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 추덕영 기자  choo@hankyung.com
일러스트= 추덕영 기자 choo@hankyung.com
교촌치킨은 30년 전통의 프랜차이즈다. 매출을 기준으로 국내 1위 치킨업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올해 창립 30주년을 앞두고 교촌은 지난 2년간 대대적인 변화를 꾀했다. 그 시작은 2019년 3월 창업주인 권원강 교촌에프앤비 회장이 스스로 회장직을 내려놓고 전문경영인 체제를 선언한 것이었다. 권 회장 자리를 이어받은 인물은 롯데그룹에 40년간 몸담았던 유통 전문가 소진세 전 롯데그룹 사회공헌위원장이다.

소 회장이 회사를 맡은 2020년 교촌은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연결기준 매출 4476억원, 영업이익 410억원을 기록했다. 가맹점 매출은 처음으로 1조원을 돌파했다. 업계 최초로 유가증권시장 직상장에도 성공했다. 전문경영인 체제가 성공적으로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1등의 원칙 지키되 혁신하라”

1991년 경북 구미시의 33㎡ 남짓한 작은 가게에서 시작한 교촌은 2014년 업계 1위로 올라섰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교촌은 ‘주력 메뉴’와 ‘가맹점과의 상생’을 원칙으로 성장을 거듭했다.

교촌이 치킨업계 1등을 지킨 핵심 원동력은 남들에게 없는 ‘온리 원 메뉴’였다. 후라이드와 양념치킨으로 양분됐던 시절 간장치킨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열었다. 레드, 허니 등 신제품마다 시그니처 메뉴가 되면서 트렌드를 이끌었다. 품질 우선 원칙은 권 전 회장이 물려준 유산이다. 국내산 통마늘과 발효간장 소스를 쓴 간장 양념, 인공 캡사이신을 쓰지 않고 국내산 청양 홍고추를 착즙해 매운맛을 내는 레드 시리즈, 사양 벌꿀 대신 아카시아 벌꿀을 활용한 허니 시리즈 등이 모두 스테디셀러가 됐다. 허니 시리즈는 지난해 1500만 마리 이상 팔렸다.

가맹점 출점 전략에도 교촌만의 원칙이 있다. 거주 인구수 기준으로 한 가맹점의 단일 영업권을 보호하는 방식을 고집했다. 지난 30년간 가맹점이 영업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매장 컨설팅과 메뉴 교육 등 지원책을 꼼꼼히 챙겼다. 상생 방침은 본사와 가맹점당 매출 모두 업계 1위라는 지표로 이어졌다. 교촌의 가맹점당 매출은 7억4000만원으로 치킨 브랜드 중 가장 높다. 경쟁사 대비 매장 수가 20~30% 적은 데도 업계 1위를 유지할 수 있는 배경이다.

해결사 소진세…가맹점·소비자 ‘윈윈’

소 회장은 취임 직후 “품질을 더 끌어올리기 위해 연구개발(R&D)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육R&D센터를 세워 가맹점 주방과 똑같은 환경에서 점주들이 교육받을 수 있도록 했다. 코로나19로 현장 교육이 제한되자 가맹점 교육용 앱도 개발했다. 직원과 가맹점주 모두 비대면으로 교육받을 수 있는 환경을 발 빠르게 구축했다. R&D 역량이 올라가자 신제품 출시 주기도 빨라졌다. 순살 치킨, 후라이드 치킨, 시즈닝 치킨 등 교촌에 부족했던 새로운 영역의 신제품이 잇따라 나왔다.

소 회장이 취임했을 당시 교촌에는 고객 불만이 급증하고 있었다. 치킨 수요는 늘어나는데 매장마다 주문받을 능력이 부족해 주문 불가, 배달 지연 사태가 빈번했다. 일반 프랜차이즈는 이런 상황에서 점포 수를 늘리는 손쉬운 방법을 택하지만 소 회장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가맹점을 더 내기보다 기존 매장 규모를 키워 점주들과 상생하는 방식으로 가자”고 제안했다.

신규 출점은 신도시와 비어 있는 상권 위주로 한다는 기존 원칙을 고수했다. 그 대신 소형 매장을 중대형 매장으로 전환했다. 코로나19가 확산함에 따라 다른 브랜드들이 배달전용 소형 매장을 늘릴 때 교촌은 반대 전략을 쓴 것이다. 그 결과 지난해 중대형 매장으로 전환한 106개 점포의 치킨 판매량은 이전보다 26% 늘었다. 지난해 가맹점의 배달 매출은 전년보다 21% 상승했다. 전국 1269개 점포 가운데 지난해 폐점한 매장은 한 곳뿐이다.

교촌 30주년, 글로벌 종합식품외식그룹 도약

교촌은 올해를 제2 도약의 원년으로 삼았다. 물류 시스템 개선 등을 통해 기존 사업의 구조적 성장을 꾀하고 있다. 가정간편식(HMR) 신사업에도 본격 뛰어든다. 교촌이 보유한 브랜드 파워를 활용해 차별화된 제품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가공 소스를 개발하고 수제맥주를 결합해 HMR 부문에서 내수와 글로벌 시장을 함께 공략할 계획이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주춤했던 해외 사업도 재추진하고 있다. 지난 2월 싱가포르에서 프랜차이즈 계약을 맺은 데 이어 이달 10일에는 중동 9개국 진출을 위한 거점을 아랍에미리트(UAE)에 마련했다. 이번 계약을 통해 두바이에 1호점을 열고 중동지역 매장을 5년간 100개로 늘릴 계획이다. 세계적인 K푸드 열풍이 해외 사업의 기회가 되고 있다. 소 회장은 “2021년은 교촌의 해외 사업이 글로벌 시장 개척 단계에서 성장 단계로 접어드는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대기업의 DNA, 프랜차이즈에 심는다

소 회장은 교촌에 합류한 뒤 내부 체질 개선에 공을 들였다. 30년간 회사가 빠르게 성장했지만 일하는 방식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업무 속도를 올리고, 경영관리를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ERP 시스템(전사적 자원관리시스템)을 개선했다. 생산, 재무 등의 시스템을 통합하는 동시에 직급 체계도 단순화했다. 수평적 조직 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기존 6단계였던 직급을 담당, 책임, 수석 등 3단계로 조정했다. 소 회장은 “유연하고 민첩한 조직이 성장의 핵심”이라고 했다.

윤리경영과 나눔경영 등 대기업의 경영 DNA도 심고 있다. 교촌은 자산 2조원 넘는 상장사에 적용되는 감사위원회 설치 의무 대상이 아님에도 경영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상장 전부터 관련 기구를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 올해 준법경영부문을 신설해 내부 통제 및 준법 감시 체계를 구축했다.

“가맹점주와 소비자가 없었다면 지금의 교촌도 없었다”는 원칙으로 사회공헌 프로그램도 꾸준히 정비해왔다. 아동학대를 예방하고, 저소득층 아동의 식료품을 지원하는 ‘행복채움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교촌은 소비자가 치킨 한 마리를 구매할 때마다 20원을 본사가 별도로 적립해 사회공헌 기금으로 쓴다. 지금까지 441명의 학대 피해 아동의 심리 치료를 지원했고, 3468명의 저소득층 아동에게 식료품을 전달했다.

■ 소진세 회장은

△1950년 대구 출생
△1969년 대구고 졸업
△1977년 고려대 행정학과 졸업
△1977년 롯데쇼핑 입사
△2003년 롯데쇼핑 상품본부장
△2005년 롯데미도파 대표
△2009~2014년 롯데슈퍼 대표
△2010~2014년 코리아세븐 대표
△2014년 롯데그룹 정책본부 대외협력단장
△2017년 롯데그룹 사회공헌위원회 위원장
△2019년 교촌F&B 회장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