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미래 전기차 시장 가늠할 상하이모터쇼…전통차의 '역습'

폭스바겐·포드·현대·벤츠 등 본격 양산체제 갖추고 경쟁 가세
'알리바바+상하이차' '바이두+지리' '화웨이+베이징차' 등 합종연횡도

"2021년은 전통 자동차 업체들의 '역습의 해'로 기록될 것이다.

"
19일 세계 최대 규모의 상하이 모터쇼가 개막한 가운데 중국 경제일보는 테슬라 같은 전문 업체보다 전기차 사업 출발이 늦었던 전통차 업체들이 본격적으로 전기차 시장에 가세하는 최근의 흐름에 주목하면서 이같이 평가했다.

축구장 50개에 해당하는 36만㎡의 거대한 전시장에서 막을 올린 상하이 모터쇼 현장을 찾아가 보니 미래 자동차 시장의 중심으로 부상 중인 전기차 시장에서 전통 자동차 업체들의 반격 흐름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독일 대중차 회사 폭스바겐은 대형 전시관의 전면에 순수 전기차(BEV) 모델인 ID 시리즈를 대거 배치하면서 중국 전기차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폭스바겐은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사업 중심을 빠르게 옮겨 기존에 세계 전기차 시장을 주도한 테슬라의 가장 강력한 적수가 될 것으로 평가받는 전통차 업체 중 하나다.

이 회사는 이날 준대형 7인승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ID.6X와 ID.6크로스 모델을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두 모델 모두 중국에서 가장 먼저 판매된다.

시장의 관심은 지난달 중국에서 먼저 출시된 엔트리급 SUV인 ID.4 쪽에 더욱 쏠려 있다.

폭스바겐은 중국 현지 생산하는 ID.4X와 ID.4크로즈(CROZZ)를 출시해 중국 전기차 시장에 정면으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엔트리급 SUV인 ID.4는 중국 현지 가격이 20∼30만 위안(약 3천400만∼5천100만원) 수준으로 테슬라의 SUV인 모델Y와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폭스바겐은 광둥성 포산(佛山)과 상하이(上海)에 있는 합작법인 공장에서 ID.4 시리즈 모델을 연간 최대 60만대까지 생산 능력 확보하고 있다.

그간 전기차 시장에서 존재감이 약했던 미국 포드도 모터쇼에서 첫 전기차인 머스탱 마하E를 중국 고객들에게 선보였다.

한국 현대차와 기아도 이날 첫 전용 전기차인 아이오닉 5와 EV6를 각각 중국 시장에서 공개했다.

현대차의 프리미엄 브랜드인 제네시스는 첫 전기차 모델인 G80 전동화 모델을 세계 최초로 선보였다.

글로벌 고급차 브랜드들도 일제히 전기차로 빠르게 몸을 돌리고 있었다.

벤츠는 최초 순수 전기차 세단인 EQS를, BMW는 하반기 출시할 프리미엄급 전기 SUV인 iX를 상하이 모터쇼에 먼저 선보였다.

중국 전통차 업체들도 날로 비중이 커지는 전기차 사업에서 더욱 영향력을 확대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상하이자동차와 지리자동차는 원래 자체 브랜드로 전기차를 만들어왔지만 최근 프리미엄 전기차 전용 브랜드인 R자동차, 지커(極氪)자동차를 새로 만들어 아예 별도의 대형 전시관을 꾸려 신모델을 대거 출시했다.

중국 경제일보는 "폭스바겐, BMW, 벤츠 등 전통의 자동차 거물들이 새 플랫폼을 기반으로 전동차를 양산함에 따라 (전기차 시장에서) 신세력의 역습이 시작됐다"며 "생산·제조에서 고유의 강점이 있는 전통차 업체들이 디지털화, 인터넷화 업그레이드를 하면서 전기차 시장 구도에 충격을 줄 것이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한 중국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전통 자동차 업체들의 전기차 시장 진입이 늦어진 것은 대기업 특유의 (신중한) 의사결정 구조 외에도 투입 대비 산출, 시장 위험 등 요인을 고려했기 때문"이라며 "이들 업체가 일단 전기차 사업을 하기로 결정을 내린 이상 규모 있는 양산을 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전통 완성차 업계의 '반격' 속에서 세계 최대 규모인 중국 시장을 놓고 전기차 전문 업체 간의 경쟁도 치열해지면서 중국 전기차 시장에서는 누가 마지막까지 살아남을지 모를 난전이 펼쳐지고 있다.

지금껏 미국 테슬라와 중국 비야디(比亞迪·BYD)가 양강 체제를 형성한 가운데 중국 전기차 스타트업 '3총사'인 웨이라이(蔚來·Nio)와 샤오펑(小鵬·Xpeng), 리샹(理想·Li Auto)이 양산 단계에 서서히 진입하면서 시장의 기대를 받고 있었다.

특히 테슬라는 작년부터 상하이에서 생산한 모델3를 앞세워 전기 세단 분야에서 압도적 판매 1위 자리를 달렸고 올해부터는 모델Y를 추가로 투입해 전기 SUV 시장 장악까지 노리고 있다.

그런데 최근 전자 상거래 업체 알리바바가 상하이차와 함께 세운 즈지(智己)차, 인터넷 포털 업체 바이두(百度)가 지리(吉利)차와 합작해 세운 바이두차, 부동산 재벌 기업인 헝다(恒大·에버그란데)가 세운 헝츠(恒馳)차, 세계 최대의 차량공유 서비스 업체가 된 디디추싱(滴滴出行) 등이 대거 새로 가세했다.

즈지차는 이날 모터쇼 현장에서 첫 대형 세단인 L7을 세계 최초로 공개하고 예약 판매에 들어가는 등 발빠른 움직임을 보인다.

미국의 제재로 큰 위기에 직면한 화웨이(華爲)도 이날 모터쇼에서 베이징차와 첫 협력 모델인 아크폭스(Arcfox) 알파S HBT 차량을 선보이며 전기차 산업의 주요 '선수'로 뛰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L3급 이상의 자율주행 능력을 갖춘 아크폭스 알파S HBT는 레이저 레이더, 6개의 밀리미터파 레이더, 12개의 카메라와 13개의 초음파 레이더를 탑재했다.

화웨이는 직접 완성차를 만들지는 않지만 여러 협력 자동차 제조사에 자율주행 등 핵심 하드웨어·소프트웨어 플랫폼을 팔겠다는 전략을 세워두고 있다.

또 스마트폰 제조사 샤오미(小米)도 최근 전기차 사업 진출을 선언하는 등 중국의 거대 기술기업과 완성차 업체 간의 복잡한 '합종연횡'(合從連衡: 이해관계 따라 뭉치거나 흩어짐) 양상도 나타나고 있다.

전기차 시장을 놓고 세계 자동차 업체들이 뒤섞여 일대 전쟁을 치르고 있는 것은 세계 자동차 시장의 중심이 예상보다 빨리 전기차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신용 평가사 피치는 최근 펴낸 보고서에서 현재 4%가량인 세계 전기차 판매 비중이 2040년 최대 45%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관측했다.

특히 중국은 정부의 전폭적인 정책 지원 속에서 전기차 전환이 세계에서 가장 빠른 나라 중 하나다.

작년 중국 내 자동차 판매량은 2천531만대로 전년 대비 2.0% 감소했지만 하이브리드차 포함 전기차 판매량은 136만7천대로 전년보다 10.9% 늘어났다.

중국 정부는 지난달 '친환경 자동차 산업 발전 계획'을 발표해 2025년 자국 내 친환경 차 판매 비중을 전체의 20%까지 끌어올린다는 공격적 목표를 제시했다.

이에 작년 136만대 수준이던 중국 내 전기차 판매량은 2025년에는 600만대 이상으로 5배가량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