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부터 적발땐 최대 1000만원
복지부, 흡연율 낮춘다며
10년 잠자던 규제 빼들어

점주들, 시트지로 유리창 가려야
손님 감소·범죄 노출 우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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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장 내부가 훤히 보이는 통유리창은 편의점의 ‘트레이드마크’다. 국내 1호 편의점인 세븐일레븐 올릭픽선수촌점이 1989년 문을 열 때부터 지금까지 전면 통유리창은 원칙처럼 여겨졌다. 깔끔하게 정리된 매장 내부를 공개해 어두침침하고 어수선한 기존의 ‘동네 슈퍼’와 차별화하기 위한 전략이었다. 하지만 최근 갑작스레 통유리창에 불투명한 시트지를 붙이는 편의점이 늘고 있다. 오는 7월부터 편의점 내부에 설치된 담배 광고가 밖에서 보이면 1000만원 이하 벌금를 부과하겠다는 보건복지부 엄포 때문이다.
“현실 모르는 ‘탁상 규제’”
담배광고 보이면 벌금…편의점 '날벼락'

복지부는 한국의 성인 남성 흡연율을 낮추겠다는 명분 아래 편의점의 담배 노출 규제에 나서고 있다. 질병관리청이 발표한 ‘2020 지역사회건강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성인 남성 흡연율은 36.6%로 집계됐다. 5년 전인 2016년(41.9%)과 비교해 5.3%포인트 떨어졌지만 국민 평균 흡연율(19.8%)에 비해선 여전히 높다. 편의점 등의 담배 광고 외부 노출을 막아 성인 남성 흡연율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20% 초반까지 끌어내리겠다는 게 복지부 생각이다.

담배 광고 규제의 근거는 2011년 제정된 국민건강증진법 9조 4항이다. 이 법에 따르면 담배 광고는 영업소 내에서만 가능하다. 광고 내용이 외부에서 보여서도 안 된다. 그렇지만 지난 10년 동안 이 법령에 따라 편의점 단속이 이뤄진 적은 없다. 현실과 동떨어진 규제라는 지적에 업계뿐 아니라 사실상 정부도 동의해왔기 때문이다.

성인 남성의 흡연율이 좀체 떨어지지 않자 복지부는 2019년 ‘금연종합대책’을 발표하며 10여 년간 잠자던 규제를 꺼내들었다. 지난해 10월부터 2개월간 계도기간을 거쳐 올 1월부터 단속을 시작할 예정이었으나 업계가 반발하자 계도기간을 오는 6월까지로 연장했다.

자영업자가 대다수인 편의점업계는 이 같은 복지부의 움직임을 두고 “현실을 모르는 ‘탁상 규제’”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전면 통유리창 구조로 된 편의점에서 내부에 설치된 광고가 밖으로 보이지 않으려면 편의점 구조 자체를 뜯어고쳐야 하기 때문이다. 편의점업계가 머리를 맞대고 궁여지책으로 찾아낸 대안이 불투명한 시트지를 유리창에 부착하는 방식이다. 시트지를 붙이지 않으면 점주들은 담배회사로부터 받던 월평균 20만~30만원의 광고비를 포기하고 광고를 내리는 수밖에 없다.
엎친 데 덮친 편의점주 ‘울상’
업계에선 규제의 실효성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유리창 너머로 어렴풋이 보이는 담배 광고를 막는다고 흡연율이 떨어지겠냐는 지적이다. 담배업계 관계자는 “담배는 대표적인 ‘목적 구매’ 상품”이라며 “길을 가다가 담배가 맛있어 보여 충동적으로 구매하는 사람은 없다”고 꼬집었다.

소상공인인 편의점주의 매출 타격도 불가피하다. 유리창을 불투명한 시트지로 뒤덮으면 다른 상품의 외부 노출까지 차단돼 소비자 유입이 줄어들 우려가 높기 때문이다. 서울 송파구의 한 편의점주는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을 태운다’는 게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이라고 지적했다.

본격적인 단속이 3개월도 채 남지 않았지만 여전히 단속 기준도 모호하다. 누가, 어디서,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광고 노출 여부가 달라지지만 복지부는 대략적인 단속 가이드라인만 내렸을 뿐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24시간 운영되는 편의점이 불투명하게 바뀌면 바깥에서 안을 들여다볼 수 없어 범죄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는 점도 업주들의 우려다.

대표적 규제 부처인 복지부가 문재인 정부 들어 민간 영역을 지나치게 규제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복지부는 최근 주류업계 옥외광고를 금지하는 국민건강증진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당시에도 자영업자의 현실을 전혀 모르는 규제라는 비판을 받았다. 복지부 관계자는 “담배 광고는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으나 편의점 등 소매점 내부에서만 예외적으로 허용해준 것”이라며 “광고의 외부 노출을 막기 위해 시트지를 붙이는 대신 광고 위치를 바꾸는 등의 방법도 있다”고 말했다.

박종관/노유정 기자 p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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