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씨티銀, 소비자금융 철수

프레이저 그룹 CEO 취임 후
13개국 소매부문 정리 '초강수'
한국씨티은행은 1967년 씨티은행의 전신인 퍼스트내셔널씨티뱅크(FNCB) 시절 한국에 처음 발을 디뎠다. 주로 한국 내 외국인을 대상으로 영업하다가 채권 인수와 기업금융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했다. 씨티그룹은 2004년 한미은행을 인수하면서 국내 소비자금융(개인 대상의 예금·대출·신용카드 등 사업) 부문에 진출했다. 한국씨티은행은 2000년대 들어 외국계 금융사들이 소비자금융 부문을 철수시킨 뒤에도 SC제일은행과 함께 국내에서 개인 영업을 영위하는 양대 외국계 은행으로 남았다. 이번에 철수를 결정하면서 한미은행 인수 이전처럼 기업금융 등 투자은행(IB) 사업만 남게 될 전망이다.
씨티은행 WM부문 매력…M&A '큰 장' 서나

○씨티 ‘글로벌 사업재편 일환’
씨티은행의 한국 소비자금융 철수는 지난 2월 최고경영자(CEO)인 제인 프레이저가 취임한 이후 구체화됐다. 씨티그룹 차원에서 세계 각 지역의 사업을 재편할 필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커졌기 때문이다. 씨티그룹은 한때 세계 최대 금융회사였으나 2008년 금융위기 등을 거치며 모건스탠리 등 다른 글로벌 금융사에 추월당했다. 프레이저 CEO는 2015년 씨티은행 중남미 책임자로 일할 당시 브라질, 아르헨티나, 콜롬비아 등에서 소비자금융 부문을 매각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

씨티그룹은 세계 19개 국가에서 소비자금융 부문을 운영하고 있다. 이 중 한국을 비롯해 중국, 인도, 러시아 등 13개국의 소비자금융을 한 번에 정리하겠다는 ‘초강수’를 꺼낸 것이다. 수익성이 낮은 소매금융보다는 미국, 싱가포르, 홍콩, 아랍에미리트(UAE), 영국 등 거점 자본시장에서의 자산관리(WM)·투자은행(IB) 사업 등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이다.
○은행 라이선스 노린 M&A장 설까
한국씨티은행은 앞서 2014년과 2017년 두 차례 ‘철수설’에 휘말렸다. 그때마다 행장들은 철수설을 진화하는 데 진땀을 뺐다. 이번 철수 발표는 씨티그룹 본사 차원의 전략적 결정인 만큼 자연스럽게 인수합병(M&A)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게 시장의 분석이다.

한국씨티은행의 지점 수는 39개로 이 중 30개가 수도권에 있다. 2017년 120여 개에 달했던 점포 수를 대폭 줄인 뒤 자산가를 중심으로 한 자산관리(WM) 영업에 집중해 왔다. 금융권 관계자는 “전체 직원(3300여 명) 중 기업금융과 지원부서 인력을 제외하면 고용을 승계해야 하는 인원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한국씨티은행 철수설이 나온 이후 OK금융그룹과 DGB금융지주, KB금융지주 등이 잠재적 인수 후보로 꼽혀왔다. OK금융은 1금융권으로 보폭을 넓힐 수 있다는 점, DGB금융은 수도권 영업 기반을 확대할 수 있다는 점이 각각 인수 유인이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부업 출신이어서 대주주 적격 심사를 통과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OK금융), 인수를 위한 ‘실탄’이 부족하다는 점(DGB금융)이 한계로 지적돼 왔다. KB금융도 WM 부문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잠재 후보로 거론됐다. 하지만 세 후보 모두 공식적으로는 인수 참가를 부인하고 있다.

한국씨티은행의 순자산(6조2953억원)에 국내 은행업 주가순자산비율(PBR)인 0.3~0.4배를 적용하면 몸값은 1조9000억~2조5000억원 수준이라는 분석이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2015년 씨티재팬 매각 당시처럼 WM, 신용카드 부문 등을 쪼개 팔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유명순 한국씨티은행장은 이날 입장자료를 통해 “전략적 차원에서 한국 사업을 기업금융을 중심으로 재편할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기존 소비자금융 고객을 충분히 지원하는 데 우선순위를 두겠다”고 말했다.

빈난새/김대훈/이슬기 기자 binthe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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