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7월 법정 최고금리 인하(연 24%→20%)를 앞두고 대부업체 사이에선 “이러다가 업계가 공멸하고 말 것”이란 위기감이 확산하고 있다. 현재 금리 수준으로도 수익을 내기 어려운데 추가로 내려가면 사실상 ‘역마진 구간’에 접어든다는 얘기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2002년 연 66%에 달하던 법정 최고금리는 단계적으로 낮아져 현재 연 24%가 적용되고 있다. 여전히 일반 시중은행 등과 비교할 때 높은 수준이어서 대부업체가 저신용 서민들의 ‘고혈’을 짜 폭리를 취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대부업체들은 원가금리를 감안할 때 이 같은 인식은 오해라고 입을 모은다. 업계에 따르면 대부업체들의 평균 대손비용(떼인 돈)은 10%에 달한다. 신용등급 7~10등급에 해당하는 저신용자가 주 고객인 만큼 대출금을 상환받지 못하거나 연체되는 비율이 높다. 또 대부업체들은 ‘제1금융권(은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수 없어 저축은행이나 캐피털사 등에 연 5~6%대 높은 금리를 내고 자금을 차입하고 있다.

여기에다 관리비와 모집비용 등이 대출금의 7%에 달한다. 즉 업체별로 차이가 나지만 각종 비용을 합하면 대부업체들의 평균 원가금리는 연 20~22% 수준이라는 전언이다. 한 대부업체 관계자는 “지금도 간신히 영업을 영위하는 곳이 상당수”라고 말했다.

대부업계는 2018년 법정 최고금리가 27.9%에서 24.0%로 내린 직후에도 급격한 시장 축소를 경험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7년 말 기준 247만3000여 명에 달하던 대부업 이용자 수는 지난해 6월 157만5000여 명으로 36.3% 급감했다. 같은 기간 대출잔액은 16조5000여억원에서 15조원으로 8.9% 쪼그라들었다.

2019년 산와대부(산와머니), 2020년 조이크레디트대부 등 상위 5위권 대부업체가 신규 대출영업을 중단하는 사태가 빚어지기도 했다. 오는 7월 이후 이 같은 흐름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금융위원회는 우수 대부업체를 선정해 은행에서 차입할 수 있도록 해주는 대책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최고금리 인하 충격을 상쇄하기엔 역부족이란 지적이다. 일부 대형 대부업체는 2금융권으로의 도약이나 다른 업종 진출 등 출구전략을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여력이 없는 중소형 업체들은 고사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이인혁/양길성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