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세탁기가 월풀(Whirlpool)의 마지막 텃밭마저 뺏었다!"(2021 미 소비자매체 '컨슈머리포트')
LG전자가 2018년 12월부터 가동을 시작한 미국 테네시주 세탁기 공장. 미국 정부의 세이프가드에 대응하기 위해 현지에 생산기지를 구축했다. LG전자는 지난 15일 이 공장의 생산설비를 증설한다고 발표했다. 한경DB
LG전자가 2018년 12월부터 가동을 시작한 미국 테네시주 세탁기 공장. 미국 정부의 세이프가드에 대응하기 위해 현지에 생산기지를 구축했다. LG전자는 지난 15일 이 공장의 생산설비를 증설한다고 발표했다. 한경DB
LG 세탁기가 관세 부담에도 북미 시장 장악에 나섰다. 특히 미국 현지업체의 마지막 보루라 평가받던 보급형 세탁기에서도 월풀과 비교해 소비자들의 압도적 호평을 받고 있다. LG는 북미시장 수요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현지 세탁기 공장을 증설할 계획이다.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미국 테네시주 클락스빌에 있는 세탁기 공장에 2050만달러(약 229억원)을 투자해 생산설비를 증설하기로 했다고 전날 발표했다. LG전자는 이번 투자로 334개 신규 일자리가 창출돼 클락스빌 세탁기 공장 직원 수가 1000여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토마스 윤 LG전자 북미법인 최고경영자(CEO)는 "LG 세탁기는 미국 고객들의 선택을 받으며 지난 수년간 매출이 두 자릿수로 증가해왔다"며 "테네시 공장 증설은 LG전자 세탁기에 대한 미국 시장의 전례 없이 높은 수요에 대응하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미 시장에서 LG 세탁기 수요는 빠르게 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랙라인과 업계 등에 따르면 2019년 ▲삼성 19.1% ▲LG 17.2% ▲월풀 15.7%였던 미국 세탁기 시장 점유율은 2020년 말 기준 삼성과 LG 모두 20~21%, 월풀이 14%대로 격차가 더 벌어졌다. 900달러 이상에 속하는 프리미엄급에선 삼성과 LG의 점유율이 30%에 육박한다.

월풀이 위기감을 느끼는 건 그나마 우위에 있다고 봤던 보급형 세탁기마저 LG에 밀리고 있어서다.

업계에 따르면 미국의 대표적 소비자 매체 컨슈머리포트는 올 초 LG전자의 '교반식 세탁기'를 해당 부문의 새로운 1위 제품으로 선정했다. 그동안 월풀이 1위를 놓치지 않았던 부문이다. 교반식 세탁기는 세탁조 안에 교반봉(Agitator)이 돌아가는 구조의 보급형 봉돌이 세탁기로 프리미엄 제품인 드럼 세탁기, 통돌이 세탁기와 함께 미국 세탁기 시장을 각각 30%대 점유율로 3등분하고 있는 주요 제품군이다.

LG전자는 그동안 프리미엄 세탁기 시장에 집중하는 전략으로 교반식 세탁기를 출시하지 않다가 지난해 9월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경쟁사 대비 교반봉의 구조 디자인과 모션 제어를 개선한 제품을 선보였다.

그동안 교반식 세탁기의 단점으로 지적됐던 "상하 움직임이 부족해 세탁물이 깨끗하게 세척되지 않는다"는 고정관념을 바꿨다. 그 결과 LG전자의 교반식 세탁기는 컨슈머리포트가 평가한 교반식 제품 중 유일하게 '세탁 성능' 부문에서 만점을 받아 1위에 올랐다.
미국 테네시주 클라크스빌의 LG전자 세탁기 공장. 한경DB.
미국 테네시주 클라크스빌의 LG전자 세탁기 공장. 한경DB.
LG전자 테네시 세탁기공장은 미국 시장 공략과 트럼프 행정부의 세탁기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 조치에 대응하기 2017년 8월 착공해 2018년 12월부터 가동을 시작했다. 세이프가드는 수입업체가 제품을 현저히 낮은 가격으로 판매해 국내 제조업체가 피해를 봤을 때 발동되는 조치다. 세탁기에 대한 미국의 세이프가드는 2017년 월풀의 청원을 계기로 2018년 2월7일 발효됐고 올 초 2년 추가 연장됐다.

세이프가드에 따라 미국은 저율관세할당(TRQ) 기준을 120만대로 설정하고, 첫해에는 120만대 이하 물량에 20%, 이를 초과하는 물량에는 50%의 관세를 부과하도록 했다. 2년차에는 각각 18%와 45%, 3년차에는 16%와 40%의 관세율을 적용키로 했었다.

LG전자가 미국에 지은 첫 생활가전 공장인 테네시 세탁기공장은 현재 드럼, 통돌이, 교반식을 포함해 연간 120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LG전자 관계자는 "이번 증설 투자는 크게 늘어나는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