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반도체 품귀 현상 해결의 ‘키’를 쥐고 있는 세계 1위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업체 TSMC에 돌발 악재가 발생했다. 갑작스러운 정전 영향으로 MCU(마이크로컨트롤러) 등 반도체 생산에 일부 차질이 발생했다. ‘반도체 품귀’ 현상이 더욱 심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8일 외신에 따르면 TSMC는 지난 14일 성명을 통해 “타이난 과학단지 내 송전케이블이 끊어지면서 정전이 발생했다”며 “14공장 가동이 6시간 동안 중단됐다”고 발표했다. TSMC의 12인치 웨이퍼 기반 파운드리 용량의 4%, 세계 12인치 웨이퍼 파운드리 용량의 2%가 타격을 받은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TSMC는 타이난 14공장에서 12·16·40·45·55㎚(나노미터, 1㎚=10억분의 1m) 제품을 생산한다. 최첨단 제품은 아니지만 40㎚, 45㎚ 라인에선 최근 극심한 품귀 현상을 겪고 있는 차량용 MCU와 스마트폰용 CMOS이미지센서(CIS)가 생산된다. 반도체 공장이 잠깐이라도 가동을 멈추면 라인에 올라가 있는 웨이퍼(반도체 원판) 대부분을 폐기해야 한다.

업계에선 반도체 수급에 돌발 악재가 터졌다는 얘기가 나온다. 트렌드포스는 “스마트폰과 완성차 생산이 추가로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TSMC를 통해 제품을 생산하는 NXP, 르네사스 같은 차량용 반도체 업체, 소니 같은 CIS 개발·판매업체에 피해가 생길 것”이라고 분석했다.

올 들어 한파, 화재 같은 천재지변과 정전 등이 반도체 공장에 타격을 주면서 반도체 품귀 현상이 장기화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팻 겔싱어 인텔 대표(CEO)는 최근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에 “자동차산업에서 발생한 반도체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데까지 수년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팹리스 엔비디아의 콜레트 크레스 최고재무책임자(CFO)도 “반도체 수요가 매우 강한 상태”라며 “올해 공급 부족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TSMC는 지난 15일 열린 1분기 실적설명회에서 올해 반도체 투자액을 상향 조정했다. 올 1월 제시한 280억달러(약 31조원)에서 300억달러(약 33조원)로 올려 잡았다. 세계 반도체 공급 부족 사태가 장기화할 것으로 보고 과감한 선제 투자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