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PU 강자' 엔비디아, CPU 시장까지 넘본다…2023년 생산 목표
인공지능(AI) 반도체 분야 강자인 엔비디아가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넘어 중앙처리장치(CPU) 시장까지 진출하겠다고 나섰다. CPU 시장을 장악한 인텔에 도전장을 내민 것으로, AI 반도체 시장 영향력을 전방위로 확대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엔비디아는 12일(현지시간) 자사가 주최한 '그래픽 테크놀로지 컨퍼런스(GTC) 2021' 행사에서 데이터센터용 CPU인 그레이스(Grace) 개발 계획을 공개했다.

CPU와 GPU는 데이터센터의 AI·빅데이터 분석에 필요한 핵심 반도체인데, GPU는 엔비디아가, CPU는 인텔이 주도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현재 위치에 만족하지 않고 데이터센터용 CPU 시장까지 진출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엔비디아의 그레이스는 또다른 CPU 강자인 영국의 ARM 기술을 바탕으로 제작된다. 엔비디아는 작년 9월 ARM을 400억달러에 인수하기로 합의해 CPU 시장 진출을 예고했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클라우드와 슈퍼컴퓨터에서의 ARM 채택은 시작에 불과하다”며 “더 큰 성장의 기회가 있다”고 말했다.

엔비디아는 2023년말까지 그레이스 개발을 완료해 세계 데이터센터에 공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엔비디아의 GPU와 그레이스를 함께 사용하면 AI 연산 속도가 지금보다 최대 10배 증가할 것이라는 게 회사 설명이다.

엔비디아의 CPU 시장 진출 소식에 시장은 출렁였다. 뉴욕증권거래소에 따르면 12일(미국시간) 미국 나스닥에서 엔비디아는 5.6% 주가가 올랐다. 반면 인텔 주가는 4.2% 떨어졌다. 엔비디아 CPU 생산 계획이 인텔에 위협이 되리란 전망이 퍼진 것이다.

엔비디아는 ARM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자율주행차 시장 영향력 확대에도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회사는 이날 자율주행차용 칩(SOC) 신제품인 '엔비디아 드라이브 아틀란'을 공개했다. 드라이브 아틀란엔 엔비디아의 차세대 GPU 아키텍처와 ARM의 새로운 CPU 코어, 딥러팅 및 컴퓨터 비전 가속기가 집약됐다. 드라이브 아틀란은 현재 엔비디아가 생산 중인 '드라이브 오린'보다 데이터 연산 속도가 약 4배 빠르다고 엔비디아는 설명했다.

반도체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반도체 공급 부족 현상으로 굴지의 반도체 기업 간 경쟁과 합종연횡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며 "한국도 시스템반도체, AI 반도체 등 개척하지 못한 시장으로의 진출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