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시스템 반도체(메모리 반도체를 제외한 반도체) 외주 생산을 확대한다. 대만 UMC 등 외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업체에 맡기는 물량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극심한 반도체 품귀 현상으로 안정적인 생산량 확보의 중요성이 커진 영향이다.

18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업체) 역할을 하는 시스템LSI사업부는 지난주 채용 공고를 내고 이달 말까지 파운드리와 OSAT(반도체 후공정) 관련 외주 기획·운영 경력직을 모집한다. 외주 업체에 대한 기술 검증, 원가 분석이 가능한 경력자들이 채용 대상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부터 대만 UMC 등 외부 파운드리 업체에 ‘카메라의 눈’ 역할을 하는 CMOS이미지센서(CIS) 일부 물량의 생산을 맡기고 있다. 앰코, 네패스 등 OSAT 업체를 통해선 모바일 제품용 칩 관련 패키징(반도체를 전자기기에 장착 가능한 수준으로 가공하는 것)을 진행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가 외주 기획·운영 관련 경력직 채용 공고를 내자 반도체업계에선 “외부 업체의 활용도를 더욱 높이려는 목적”이란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에는 자체적으로 이미지센서를 생산할 수 있는 파운드리 공장과 반도체 후공정을 담당하는 사업부 수준의 ‘TSP총괄’이란 조직이 있다. 파운드리사업부와 TSP총괄의 기술력은 업계 1~2위를 다툰다. 그럼에도 외주 생산을 늘리는 것은 최근 세계적인 반도체 품귀 현상의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작년 말부터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에 고객사 주문이 쏟아져 공장은 ‘100% 가동’ 상태다. 연말은 물론 내년 상반기까지 주문이 꽉 차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고객사 주문 때문에 자사 주력 반도체인 엑시노스 AP(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를 원하는 만큼 생산하지 못하는 상황이 되자 시스템LSI사업부가 외주 확대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반도체 품귀 사태를 계기로 ‘리스크 분산’이 중요해진 영향이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달걀을 여러 바구니에 나눠 담듯 자사 파운드리 의존도를 낮추고 외부 생산 기지를 확보함으로써 향후 제품 조달의 안정성을 높이겠다는 의도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