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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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에서 종합부동산세 부과 방식을 비율 기준으로 바꿔 상위 1~2%에게만 부과하겠다고 나선 것에 대해 전문가들이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는 세금 부과 방식"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금액을 기준으로 하지 않고 비율로 과세하면 조세의 불확실성이 높아져 국민 혼란을 야기한다는 지적이다. 공제 가액을 조정하는 쉬운 방법을 두고 굳이 복잡한 과세 방식을 택할 이유가 없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순위 매겨 세금 부과? 세계 어디에도 없는 방식"
20일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한 조세 및 부동산 전문가들은 비율을 산정해 세금을 부과하는 방식은 세계적으로 찾아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서진형 경인여대 경영학부 교수(대한부동산학회장)는 "세금은 재산가액에 따라 매기는 것"이라며 "다른 국가는 물론 우리 조세 체계에도 이런 방식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종부세 부과 대상을 비율에 따라 정하는 방식은 전날 더불어민주당 일부 의원들을 통해 제안된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의 주택가격을 줄 세운 뒤 2%까지만 종부세를 내도록 하는 방식이다.

이들은 현재의 종부세 부과방식이 국민들의 보유세 부담을 가중시킨다고 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1주택자의 경우 9억원 초과 주택이 종부세 대상이 되는데 최근 발표된 2021년 공시가격에 따르면 전체 공동주택의 3.7%가 공시가격 9억원을 초과했다. 종부세 도입 당시 겨냥했던 상위 1~2%의 부동산 소유자에게만 세금 부담이 가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 공감을 얻고 있는 가운데 비율 과세를 제안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같은 방식은 각종 부작용을 야기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조세의 불확실성을 높여 국민들의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매년 집값 변동에 따라 내 순위가 어느정도인지, 1~2%에 포함되는지 등을 납세자가 바로 알수 없기 때문에 불확실성을 키우게 된다"며 "조세법률주의에 어긋날 뿐 아니라 조세는 명쾌해야한다는 원칙에도 위배되는 개악"이라고 설명했다.
부동산정책 수단 없앨 필요 있나
종부세를 비율로 과세하게 될 경우 부동산 정책의 보조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는 여지가 사라진다는 비판도 나왔다. 현재는 9억원이라는 과세 기준이 있기 때문에 정부가 종부세 부담을 조정함에 따라 공시가격 9억원 안팎에 있는 부동산의 가격을 조금이나마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홍 교수는 "부동산 정책에서 조세는 대표 정책수단은 아니지만 보조적인 역할은 할 수 있다"며 "금액 기준을 없애면 그나마 남아있는 종부세의 이용가치마저 사라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실제 기획재정부 등 정부와의 논의에서 비율 과세는 자연스럽게 도입하지 않는 쪽으로 정리될 것으로 봤다. 세금 원칙에 위배되는 데다, 1주택자의 종부세 공제액을 높이면 아주 간단하게 상위 1~2%만 세금을 내도록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올해 공시가격을 보면 공시가격 12억원 이상 공동주택은 전체의 1.9%에 이른다. 15억원 이상으로 좁히면 비율은 1.1% 가량으로 낮아진다. 1%만 내는 세금으로 만들기 위해선 9억원 공제를 15억원 공제로 바꾸면 간단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물가상승률 등을 고려해 그때그때 가격 기준을 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기재부도 비율 과세가 도입될 가능성을 낮게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재부 관계자는 비율과세가 타당한지 묻는 질문에 대해 "방향성을 이야기한 것 같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도 비율과세가 논란이 되자 진화에 나섰다. 한준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브리핑을 열고 "원내대표단에서는 논의한 바 없고 김성환 원내수석부대표도 논의가 없었다고 확인해줬다"며 "현재 언론에서 나오는 내용들은 논의된 바 없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종부세 논란이 야기된만큼 종부세 제도 자체의 근본적인 문제를 짚어봐야한다는 비판도 내놓고 있다. 최원석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조세 제도는 보편성과 일반성을 갖춰야하는데 징벌적 성격의 종부세는 이같은 원칙에 어긋나는 세금"이라며 "재산세로 통합하되 누진적으로 세금을 부과하는 게 더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강진규/정의진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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