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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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도 최저임금액 결정을 위한 첫 전원회의가 지난 20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렸습니다. 지난달 말 고용노동부 장관의 심의 요청을 받고 3주 만에 열린 회의였습니다. 당초 계획은 4월 중순 개최 예정이었는데, 관련 단체 한 곳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면서 미뤄진 겁니다. 2차 회의는 약 한 달 뒤에 열립니다. 최저임금 법정 심의기한은 6월 말, 심도 깊은 논의를 하기에 충분치 않은 시간임에도 2차 회의가 한달 뒤에나 열리는 까닭은 최저임금위원회가 '선수 구성'에 애를 먹고 있기 때문입니다.

첫 회의에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최근 2년동안 역대 최저치 인상률을 주도한 공익위원들은 이 자리에 있을 이유가 없다"며 공익위원 교체를 요구했습니다. 특히 바로 맞은 편에 앉아 얼굴을 마주하고 있는 박준식 위원장과 권순원 공익위원 간사(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를 향해서는 "두 사람의 책임을 물어 배제시켜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습니다. 위원장과 간사가 주도해 최근 2년간 최저임금을 각각 2.9%와 1.5%로 결정했다는 이유입니다. 때마침 다음달 13일이면 두 사람을 포함한 공익위원들의 임기가 만료되기도 합니다.

여기서 잠깐, 노동계의 요구대로 공익위원이 바뀌면 최저임금 인상률이 얼마나 달라질까요. 달리 말하면 공익위원 구성에 따라 최저임금 인상률은 얼마나 영향을 받을까요. 상당수의 전문가들은 이런 질문에 고개를 가로젓습니다. 심지어는 문재인 정부 초기 2년간 16.4%와 10.9%를 올린 공익위원들이 지난해 최저임금 심의에 참여했어도 1.5%라는 인상률은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평가도 있습니다.

최저임금법에는 최저임금을 결정함에 근로자의 생계비, 유사 근로자의 임금, 노동생산성 및 소득분배율 등을 고려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물론 본격 논의에 앞서 최저임금위원회는 연구위원회와 전문위원회를 가동해 심의 근거 자료를 수집하고, 위원들은 심의 과정에서 치열한 논쟁을 벌입니다. 하지만 거기까지입니다. 결국 최종적으로 인상률을 결정하는 'D데이'에는 국정을 책임지고 있는 청와대의 뜻이 반영될 수밖에 없다는 게 정설입니다. 청와대와 정부가 항상 "최저임금위원회는 독립기구"라는 점을 강조하면서도, 선거철만 되면 최저임금 인상 공약을 내놓는 것과 비슷한 맥락입니다.

어찌됐건 문재인 정부 마지막 최저임금 심의가 이제 막이 올랐습니다. 지난 4년간 '롤러코스터 인상률'을 기록한 탓에 적정 인상률에 관한 노사 양측의 괴리가 어느 때보다 커보입니다. 결국 내년 최저임금 수준은 심의 막바지 단계인 7월 초·중순 코로나19 백신 수급 상황에 달려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백신 수급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는 내년 경제상황과 내년 3월 대선과 관련 민심의 향방이 최저임금 인상률을 결정하게 될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과거 최저임금위원장을 맡았던 한 인사가 임기를 마치고 떠나면서 남겼다는 말입니다. "최저임금은 경제인 줄 알았더니 정치이더라."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