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장에서 병사 대신 수색과 정찰, 경계 임무 등을 수행할 최첨단 무인수색차량(사진)의 탐색개발이 21일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방위사업청은 2018년 10월부터 국방과학연구소(ADD), 방산기업들과 진행한 무인수색차량의 탐색개발을 성공적으로 종료했다고 22일 발표했다. 무인수색차량은 기계화 부대 선단에서 수색과 정찰, 경계 등 다양한 임무를 수행하는 최첨단 국방로봇으로, 국내에서 최초로 개발되는 무인 지상전투체계다. 탐색개발은 본격적인 무기체계 개발에 들어가기 앞서 핵심 기술을 연구하고 시제품을 통해 주요 기능과 운용 적합성 등을 판단하는 단계다. 국방과학연구소는 2018년부터 국내 주요 방산기업과 협력해 무인수색차량 연구개발을 시작했다. 차량 설계와 성능시험, 운용성 확인 등을 거쳐 탐색개발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내년부터 체계개발에 착수할 예정이다. 방산기업 중에서도 한화디펜스는 무인 차량 제작과 각종 통신·감시 장치 등을 차량에 통합시키는 중추적인 역할을 맡았다. 지난해 12월부터 약 3개월 간 진행된 최종 운용성 확인 단계에선 작전운용성능과 군 운용 적합성, 전력화 지원요소 등 총 60여개 항목에 대한 평가가 이뤄졌다. 무인수색차량은 6륜 하이브리드 플랫폼으로 원거리에서 원격조종 또는 자율주행으로 임무를 수행한다. 차량은 △(통제차량)종속주행 △경로주행 △장애물탐지 및 정지·회피 △통신단절 시 계획경로 기동 등의 자율주행 모드를 가지고 있다. 특히 하이브리드 동력장치를 적용해 야간 수색·정찰 능력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키고, 기계화 부대의 전투력 향상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국내 기술로 개발된 최초의 전투기인 ‘KF-21’이 9일 위용을 드러냈다. 2001년 정부가 국산 전투기 개발을 공식 선언한 후 20년 만에 거둔 성과다. 이날 공개된 시제기가 2026년까지 모든 시험 단계를 거치면 한국은 자체 기술로 초음속 전투기를 개발한 세계 여덟 번째 국가가 된다. 강은호 방위사업청장은 “마침내 완성된 전투기가 한반도 영공을 든든하게 수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KF-21의 스텔스 기능은 약점으로 지적되지만 대북 억지력은 한층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첫 국산 전투기에 ‘보라매’ 명명방위사업청과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9일 경남 사천에서 열린 한국형 전투기(KF-X) 시제 1호기 출고식에서 전투기를 KF-21로 명명했다. 21세기 첨단 항공 우주군으로의 도약을 위한 중추 전력이라는 의미에서다. 군용 항공기에 붙는 일종의 별칭인 통상 명칭은 공군의 상징인 ‘보라매’로 결정됐다.이날 출고된 시제기는 앞으로 5년간 지상·비행 시험에 사용된다. 다만 첫 시험 비행은 나머지 5대의 시제기 제작이 모두 완료되는 내년 7월 이후 이뤄질 예정이다. 공군은 2028년까지 40대, 2032년까지 모두 120대를 실전 배치할 계획이다.도면상에만 존재하던 전투기가 일반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것은 2015년 KAI 주도로 개발이 본격화한 지 6년 만이다. KF-X 사업은 2028년까지 총 8조8000억원이 투입돼 ‘단군 이래 최대 무기개발 사업’으로 불린다. 2001년 3월 김대중 전 대통령이 공군사관학교 졸업식에서 “2015년까지 국산 전투기를 개발하겠다”고 선언하며 시작됐다. 2002년 당시 공군 주력기인 KF-16보다 약간 상위급 전투기 120여 대를 개발하는 것으로 확정한 뒤 사업이 본궤도에 올랐다.KF-21의 외형은 길이 16.9m, 높이 4.7m, 폭 11.2m다. 미국의 F-16보다는 조금 크고 F-18과 비슷하다. 최대 추력은 4만4000lb(파운드), 최대 이륙중량 2만5600㎏, 최대 탑재량은 7700㎏이다. 유럽제 미티어(METEOR) 공대공 미사일, 독일 딜사의 공대공 미사일(AIM-2000)을 비롯해 현재 개발 중인 장거리 공대지유도탄도 장착할 수 있다. 최대 속도는 마하 1.81(시속 2200㎞), 항속거리는 2900㎞에 달한다. ○스텔스 기능 차로 4.5세대로 분류자체 기술로 개발한 최초 전투기라는 의미는 있지만 한계도 있다. 제한적인 스텔스 기능이 대표적이다. KF-21이 미국의 F-22, F-35 등과 함께 ‘5세대 전투기’로 분류되지 않고 4.5세대급 대접을 받는 이유다.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전시 상태에서 스텔스 기능의 유무는 매우 중요하다”며 “경쟁 기종으로 평가받는 프랑스의 라팔도 개발 이후 끊임없이 성능 개량이 이뤄지고 있지만 우리는 이제 갓 시제기를 출고한 상태”라고 말했다.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기술 이전이 이뤄지지 않아 스텔스 기능이 없는 만큼 현존 미국산 전투기들과 1 대 1로 비교가 안 된다”고 설명했다.총사업액의 20%를 부담하는 공동 개발국인 인도네시아의 미온적 태도도 문제다. 인도네시아는 개발분담금 6044억원을 제때 지급하지 않은 채 미국·프랑스에 전투기 구매 의사를 보여 사업에서 빠질 가능성까지 제기돼왔다. 그럼에도 KF-21은 대북 억지력 향상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신 센터장은 “이른 시일 안에 이 정도 성능을 갖춘 전투기를 개발한 것은 국내 항공 기술이 비약적으로 성장했다는 증거”라며 “북한의 전투기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의 성능을 지녔다”고 말했다.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
“종이 비행기가 실제 비행기로 거듭나는 순간을 앞두고 있습니다.”지난달 24일 찾은 경남 사천 한국항공우주(KAI) 공장에서 만난 방위사업청 관계자는 한국형 전투기(KF-X) 사업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축구장 3개를 합친 넓이(2만1600㎡)의 거대한 공장에는 총 6대의 시제기가 줄지어 서 있었다. KF-X는 동체 길이 16.9m에 날개 길이 11.2m로, F-18과 비슷한 크기다. 시제기 6대 외에도 이와 똑같은 모양의 시험기가 2대 더 있었다. 시험기는 지상에서 실제 수명 시간(약 8000시간)의 2.5배까지 견딜 수 있는지를 평가하는 내구성 시험 등에 활용된다.최초의 국산 전투기를 개발하는 KF-X 사업은 2015~2028년 사이 8조8000억원이 투입돼 ‘단군 이래 최대 무기개발 사업’이라 불린다. 2026년까지 비행 성능과 공대공 전투능력을 갖추는 체계 개발이 끝나면 이후 2년간 공대지 전투능력을 구비하는 추가 무장시험을 한다. 다음달 처음 모습을 드러내는 시제기 1호기(사진)는 현재 92~93% 공정이 완료된 상태다. 이달 연두색 동체에 진회색 옷을 입히면 출고 준비가 끝난다. 나머지 시제기도 내년 7월까지 제작을 마친다. 첫 시험 비행은 이때 맞춰 진행된다.전투기 동체뿐 아니라 80여 개의 주요 부품도 국산화가 이뤄지고 있다. 특히 공중전에서 적기를 먼저 식별하고 지상 타격 목표물을 찾아내는 ‘전투기의 눈’인 AESA(능동 전자주사식 위상배열) 레이더 등은 국내 기술로 독자 개발했다. 핵심 장비인 엔진은 제너럴일렉트릭(GE) 제품을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도입해 39%의 국산화율을 보이고 있다. 전체 부품의 국산화율은 65%를 웃돈다.KF-X 사업의 생산 유발 효과는 24조40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제조사 KAI는 사업 시작 이듬해인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1만1000여 명의 고용을 창출했다. 정광선 방사청 KF-X사업단장은 “사업 완료 시까지 취업 유발 효과는 11만 명에 달할 것”이라고 말했다.변수가 없는 건 아니다. 사업기간을 10여 년으로 빡빡하게 잡고 있어 돌발 요인에 따라 일정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 류광수 KAI 고정익사업부문장은 “날씨가 좋지 않거나 내부 준비가 지연될 경우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며 “주 52시간 근로제가 도입돼 현장에서는 생산에 더 많은 어려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총사업액의 20%를 부담하는 공동 개발국 인도네시아의 미온적 태도도 문제다. 인도네시아는 개발분담금 6044억원을 제때 지급하지 않으면서 미국·프랑스에는 전투기 구매 의사를 보이고 있다. 정 단장은 “공동 개발 무산 등의 상황까지 고려하고 있어 사업 추진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사천=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