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한국형 실업부조 취지 실종
구직활동 인정 상담도 허술
또다른 실업 수당으로 전락
이건 공무원이 할 짓 아니다"

백승현 경제부 기자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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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취업지원제도 취지는 온데간데없이 50만원씩 6개월간 수당을 지급하는 행정만 남았다. 언제까지 국민을 속일 것인가.”

한국경제신문이 4월 13일자 A2면 ‘퍼주기 된 구직수당’ 제목의 기사로 국민취업지원제도의 문제점을 보도한 이튿날 고용노동부 내부망 게시판(백인백색)에 올라온 글의 일부다. 이 글은 약 1주일 만에 5000회 이상 조회됐다.

올해 1월부터 시행 중인 국민취업지원제도는 저소득 실업자, 청년 등 취업 취약계층에 구직수당(50만원씩 6개월간 총 300만원)과 취업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제도로 ‘한국형 실업부조’라고 불린다. 정부의 대대적인 홍보 덕에 26만5000명(21일 기준)이 신청했다. 수당 지급 대상으로 선정된 약 20만 명 가운데 57%는 청년이다.

해당 글을 쓴 A씨가 지적한 부분은 크게 세 가지로, △형식적인 취업 지원 △제2의 실업급여가 된 ‘구직수당’ △고용부의 엉터리 해명 등이다. 우선 부실한 취업지원 절차에 대한 지적이다. 취업활동계획은 당초 3회 이상 상담으로 수립하도록 돼 있으나 고용부는 지난달 신청자 수 폭증을 이유로 상담 횟수를 2회로 줄였다. 그마저도 1회는 집체교육으로 대체하면서 ‘첫 단추’가 엉성해졌고, 두 번째 대면 상담도 집체교육 때 부족했던 내용을 설명하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취업지원제도의 파행 운영은 부실한 실업급여 운영의 결과라고 했다. A씨는 “이거 실업급여하고 똑같네요. 구직활동 두 번 하면 되는 거잖아요”라고 한 신청자의 발언을 소개하며 “제도 참여자의 통찰이다. 우리만 모르는 것이냐”고 자문했다. 그러면서 “원죄는 형식적인 실업 인정”이라며 “형식적인 실업급여 제도 운용에 국민은 이미 익숙해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실질적인 실업급여 상담부터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정책 담당부처가 국민취업지원제도를 운용하면서 핵심 전달 체계인 상담인력 50% 이상을 기간제 비정규직으로 채워놓고 있다는 비판이다.

A씨는 본지 기사와 관련해 “부실하게 운용되는 국민취업지원제도의 현실을 정확히 그려내고 있다”며 “본부는 즉시 보도(설명)자료를 냈지만 현실을 목도하는 우리는 반박할 수조차 없다”고 했다.

"퍼주기만 남은 국민취업지원제…언제까지 국민 속일 건가" 현직 공무원의 탄식

고용부는 국민취업지원제도가 허술한 구직활동 인정으로 ‘퍼주기 복지’가 되고 있다는 지적에 “상담사가 수급자의 취업활동계획 및 취업 역량을 고려하는 등 ‘상담의 전문성’을 적극 활용해 구직활동을 지원하도록 한 것”이라고 설명자료를 냈다. A씨는 이에 대해 “전문성도 상담도 없는 형식적인 실업 인정과 구직활동 확인으로 언제까지 국민을 속일 것이냐”며 “이건 공무원이 할 짓이 아니다”고 마무리했다.

이 글에는 “국가가 국민의 도덕적 해이와 부정 수급을 조장한다” “유능한 젊은이들의 근성을 살려주지는 못할망정 이상한 습관만 심어주는 꼴” 등 직원들의 동의 댓글이 달렸다.

arg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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