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용 반도체 대란으로 글로벌 자동차 업계가 연쇄 셧다운(일시 가동중단) 사태를 맞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힘겹게 넘고 있는 국내 완성차 업계도 반도체 대란 앞에서는 속수무책인 모습이다.13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시작된 반도체 부족 사태는 올 초부터 전 세계 자동차 시장에 본격적으로 반영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한국GM을 시작으로 쌍용차, 현대차가 공장 가동을 일부 중단하거나 감산에 돌입한 상황이다. 현대차는 최근 울산1공장에 이어 주력 세단인 그랜저를 생산하는 아산공장까지 멈춰 세웠다. 완성차, 코로나19 사태 속 선방했지만 반도체 수급난 '암초'국내 자동차 시장은 지난해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팬데믹) 속에서 유일하게 성장한 내수시장이었지만 반도체 대란이란 큰 걸림돌을 다시 만나게 됐다. 지난해 코로나19 사태 당시와 달리 이번 반도체 대란의 경우에는 생산량 조절 외에 상황을 타개할 묘수가 없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작년 2월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코로나19 여파로 중국산 부품 재고가 바닥나자 공장 가동을 일시적으로 멈췄지만 금방 생산을 재개했다. 당시 중국 현지 공장 근로자들의 출근이 제한되면서 부품 생산에 차질이 생겼지만 이내 방역 조건을 완비한다는 조건 하에 근로자들이 다시 투입됐기 때문이다. 이후 정부의 신속한 방역과 긴급금융지원, 개별소비세 감면 등 내수 진작책에 국내 시장은 일찌감치 안정세를 찾았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작년 내수 판매는 전년 대비 6.2% 증가한 190만여대로 사상 처음으로 190만대를 넘겼다. 같은 기간 세계 자동차 판매가 14% 감소한 것과 대조된다. 미국, 일본 및 유럽 독일 등에서는 10%대 판매가 줄었다. 그러나 반도체 대란 사태의 경우 기존 반도체 업체들이 섣불리 차량용 반도체 사업에 뛰어들지 않고 있다. 산업 자체가 진입장벽이 낮고, 수익성도 낮은 탓이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를 증설한다고 해도 2~3년의 시간이 걸리기에 당장의 수급 불안을 해결하기는 어렵다. 이번 대란은 코로나19 사태 속 지난해 반도체 업계가 차량용 반도체 생산 비중을 줄이고, IT 분야 반도체 생산을 늘리면서 촉발됐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공급 부족의 신호가 여러 곳에서 감지됐지만 올해 초 미국 텍사스 한파, 일본 르네상스 공장화재 등으로 피해가 본격화됐다. 게다가 최근 전 세계 자동차 업계의 반도체 확보를 위한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한국의 경우 차량용 반도체 해외 의존도가 무려 98%에 이르는 만큼 더욱 문제 해결에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진단이 나온다.현재 미국GM을 비롯해, 토요타, 폭스바겐 등 세계적인 자동차 회사들이 생산량을 줄이거나 조업을 일시적으로 중단한 상태다. GM은 인기 차종 생산 공장마저 가동을 중단하기 이르렀다. 그간 비인기 차종의 생산을 줄여 인기 차종의 반도체 수급을 메꿔왔는데 이마저도 역부족이 돼 버린 것이다.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으로 전 세계 자동차 생산 손실은 올해 100만대를 넘어설 전망이다. IHS마킷은 올해 1분기에만 생산 차질 물량이 130만대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매출은 606억달러(약 69조원)가량 줄어들 것이라고 글로벌 컨설팅 업체 알릭스파트너스는 전망했다. 역대급 사전계약 기록한 아이오닉5 EV6 어쩌나현대차, 기아 등 국내 1, 2위 자동차 업체들이 올해를 전기차 원년으로 선포하고 전용 자동차를 잇따라 선보인 상황에서 반도체 대란 우려는 더 커지는 상황이다. 전기차에는 반도체가 내연기관차에 비해 2~3배가량 더 들어간다. 역대급 사전계약 대수를 기록한 아이오닉5와 EV6가 반도체 공급 차질로 앞으로의 수요를 감당할 수 있을 지 미지수라는 진단이 제기되는 이유다. 현대차 코나와 아이오닉5는 전방 카메라 반도체와 PE모듈 공급 문제로 이미 생산을 중단한 상태다. 일주일 생산 중단으로 아이오닉은 6500여대의 생산 차질이 우려된다. 기아 첫 전용 전기차 EV6도 오는 7월 고객 인도가 예정됐지만 반도체 수급 문제로 계획이 미뤄질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미래차에서 전장 부품 비중이 기존 내연기관의 2배를 넘는 70%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국내는 관련 공급망이 취약해 성장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고 우려했다.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
현대자동차가 12~13일 충남 아산공장(그랜저 및 쏘나타 생산공장)의 가동을 중단한다고 12일 공시했다. 차량용 반도체를 구하지 못한 결과다. 하지만 아산공장 직원들은 공장 문을 닫는 이틀 동안에도 임금 100%를 받을 예정이다. 이유는 무엇일까. 현대차는 아산공장에서 쓰는 반도체가 부족해 공장 가동이 어려워지자 노동조합과 논의를 시작했다. 회사 측은 당초 사흘간 휴업하고, 나흘 동안은 공장 절반만 가동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노조는 휴업을 거부했다. 휴업을 하면 근로자들은 평균 임금의 70%를 받는데, 이를 수용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노조의 반발이 계속되자 회사는 새로운 제안을 내놨다. 5일간 휴업하자는 제안이었다. 노조는 이 제안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회사 측은 거듭 제안을 내놓다가 결국 임금 100%를 지급하는 재택교육을 이틀간 우선적으로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휴업 여부는 추후 다시 논의하겠다는 계획이다. 온라인교육은 친환경자동차 및 자동차 구조를 중심으로 이뤄진다. 친환경차 교육의 핵심 주제는 △친환경차 동향 △전동차 이해 △충전시스템 △친환경차 안전 등으로 구성된다. 자동차구조에 대한 교육은 △제원 △엔진 △섀시 △편의 및 안전 사양 등이 핵심 주제다. 회사 안팎에서는 "당장 급한 교육은 아니다"라는 평가가 나온다. 휴업을 하지 못하다보니 차선책을 선택한 교육이라는 지적이다. 업계에서는 반도체 공급난은 현대차 뿐만 아니라 글로벌 자동차업체 대부분의 문제이고, 휴업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현대차 노조의 분위기는 다르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 9일 소식지를 통해 반도체 공급난의 책임은 회사에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사측이 이윤 극대화를 위해 특정 업체의 부품 공급에 의존한 데 따른 것으로 전적으로 경영층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를 간과하고 올해 임금 및 단체협상 교섭을 파행으로 몰고가면 투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반도체 공급난 때문에 실적이 나빠지더라도 임금 교섭과 연결시키지 말라는 주장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현대차 울산 1공장은 지난 7일 이미 휴업을 시작했다. 울산1공장 휴업은 14일까지 이어진다. 이 공장은 아이오닉 5와 코나 등을 만들고 있다. 쌍용자동차도 8~16일 경기 평택공장의 가동을 멈추겠다고 밝힌 상태다. 해외 업체의 사정도 비슷하다. 폭스바겐과 도요타, 테슬라, 포드, 제너럴모터스(GM) 등 굵직한 업체들은 모두 생산량을 줄이거나 공장 가동을 멈추고 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
지난달 중순 강원 원주지역 한 건설 공사 현장에 레미콘 타설을 위해 위해 콘크리트믹서트럭 한 대가 들어서자 3명의 노동조합원들이 진입을 가로 막았다. 그 중 한 명이 멈춰선 트럭 앞으로 다가오더니 갑자기 쓰러지는 시늉을 했고, 다른 한 명이 사진을 찍으며 트럭이 사람을 받아치는 듯한 연출을 했다. 운반비 인상을 위한 투쟁에 합류하지 않은 다른 노조단체 소속 레미콘운송차주에 앙심을 품고 납품을 방해한 것이다. 지난 5일 청와대 게시판엔 “양대 노총의 시위로 원주지역 건설 노동자들의 생계가 막막해지고 있다”며 “레미콘이 출하되도록 도와달라”는 국민청원도 올라왔다.국토교통부가 건설기계 임대업자를 보호하기위해 12년째 콘크리트믹서트럭 신규 등록을 중지한 가운데, 레미콘업계가 공급 차량 부족에 따른 극심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 정부가 신규 진입을 금지하면서 레미콘업계에선 운반비 68.6%급증, 불법 번호판 거래, 사고 위험 및 미세먼지 발생 증가, 폐업 등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는 지적이다.레미콘업계는 정부가 올해 수급조절 대상에서 콘크리트믹서트럭을 제외해 수요와 공급에 따른 시장의 순기능을 되살려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배조웅 한국레미콘공업협동조합연합회 회장은 “레미콘은 전체 925개 업체 중 98%가 중소기업”이라며 “정부가 12년간 5만여명의 레미콘업계 종사자는 도외시한 채 노조의 권력을 등에 업은 2만여명 운송차주에 유리한 결정을 내렸다”고 지적했다. 운반비 69% 급등…번호판거래 ‘암시장’도국토부는 콘크리트믹서트럭을 수급 조절 대상에 제외시킬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지난달 대한건설정책연구원에 연구 용역을 의뢰했다. 이번 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오는 7월 열리는 건설기계수급조절위원회에서 콘크리트믹서트럭 등의 수급조절 방안을 결정할 예정이다. 유진, 삼표, 아주 등 레미콘업계는 올해엔 예년과 다른 결과가 나오길 기대하고 있다. 건설기계 수급조절 제도는 건설기계 대여시장의 안정화를 목적으로 2007년 도입됐다. 굴삭기, 불도저, 덤프트럭 등 27종의 건설기계를 대상으로 2년마다 수급조절 여부를 심의한다. 콘크리트믹서트럭과 덤프트럭은 건설기계 중 유일하게 2009년부터 현재까지 12년간 신규 진입이 금지됐다. 콘크리트믹서트럭이란 레미콘을 실어 나르는 차량으로 레미콘업계에선 유일한 운송 수단이다. 레미콘은 시멘트에 모래와 자갈 물 혼화제 등을 섞어 만든 건설 기초자재다.그동안 콘크리트믹서트럭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부족하다보니 부작용이 컸다는 분석이다. 한국레미콘공업협회에 따르면 전국 건설현장에서 필요한 콘크리트믹서트럭은 2만4526대인데, 실제 2만1419대만 운행되고 있어 3107대가 부족한 상태다. 최근과 같은 성수기(매년 3~5월)땐 공급 부족이 6302대로 2배로 늘어난다. 이로인해 레미콘 운반비는 1회 운송당 2009년 3만313원에서 현재 5만1121원으로 12년간 68.6% 급증했다. 같은 기간 레미콘 공장갯수는 893개에서 1083개로 21.3%증가했고 레미콘 가격도 ㎡당 5만6200원에서 6만2100원으로 10.5% 상승한 것과 비교하면 지나치다는 평가다.레미콘 운송차주들이 2012년부터 단체를 결성해 매년 운반비 인상을 요구하며 운송거부 등 단체행동을 벌인 결과라는 분석이다. 한 레미콘업체 사장은 “사실상 공급 독점의 집단 카르텔이 형성돼, 작년 여러 업체들이 운반비를 안올려줬다고 레미콘 공급을 중단해 폐업하는 사례가 발생했다”며 “시장 불균형이 지속되면서 잦은 공사 중단으로 건설사와 건설 일용직 노동자들도 피해를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총량제로 묶이다보니 기존 사업권이 높은 가격을 주고 매매되는 암시장도 형성됐다. 사업자가 은퇴할 경우에 신규 진입이 가능한데, 차량 구입비에 ‘번호판 프리미엄’이라는 웃돈을 얹어줘야만 거래가 가능한 것이다. 레미콘업계 관계자는 “번호판 프리미엄을 주는 것은 불법”이라며 “‘정년없이 주40시간만 근무하는 일자리’라는 소문이 퍼지면서 인기가 높아져 번호판 프리미엄이 최근 4000만원까지 올랐다”고 말했다. 노후화에 잦은 사고·미세먼지 문제도콘크리트믹서트럭 신규 진입을 막으니 안전과 환경 등 사회적 문제도 일으켰다. 레미콘공업협회에 따르면 전체 차량 가운데 10년이상 노후 차량 비중이 40%이고, 20년 이상 비중도 14%에 달한다. 운전자 연령대도 60대 이상이 46%다. 콘크리트믹서트럭 제조업체 관계자는 “노후된 차량을 제때 정비하거나 교체하지 않으면 자체 결함으로 교통 사고 위험이 높아진다”며 “이러한 안전문제 때문에 버스의 경우 차령이 11년이상이면 무조건 운행을 중단하지만 콘크리트믹서트럭은 그러한 규정 자체가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 2019년 경기 용인에서 노후화된 콘크리트믹서트럭의 브레이크고장으로 29중 추돌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콘크리트믹서 트럭에서 배출되는 미세먼지 역시 큰 문제다. 2016년 통계에 따르면 자동차 1대당 미세먼지 배출량이 약 1.4㎏인데 반해 덤프와 콘크리트믹서트럭은 1대당 15㎏의 미세먼지를 배출해 자동차보다 약 11배 높은 미세먼지를 배출한다. 콘크리트믹서트럭 제조업체 관계자는 “노후차량의 미세먼지 배출 문제는 수년째 해결되지 않고 있다”며 “20년이상된 제품의 경우 미세먼지 배출량이 최근 출시된 제품보다 3배~4배 수준으로 많다”고 밝혔다. 업계 빠진 수급조절위 "노조 입장만 반영"비판도신규 진입 금지로 몸값이 높아지고 있는 레미콘 운송차주를 상대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과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등이 세 확장 경쟁을 벌이면서 업계의 어려움은 가중되고 있다. 작년 8월 경남 김해 지역에선 레미콘 운송차주 100여명이 한국노총에 가입했다가 1주일 만에 탈퇴하고 다시 민주노총에 가입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지난달 강원도 원주에선 레미콘 운송차주간 일자리 배정 문제를 놓고 양대 노총이 맞불집회를 벌이며 충돌해 인근 건설 현장과 레미콘 공장이 올스톱되는 사건도 벌어졌다.올해 신규 진입 가능 여부를 결정할 건설기계수급조절위는 국토부, 산업통상자원부, 서울시, 부산시, 경기도 등 관련 공무원과 대학 교수, 민주노총, 한국노총, 건설기계 제조사측 단체 등 15명으로 구성됐다. 하지만 레미콘업계는 빠져있다. 레미콘공업협회 관계자는 “직접 이해당사자인데도 레미콘 중소기업인들은 한번도 수급조절위 위원에 포함된 적이 없다”며 “전체 15명 위원 가운데 노동조합 소속이나 친노조 성향분들이 많아 현장의 목소리를 잘 반영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현대자동차 타타대우 등 콘크리트믹서트럭 제조업체들은 시장 불균형의 문제점을 국토부에 수차례 건의했다. 레미콘업계 역시 수급조절 규제를 푼다면 3000명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국토부는 임대업체의 눈치를 보느라 제대로 수용하지 않고 있다는 평가다. 국토부 관계자는 “업계 의견을 수렴하고 연구 용역 결과에 따라 위원회에서 최종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