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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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은 15일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를 열고 4월 기준금리를 현행 연 0.50% 수준에서 동결했다. 지난해 7월, 8월, 10월, 11월과 올해 1월, 2월에 이어 일곱 번째 '동결'기조다.

한은은 경기 회복 지연 가능성을 고려해 금리를 동결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4차 확산 우려가 높아지는 데다 백신 접종도 당초 예상보다 늦어지고 있다.

코로나19 일일 확진자는 500명대를 유지하다 최근 700명 안팎으로 불어났다. 지난 14일 신규확진자는 731명을 기록한 데 이어 이날도 698명으로 700명대에 육박했다.

앞서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현 상태로 유지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비쳤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출입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금리인상 가능성을 일축했다. 그는 "아직은 실물경제 활동이 잠재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우리 경제가 코로나19 충격에서 벗어나 정상 궤도로 복귀했다고 보기는 어려워 현재로서는 정책기조를 서둘러 조정할 상황은 아닌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고용 부진에 대한 우려도 경기 회복의 발목을 잡고 있다. 지난 2월 금통위에서도 한 금통위원은 "올해 1월 취업자수 감소폭 1998년을 제외하고 가장 큰 데, 상용근로자와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가 증가했다는 점에서 고용의 양극화가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 자영업자들이 업황부진으로 고용원을 내보내고 있는데, 더 나아가 폐업에 이르게 되면 자영업의 고용부진이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다른 위원도 "성장과 고용 간의 괴리가 전례없이 커졌는데, 이는 과거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며 심화된 바 있다"며 "코로나19 위기가 지나간 이후에도 지속될 가능성이 큰 만큼 현재 완화 기조를 당분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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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률 전망치 상향 조정 시사할 듯…"완화기조 장기화 입장 반복할 듯"

이날 금통위에서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최근의 경기 회복세를 언급하면서 매파(통화긴축 선호)적인 견해를 보일 것인지 주목된다. 최근 수출과 민간 지표가 경기 개선세에 힘을 싣고 있어서다.

3월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16.6% 증가한 538만3000달러를 기록했다. 3월 기준 수출액 중 가장 큰 규모로, 지난해 11월 이후 5개월 연속 상승세다. 4월에도 수출이 호조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면서 6개월 연속 수출이 증가할 것으로 점쳐진다. 이같은 수출 증가세는 2018년 3월 이후 가장 긴 기록이다.

민간 지표도 개선 조짐이 엿보인다. 3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00.5포인트로 지난해 1월 이후 처음으로 기준선인 100을 돌파했다. 기준치 100(2003~2019년 평균치) 이상이면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경기가 낙관적이라는 의미다.

이에 이 총재가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물가 전망치 상향 조정을 시사할 지 주목된다. 최근 OECD와 IMF도 올해 국내경제 성장률을 각각 3.3%, 3.6%로 상향 조정했다.

앞서 이 총재는 지난달 출입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향후 성장경로에 불확실성이 여전히 남아 있지만, 올해 국내 성장률은 종전 전망치(3.0%)보다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물가에 대해서도 "1% 후반으로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물가가 기존 전망치인 1.3%를 뛰어넘을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아직까지 통화완화 기조를 강조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가계부채 확대와 같은 금융불안정 요소가 상존해서다. 3월 은행의 가계대출은 6조5000억원 증가했으며, 3월 증가액 기준으로는 속보 작성(2004년) 이후 두 번째로 큰 규모다.

김지나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경기 기대감을 인정하면서도 내수 부진과 고용시장 취약성, 코로나19 재확산 등을 들어 완화기조 장기화라는 기존의 입장을 반복적으로 드러낼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