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최신 패션 트렌드가 한눈에
2001년 신발 커뮤니티에서 시작
2009년 온라인 패션 쇼핑몰로 확장
19년 만에 年 거래액 1조2000억

국내 최대 패션 플랫폼으로 성장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국내 온라인 패션 시장은 ‘무신사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10년여 전만 해도 오프라인 매장에서 직접 입어보고 옷과 신발을 사는 게 소비 관행이었다. 이런 고정관념을 깬 1등 공신이 ‘패션 전문 온라인몰 1위’ 무신사다. 옷의 상세 사이즈뿐 아니라 스타일링 팁, 최신 트렌드와 엮은 매거진 등 콘텐츠와 상품을 묶어 트렌드에 민감한 젊은 층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2001년 ‘무진장 신발 사진이 많은 곳’이라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시작한 무신사는 2019년 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스타트업을 일컫는 유니콘 기업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국내 기업 중 10번째다. 패션업계에선 무신사가 유일하다.
MZ세대의 놀이터
성장세는 놀랍다. 국내 패션시장 규모는 2016년 43조2000억원에서 지난해 40조8000억원(한국섬유산업연합회)으로 5.6% 줄었다. 하지만 같은 기간 무신사의 거래액은 1990억원에서 1조2000억원으로 여섯 배 폭증했다. ‘패션산업은 레드오션’이라는 편견을 깼다. 단순히 브랜드를 입점시켜 판매하는 플랫폼 역할에서 벗어나 ‘될성부른 떡잎’ 같은 신규 브랜드를 발굴하고 지원해주는 투자자 역할까지 한다는 점에서 “무신사가 한국 패션업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무신사의 성장은 두터운 마니아층 확보에서 시작됐다. 신발을 좋아하는 1020 남성을 겨냥한 전략이 주효했다. 2001년 당시 고교 3학년이었던 조만호 학생(현 무신사 대표)이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신발 사진들을 모아 두기 위해 개설한 무신사. 그 안에는 당시 국내에선 보기 어려웠던 나이키, 아디다스 등 글로벌 브랜드의 신상 신발 사진이 가득했다. 신발 수집 마니아층이 몰려든 건 시간문제였다. 이후 패션 화보와 상품 큐레이션 등 패션 콘텐츠를 묶어 ‘무신사 매거진’을 낸 것이 2009년부턴 쇼핑몰 형태로 발전했다. 다른 쇼핑몰이 ‘제품 판매 플랫폼’으로 시작한 것과 비교하면 출발점이 다르다.

“무신사에 가면 국내에 없는 신상 신발을 살 수 있고 ‘핫’한 스타일링 팁도 얻을 수 있다”는 인식이 1020세대 사이에서 퍼져나간 것이 첫 번째 성공 비결이다. 트렌드 리서치업체 오픈서베이가 지난해 발표한 ‘패션 트렌드 리포트’에 따르면 전 연령(13~52세)에서 ‘무신사는 다양한 제품이 있고’(55.1%), ‘다른 곳에서 구매할 수 없는 제품과 브랜드가 있는 쇼핑몰’(33%)로 인지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체 회원 중 10~30대 소비자 비중이 90%에 달하는 것도 무신사의 성장비결이다. 트렌드에 민감한 1020세대뿐 아니라 10여 년 전 무신사에 ‘입문’했다가 30대가 된 직장인들까지 회원으로 확보한 것이다. 현재 무신사의 회원 수는 840만 명을 넘어섰다.
커뮤니티·쇼핑몰·투자자 ‘끊임없는 진화’
유니콘 기업 반열에 오른 무신사는 내부적으로는 여성복·명품·화장품·골프웨어 등으로 영역을 확장하는 한편 밖으로는 신생 브랜드 육성에 힘을 쏟고 있다. 2016년엔 여성복 전문 쇼핑몰 ‘우신사’를 열었다,

지난해 유명 디자이너 브랜드 ‘준지’를 입점시킨 데 이어 올 들어선 프랑스 명품 브랜드 ‘이자벨 마랑’도 들였다. 미국 브랜드 ‘폴로 랄프로렌’이 무신사에서만 연간 10억원 이상의 매출을 내고 있다. ‘리바이스’가 한정판 청바지를 무신사에서만 단독 판매하는 것도 ‘무신사 파워’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2~3년 전부터 무신사의 관심은 ‘패션 생태계 조성’에 있다. 2018년 6월 서울 동대문에 패션 특화 공유오피스인 ‘무신사 스튜디오’를, 2019년 홍대에 복합문화공간 ‘무신사 테라스’를 연 것도 패션, 문화, 음악, 전시, 디자인 등을 아우르는 생태계 조성을 위해서다.

지난해 7월엔 스니커즈 리셀(재판매) 전문 앱 ‘솔드아웃’을 선보이며 ‘신발에 특화된 무신사’ 면모를 과시하기도 했다. 솔드아웃은 2개월 만에 회원 10만 명을 끌어모으며 화제가 됐다.

무신사는 계열사 무신사파트너스를 통해 신규 패션 브랜드 육성을 시작했다. 또 세콰이어캐피털, IMM인베스트먼트로부터 지난달 1300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무신사는 이번 투자 유치 과정에서 약 2조5000억원 규모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았다. 투자자금을 통해 신진 브랜드 육성을 위한 초기 투자, 신규 카테고리 확장, 입점 브랜드의 해외 진출 등을 추진할 방침이다. 무신사는 최근 ‘슬로코스터’, ‘소셜그린클럽’, ‘골스튜디오’ 같은 신생 브랜드에 투자하기도 했다.

중소 패션 브랜드를 알리기 위한 옥외 디지털 광고도 지원해주고 있다. 입점 브랜드의 생산, 재무, 물류, CS 컨설팅을 지원해주는 것은 물론 해외 진출에 관심 있는 브랜드에는 글로벌 브랜드와의 협업(컬래버레이션) 컨설팅도 한다.

브랜드가 안정적으로 생산 및 마케팅 활동에 집중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이자 비용으로 다음 시즌 생산 자금을 빌려주는 동반성장 프로그램도 가동하고 있다. 무신사가 2015년부터 진행한 동반성장 프로젝트 지원금은 468억원을 돌파했다. “성공하고 싶다면 백화점이 아니라 무신사로 가라”는 말이 패션업계 정설로 자리잡은 배경이다.

배정철/민지혜 기자 bj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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