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현 SK㈜ 사장은 지난달 말 투자자 대상 온라인 간담회에서 “주가 200만원 시대를 열겠다”고 공언했다. 대기업 최고경영자(CEO)가 공적인 자리에서 ‘목표주가’를 밝히는 일은 극히 드물다. 더구나 200만원은 30만원에 육박한 현 주가의 7배 수준이다. 적극적으로 주가를 띄우겠다고 한 것이다. 시점도 2025년까지로 못박았다. 투자업계에선 SK㈜의 기업가치가 상승해야 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이 마무리되는 ‘속사정’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본격화된 지배구조 개편

SK㈜, 기업가치 띄우기 올인…"뭐든 다 한다"
SK의 지배구조 개편 중심에는 SK하이닉스가 있다. SK는 SK텔레콤의 인적 분할을 추진 중이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지난 14일 타운홀 미팅에서 공식화했다. 명분은 주주가치 극대화다.

박 사장의 설명은 이렇다. SK텔레콤 자회사 SK하이닉스 한 곳만 해도 시가총액이 100조원에 이른다. 하지만 SK텔레콤 기업가치를 시장에선 20조원대로 본다. 11번가 ADT캡스 원스토어 등 다른 자회사 가치만 합쳐도 최소 10조원은 된다. 통신사업을 하는 사업회사(가칭 T1), 자회사 지분만 보유하고 있는 중간지주사(T2)로 쪼개 ‘정당한’ 가치를 인정받겠다는 게 SK텔레콤 인적분할의 이유다.

증시에선 쪼개는 데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본다. 지주사인 SK㈜와 T2를 합병하는 것이 ‘종착역’일 것으로 예상한다. 합병은 SK하이닉스를 SK㈜ 자회사로 두는 형태로 진행될 전망이다. SK하이닉스를 자회사로 두면 투자 제약이 사라지고 지배구조를 단순화할 수 있다.

문제는 SK㈜와 T2가 합병하면 SK㈜의 대주주 지분이 희석될 수 있다는 점이다. 최태원 회장의 SK㈜ 지분은 18.44%다. 특수관계인을 다 합쳐도 30%에 못 미친다. 합병 과정에서 지분율이 더 떨어지면 경영권을 위협받을 수도 있다. 과거 ‘소버린 사태’를 겪은 바 있어 SK로선 매우 민감한 이슈다.

최 회장의 지분 희석이 없으려면 SK㈜ 기업가치를 최대한 끌어 올리고 T2 가치는 낮춰야 한다. 그런데 T2 가치를 인위적으로 낮추는 것은 불가능하다. 기존 주주들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박 사장이 타운홀 미팅에서 “SK㈜와 합병하지 않겠다”고 한 것도 시장의 우려를 잘 알고 있어서다. 결국 해답은 SK㈜ 가치를 최대한 끌어 올리는 것밖에 없다. 장 사장이 목표로 한 기업가치는 140조원이다. SK하이닉스의 100조원을 넘어서겠다는 얘기다.
SK㈜, 기업가치 띄우기 올인…"뭐든 다 한다"

SK㈜는 전문 투자사로 변신

SK㈜가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해 택한 것은 투자를 통한 수익 극대화다. 지주사 역할만 해선 주가를 올리는 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지난달 SK㈜ 주주총회에서 영문 사명의 ‘지주사(holdings)’를 뺀 것은 상징적이다. 지주사 간판을 뗀 SK는 ‘전문 투자자’로 불리길 원한다. 워런 버핏의 벅셔해서웨이처럼 되겠다는 것이다. 이 회사 주식은 1주에 4억원을 넘는다.

투자 대상도 증시에서 가장 각광받는 분야를 택했다. 반도체·배터리 소재, 친환경 에너지, 바이오, 인공지능(AI) 등이다. 투자 성과는 적극적으로 알린다. 올초 수소 전문기업인 미국 플러그파워 투자가 대표적이다. SK E&S와 SK㈜가 8000억원씩 총 1조6000억원을 투자했다. 투자 직후 플러그파워 주가가 급등하자 “지분가치 상승분만 2조원을 넘었다”는 자료를 냈다.

배당도 크게 늘렸다. SK㈜는 지난 2월 1주당 7000원의 현금배당을 결정했다. 전년 대비 40%나 증가한 것이다. 배당 총액은 약 3700억원에 이르렀다. “투자 이익을 실현하면 배당 재원으로 쓰겠다”며 배당을 더 늘리겠다는 의지도 보였다.

경제계 관계자는 “최 회장이 강조하는 파이낸셜 스토리를 가장 잘 쓰는 곳이 SK㈜인 것 같다”며 “한국형 투자 전문 지주사 모델을 보여주고 있어 다른 지주사들도 SK의 시도를 관심 있게 보고 있다”고 전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