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주' 비트코인 거래액의 19배
'김치 프리미엄'도 10% 넘게 형성
"가치 모호한 알트코인… 묻지마 투자 가깝다"
[단독] 도지코인 '광란의 금요일'…하루 거래 15조, 코스피 추월 [임현우의 비트코인 나우]

암호화폐 시장의 '묻지마 투자'가 아슬아슬한 수위로 치닫고 있다. 금요일인 지난 16일 하루 동안, 한국 투자자들의 도지코인(DOGE) 거래대금이 15조원에 육박했다. 비트코인(BTC)보다 19배 많았고, 같은 날 유가증권시장(코스피) 거래대금까지 추월했다.

도지코인은 2013년 소프트웨어 개발자 빌리 마커스와 잭슨 팔머가 '재미 삼아' 만든 암호화폐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좋아한다고 해서 유명해졌을 뿐, 이 코인을 활용해 추진되는 사업은 딱히 없다. 암호화폐 업계 내부에서조차 "투기 외에는 설명할 방법이 없는 이상 과열"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도지코인에도 10% 넘게 '김프' 붙어
한국경제신문이 거래 자료를 분석한 결과 16일 업비트 원화시장에서 도지코인 거래대금은 14조9017억원을 기록했다. '암호화폐 대장주' 비트코인의 거래대금은 7778억원으로, 도지코인의 19분의 1에 불과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 전체 거래대금은 14조5799억원이었다.

업비트에서 도지코인 가격(일별 최고가 기준)은 13일 125원, 14일 190원, 15일 238원으로 오르더니 16일에는 밤 10시 45분께 540원까지 치솟았다. 하루 만에 투자금을 두 배로 불릴 수 있었다는 얘기다. 1주일 전과 비교하면 463% 상승했다.

도지코인 값이 뛴 것은 해외도 마찬가지지만, 한국의 상승세는 유독 강했다. 국내 투자자의 '사자' 주문이 몰리면서 도지코인에도 10~15% 안팎의 '김치 프리미엄'이 붙었다. 한국 암호화폐거래소 시세가 해외보다 10~15% 비싸게 형성됐다는 뜻이다.
최근 1주일 새 도지코인 가격 움직임

최근 1주일 새 도지코인 가격 움직임

"이런 코인에도 이렇게 돈 몰리다니"
이날 도지코인 사례는 알트코인을 통해 '한 방'을 노리는 한국 투자자의 특성을 극명하게 보여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알트코인이란 비트코인을 뺀 나머지 모든 암호화폐를 뜻하는데, 값이 싸고 등락폭이 커서 증시의 '동전주'와 같다.

한 암호화폐거래소 관계자는 "특정 알트코인의 하루 거래대금이 10조원을 넘어가는 것은 근래에 전례를 찾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업비트와 더불어 '4대 거래소'로 꼽히는 빗썸, 코인원, 코빗의 16일 거래대금을 전부 합쳐도 5조2377억원(코인마켓캡 추산치)이었다.

블록체인 업계 관계자는 "무명의 알트코인이라고 해도 '이 암호화폐로 이런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나름의 계획을 내놓고 투자자를 모으는데, 도지코인은 그런 것도 없다"며 "머스크를 통해 높아진 인지도와 투기 심리가 결합돼 '묻지마 투자'가 폭발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도지코인은 2013년 당시 인터넷 밈(meme·유행하는 사진이나 영상) 소재로 인기를 끌던 일본 시바견을 소재로 개발됐다. 라이트코인에서 하드포크(체인 분리)된 럭키코인을 다시 하드포크하는 방식으로 만들었다. 개발 이후 한동안 반짝 인기를 얻다가 곧 잡다한 암호화폐 중의 하나로 잊혀지는 듯 했다. 하지만 '스타 CEO' 머스크가 도지코인을 칭송하는 글을 트위터에 계속 올리면서 올 들어 뜨거운 주목을 받고 있다.
[단독] 도지코인 '광란의 금요일'…하루 거래 15조, 코스피 추월 [임현우의 비트코인 나우]

머스크 트윗에 도지코인 가격 출렁
머스크의 '도지코인 사랑'은 유명하다. 머스크는 트위터에 자신이 도지코인 마스코트를 들어올리는 모습을 담은 패러디물을 올리는가 하면 패션잡지 보그를 패러디한 '도그(Dogue)' 그림을 게재했다. 또 "도지코인은 일반인의 암호화폐", "높지도 낮지도 않고 오직 도지"라는 트윗을 날리기도 했다. 머스크가 도지코인을 언급할 때마다 가격은 급등했다.

지난 2월 10일 그는 트위터에 "작은 X를 위해 도지코인을 샀다"고 썼다. 경제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는 "X는 머스크의 아들을 뜻한다"며 "머스크의 트윗 이후 도지코인 가격이 16% 급등해 개당 0.069달러에서 0.08달러로 치솟았다"고 보도했다.

'게임스톱 사건' 직후 도지코인은 미국 개미군단의 상징인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 회원 사이에서 투자해볼 만한 암호화폐로 부상했다. 머스크는 이 때도 농담 반 진담 반 식으로 '도지코인 지원사격' 트윗을 날려 레딧 회원들을 열광하게 했다.

지난 2월 15일에는 도지코인의 유통 활성화를 촉구하고 나섰다. 당시 머스크는 "내 생각에는 도지코인의 지나친 집중이 유일한 진짜 문제"라며 도지코인 대량 보유자들이 물량을 내놓으면 본인이 사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달 1일에도 머스크의 말 한 마디에 도지코인 가격이 급등하는 일이 있었다. 그는 테슬라와 함께 경영하고 있는 우주 탐사기업 스페이스X가 "문자 그대로의 도지코인을 문자 그대로의 달 위에 놓을 것"이라고 썼다. 미국 증시에서 '달'은 가격 급등을 뜻하는 은어로, 머스크의 글은 만우절 장난에 가까웠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트윗 등록 후 몇 분 만에 도지코인 가격이 32% 급등했다.
[단독] 도지코인 '광란의 금요일'…하루 거래 15조, 코스피 추월 [임현우의 비트코인 나우]

"재밌는 코인이지만, 가치는 의문"
암호화폐 공시 서비스 '쟁글'은 "도지코인은 코인 시장의 열풍을 풍자하기 위해 만들어진 밈 코인"이라며 "화폐 단위로 사용되는 비트코인과는 달리 실험성과 재미를 위해 운영되는 측면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쟁글 측은 "도지코인 자체가 장난식으로 만들어진 코인이기에 블록체인 기술이 타깃 시장 내에서 갖는 강점이 뚜렷하다고 볼 수 없다"고 분석했다.

물론 도지코인이 완전히 쓸모 없는 암호화폐는 아니다. 레딧이나 트위터와 같은 소셜미디어(SNS)에서 창작자에게 주는 팁으로 쓰였고, 기부를 위한 후원금 모금에 활용되기도 했다. 다만 이런 것만으로 도지코인이 특별한 가치를 갖고 있다고 보긴 어렵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미국 경제매체 CNBC는 이날 "1주일 만에 가격이 400% 뛴 도지코인이 암호화폐 거품에 대한 공포를 키우고 있다"고 보도했다. 데이비드 킴벌리 프리트레이드 연구원은 "도지코인의 상승은 '더 큰 바보 이론'의 전형적인 사례"라며 "사람들은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 암호화폐에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들어와 가격이 오르면 금방 팔 생각으로 투자하고 있다"고 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