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암호화폐거래소에 20일 새로 상장한 암호화폐 가격이 순식간에 10만% 넘게 뛰는 이례적인 일이 벌어졌다.빗썸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30분 상장한 아로와나토큰(ARW)은 50원에 거래를 시작해 오후 3시 1분 5만3800원까지 올랐다. 불과 31분 만에 값이 1076배로 치솟은 것이다.빗썸에 등록된 아로와나토큰 검토 보고서에 따르면, 이 암호화폐는 '디지털 금 융복합 플랫폼'을 표방하는 아로와나에서 쓸 수 있는 코인이다. 개발사 측은 "블록체인 기술로 금 유통 과정의 신뢰도를 높이고, 개인이 금을 쉽게 거래할 수 있는 디지털 플랫폼을 구축한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이 프로젝트에는 한글과컴퓨터그룹 계열 블록체인 업체인 한컴위드가 지분을 투자했다.암호화폐업계 관계자들은 이날 아로와나토큰의 상승률이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수준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 거래소 관계자는 "상장 당일 코인 가격이 급등하는 일은 자주 있지만, 10만%라는 상승률은 들어본 적도 없고 말도 안 된다"고 했다.이날 암호화폐 시세가 전반적으로 급락한 상황에서, 신생 암호화폐가 이례적으로 폭등한 배경이 석연치 않다는 지적도 업계 일각에서 제기됐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절대로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가격 흐름"이라며 "굉장히 위험한 것으로, 투자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빗썸 관계자는 "빗썸은 거래 서비스를 제공할 뿐 시세 급등락 원인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면서도 "인지도 높은 기업이 참여하는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관심이 몰린 듯하다"고 말했다.아로와나토큰 가격은 이후 하락해 오후 10시30분 1만7890원을 기록했다. '데뷔 무대'에서 투자자들 눈길을 끄는 데 성공하면서 8시간 동안 거래대금은 3980억원에 달했다. 빗썸 원화시장에 상장된 152개 암호화폐 중 이날 리플, 비트코인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규모다.국내 암호화폐 시장에서는 '상식을 뛰어넘는' 진기록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 주말 업비트에서는 도지코인 하루 거래대금이 17조원을 기록해 유가증권시장을 앞지르기도 했다. 코인 투자 열기가 과열돼 있음을 보여주는 숫자라는 게 업계 안팎의 설명이다.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
100개 안팎으로 추산되는 국내 암호화폐거래소 중 상당수가 오는 9월을 전후로 무더기 폐업할 가능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지난달 25일 시행된 새 특정금융거래법(특금법)에 따라 사실상 거래소의 ‘생살여탈권’을 쥔 은행들이 깐깐한 심사를 예고하고 있어서다.특금법은 자금세탁 방지(AML)와 관련한 일정 요건을 갖추고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신고한 암호화폐거래소만 영업할 수 있도록 했다. 기존 거래소에는 6개월 유예기간을 주고 오는 9월 24일까지 신고를 마치도록 했다.신고를 준비 중인 거래소들이 가장 난감해하는 요건은 ‘은행과의 제휴’ 문제다. 거래소는 투자자 실명을 확인할 수 있는 입출금 계좌를 발급해줄 1금융권(은행)을 구해 와야 한다. 은행은 실명계좌 발급을 요청한 거래소의 위험도, 안전성, 사업모델 등을 종합 평가해 실명계좌 발급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거래소가 ‘믿을 만하다’고 판단되면 계좌를 터주라는 뜻인데, 정부가 거래소 검증 책임을 은행에 미뤘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한다.최근 은행권 분위기로는 거래소들이 실명계좌를 받기 쉽지 않아 보인다. A은행 관계자는 “5~6개 거래소와 상담했지만 평가를 진행하기 어려울 정도로 영세한 업체들이었다”고 말했다. B은행 관계자는 “거래소에서 사고가 터지면 당국이 은행에 책임을 떠넘기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있느냐”고 했다.중소 거래소의 속은 타들어가고 있다. 9월까지 은행을 잡지 못하면 불법 업체가 되기 때문이다. 암호화폐를 현금화(원화시장 운영)하지 않고 코인 거래만 중개한다면 실명계좌를 받지 않아도 된다. 다만 이렇게 하면 투자자에게 외면받을 게 뻔하다.실명계좌 제휴에 성공한 곳은 업비트(케이뱅크), 빗썸·코인원(농협은행), 코빗(신한은행)까지 4개뿐이다. 업계에서는 9월께 살아남을 거래소는 10개를 넘기 힘들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폐업하는 거래소들이 회원에게 돈을 제대로 돌려줄지 불투명하다는 우려도 나온다.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
국내 암호화폐 가격이 20일 일제히 롤러코스터를 탔다. 정부가 전날 암호화폐 관련 불법행위에 대해 오는 6월까지 특별단속에 나선다는 소식에 오전에 일제히 급락했다가 오후에 낙폭을 회복하는 모양새였다. 전문가 사이에서는 ‘거품 징후’가 뚜렷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트위터에 몇 번 언급하자 가격이 두 배 넘게 뛴 도지코인이나, 상장되자마자 1000배가 오른 암호화폐가 잇달아 나타나며 ‘폭탄 돌리기’가 심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이날 국내 암호화폐거래소 업비트에서 비트코인은 오전 한때 6700만원대까지 급락했다가 오후 10시30분 기준 7079만원으로 낙폭을 만회했다. 전일 고가(7682만원) 대비로는 7.8% 하락했다. 해외 비트코인 대비 국내 비트코인의 가격 차(김치 프리미엄)는 13.1%로, 전일 최고치(27.2%) 대비 절반으로 줄었다. 이더리움도 전일 고점(304만원) 대비 8.5% 하락한 278만원을 기록했다.이날 빗썸에 상장된 아로와나토큰(ARW)은 오후 2시30분 50원에 거래가 시작됐다. 30분 뒤인 오후 3시1분에는 5만3800원으로 1075배 폭등했다가 오후 10시30분에는 1만7480원까지 3분의 1로 떨어졌다. 업계 관계자는 “가격 상승이 상상초월이다. 말이 안 되는 수준”이라고 했다. ARW는 한글과컴퓨터그룹 계열의 블록체인 전문기업 한컴위드가 투자한 코인이다. 머스크가 트위터에 언급해 화제가 된 도지코인은 지난 18일 300원대에서 다음날 500원을 돌파했다가 이날 오후 10시30분 기준 474원으로 다시 떨어졌다.이 같은 ‘이상 급등’ 현상을 놓고 전형적인 폭탄 돌리기가 시작됐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도지코인은 발행량이 무제한이기 때문에 발행량이 제한된 다른 암호화폐에 비해서도 급락 가능성이 높다. 투자자 자신이 과대평가된 자산을 매입한 ‘바보’라는 것을 알고서도 더 높은 가격에 매입할 ‘더 큰 바보’가 있다면 그 자산을 매수하는 ‘더 큰 바보 이론’의 전형이란 지적도 나온다.영국 투자분석회사 프리트레이드의 데이비드 킴벌리 연구원은 지난 16일 CNBC와의 인터뷰에서 “도지코인의 상승은 더 큰 바보 이론의 고전적인 사례”라며 “언제든 거품이 터져도 이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주기영 크립토퀀트 대표는 “도지코인뿐만 아니라 암호화폐 시장 전반에서 개인투자자 위주로 폭탄 돌리기 식의 장이 이어지고 있다”며 “버블 붕괴 징후가 뚜렷하다”고 경고했다.도지코인은 미국 개발자인 빌리 마커스와 잭슨 팔머가 2013년 시바견의 밈(meme)인 ‘도지’를 본떠 취미 삼아 만든 암호화폐다. 머스크가 지난 14일 자신의 트위터에 스페인 화가 호안 미로의 ‘달을 향해 짖는 개’ 사진을 게시하며 ‘달을 향해 짖는 도지’라는 트윗을 남긴 이후 세 배 넘게 폭등해 논란을 낳고 있다.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