왕실의 음식처럼 즐길 수 있는 ‘물래?’ △오픈 키친, 커피 바 및 스페셜 티 바를 통해 캐주얼한 분위기의 다이닝을 제공하는 ‘헤이 러스틱’ △클래식 유러피안 아르 데코와 현대적인 인테리어 디자인, 클래식 음악이 조화를 이룬 애프터눈 티하우스이자 라이프스타일 콘셉트 매장 ‘보이드 맨션’ 등을 선보였다.

김 대표는 국내에선 30개 정도의 브랜드만 선보이고 나머지는 해외 진출 후 역수입하는 방식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파주 '더티 트렁크' 매장 / 사진=CIC FNB

파주 '더티 트렁크' 매장 / 사진=CIC FNB



상황 3 ‘요식업은 돈 안된다(?)’
도전 3 브랜드 밸류로 세계 1위 목표
김 대표는 “이태원 클라쓰와 현재 상황의 차이는 코로나19로 요식업에 수백억원을 투자하지 않는다는 점”이라며 “사람들이 요식업은 돈 안되는 것이란 인식이 강하다”고 말했다.

이런 인식을 뒤집고 브랜드 밸류로 세계 1위에 오르겠다는 게 김 대표의 목표다. 그는 “사업의 성공은 희소성(새로운 것)으로 가능하다”며 “고객들이 ‘이 회사가 다음엔 뭘 내놓을까’라는 궁금증을 계속해서 갖게 만들면 세계 1위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목표에 다가가는 과정에선 ‘하이 리스크’를 ‘로우 리스크’로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레스토랑의 초기 투자금을 최대한 줄여야 리스크를 낮출 수 있는데 매장 인테리어를 할 때 기존 것을 잘 살려 이용하는 ‘감각’이 초기 투자금을 줄이는 비결이라고 했다.

레스토랑은 서비스 산업이고 사람을 대하는 산업이란 점에 초점을 맞추는 것도 성공의 요체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잘 되는 레스토랑의 공통점은 고객의 ‘오감’을 만족시키는 것”이라며 “음식, 음악, 조명, 인테리어, 유니폼, 서비스 멘트 등 고객이 접하는 모든 포인트를 하나의 예술작품처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3년 뒤 태국 증시에 CIC FNB를 상장(IPO)시킬 계획이다. 현재 주요 주주는 김 대표와 팡 이사 두 사람이다.

■ 마케터를 위한 포인트
회사 이름에서 FNB는 Food(식품) and Beverage(음료)다. CIC는 Creativity(창의성), Innovation(혁신), Craziness(똘끼)다.

김왕일 대표는 “창의성과 혁신은 각자 자신이 가진 ‘똘끼’에서 나온다”며 “똘끼는 사업 성공을 가능케 하는 희소성의 원천”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사회생활을 하면서 스스로 필터링하는 버릇이 강해져 똘끼와 희소성을 버리는 사람이 대부분”이라며 “그래서 ‘모든 사람은 25세에 죽는다’(똘끼를 잃는다)”고 안타까워 했다.

기회는 희소성에서 나오고, 희소성은 자기다움(똘끼)에서 비롯된다는 젊은 사업가의 주장에 귀를 기울일만 하다.

장경영 선임기자 longrun@hankyung.com

■ 전문가 코멘트

□ 천성용 단국대 교수

1993년에 출간된 『22가지 마케팅 불변의 법칙(The 22 Immutable Laws of Marketing), 알 라이스, 잭 트라우트 저』은 자연에 기본적인 법칙이 존재하는 것처럼 마케팅에도 반드시 지켜야 할 법칙들이 있음을 주장한다. 출간 이후 많은 시간이 흘러 일부 사례는 이미 철 지난 이야기가 되었지만, 이 책에 소개된 핵심적인 원칙들만큼은 여전히 고개가 끄덕여질 정도로 매우 강력하다.

이 책에서 가장 처음에 소개되기도 하고, 어쩌면 가장 중요하다고 볼 수 있는 1번부터 4번까지의 법칙을 간단히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번째 법칙(The Law of Leadership)은 ‘더 좋은 제품보다는 첫번째 제품이 되라’는 것이다. 두번째 법칙(The Law of the Category)은 ‘만약 첫번째가 될 수 없다면, 첫번째가 될 수 있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들어라’이다. 세번째 법칙(The Law of the Mind)은 ‘시장에서 물리적으로 첫번째가 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고객의 마음 속에서 첫번째가 되라’는 것이다. 네번째 법칙(The Law of Perception)은 ‘마케팅은 제품의 싸움이 아니라 인식의 싸움’이라는 것이다.

지금까지 소개한 네가지 법칙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무엇일까? 결국 마케터는 더 좋은 제품보다 ‘다른(different)’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기술적으로 ‘우수한’ 제품보다는 ‘차별적’인 제품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마케팅에서 최고의 가치는 항상 ‘차별화’이다.

CIC FNB의 레스토랑 브랜드 역시 새로운 차별화를 적극적으로 추구하였다. 넓은 공간, 인더스트리얼 인테리어로 장식한 올인원 카페테리아, 미국의 차이나타운과 1970년대 홍콩 분위기의 차이니즈 아메리칸 컴포트 푸드 등 모두 기존의 레스토랑과는 전혀 다른 색다름을 추구한다. 고객의 오감을 자극하는 예술적인 인테리어 역시 새로움의 경험을 극대화한다. 어쩌면 고객은 CIC FNB에서 음식을 사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경험을 사는 것일 수도 있다.

물론, 새롭다고 항상 고객의 선택을 받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차별화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쉽지 않은 차별화의 조건을 만족해야 한다. 예를 들어, 기업이 내세우는 새로움을 목표 고객이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 다시 말해 중요하지 않은 속성의 차별화는 의미가 없다. 또한, 마케터가 강조하는 차별화가 시각적으로 쉽게 전달가능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조건은 경쟁사들이 쉽게 ‘따라할 수 없는’ 차별화여야 한다. 타이밍도 중요하다. 아무리 훌륭한 차별화라고 해도 시대를 너무 앞서가 빛을 보지 못하고 사라지는 사례도 많다.

이처럼 마케터 입장에서 차별화는 결코 쉽지 않은 도전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항상 더 좋은 것이 무엇인지 보다 ‘새로운 것이 무엇인지’에 관심이 많다. 따라서 차별화는 힘들지만 반드시 해결해야 할 마케터의 기본 과제이다.

□ 최현자 서울대 교수

서울 광장동 워커힐호텔엔 더글라스 하우스가 있다. 편리한 시설과 친절한 서비스는 여느 호텔과 다를 게 없다. 워커힐호텔 보다 아차산 기슭에 더 붙어 있어서 서울 시내 ‘호텔’이라기 보다는 한적한 지방의 ‘별장’에 와 있다는 느낌을 준다. ‘힐링 호캉스’를 경험하기에 제격이란 입소문이 나면서 예약이 수월하지 않을 정도다.

사람들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을 정의하는 경향이 있다. 같은 비용이라면 ‘물질 소비’보다 ‘경험 소비’가 소비자에게 더 큰 행복감을 준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경험을 모으는 ‘경험 수집 소비’에 관심을 갖는 소비자들도 많다. ‘죽기 전에 가봐야 할 1000곳’, ‘죽기 전에 먹어봐야 할 1001가지 음식’, ‘20대에 반드시 경험해야 할 60가지’ 등이 경험 수집 욕구를 자극하기도 한다. 한 항공사의 ‘미국, 어디까지 가봤니’라는 광고가 소비자들의 경험 수집 성향을 겨냥한 마케팅 전략으로 유명세를 얻었던 적도 있다.

학계에선 경험을 ‘평범한, 일상적 경험’(ordinary experience)과 ‘특별한, 이례적 경험’(extraordinary experience)으로 구분한 연구들이 많다. 글자 그대로 평범한, 일상적 경험은 일상생활 속에서 평범하게, 그리고 빈번하게 하는 경험이다. 특별한, 이례적 경험은 일상생활에서 쉽게 접하지 못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같은 영화 관람이더라도 비슷한 극장에서 영화를 자주 보는 사람에겐 평범한, 일상적 경험이지만, 몇 년 만에 한 번 혹은 지금까지 한 번도 가보지 못했던 새로운 스타일의 극장에서 영화를 본 사람에겐 특별한, 이례적 경험이다.

나이가 젊을수록 특별한, 이례적 경험에서 행복감을 느끼고 나이가 들수록 평범한, 일상적 경험에서 느끼는 행복감이 더 크다는 사실은 여러 연구들에서 확인됐다. 특별한, 이례적 경험은 흔하지 않고 비일상적이라서 더 오래 기억에 남는다. 그래서 특별한, 이례적 경험들을 수집해서 자신의 ‘경험 이력서’를 채워가는 사람들이 있다.

워커힐호텔을 비롯한 일반적인 호텔이 투숙객들에게 ‘평범한, 일상적 경험’이라면 더글라스 하우스는 ‘특별한, 이례적 경험’이다. 이를 레스토랑에 적용하면, 주변의 많은 레스토랑에서 ‘평범한, 일상적 경험’을 하던 사람들이 CIC FNB의 레스토랑에선 ‘특별한, 이례적 경험’을 한다고 풀이할 수 있다.

CIC FNB가 ‘더티 트렁크’처럼 성공한 브랜드의 여러 점포를 만들기 보다 계속해서 새로운 브랜드를 선보이는 전략을 택한 점은 ‘쾌락적응 현상’을 감안할 때 매우 돋보인다. 사람들은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결국 거기에 적응하기 마련이다. 같은 경험을 반복하는 것은 경험 수집 소비를 하는 사람들에게도 매력적일 리가 없다.

마케터는 소비자에게 ‘특별한, 이례적 경험’을 선사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 한경 CMO 인사이트 구독하기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95694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