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투자자 협의체 '클라이밋 액션 100+' 주관…포스코는 호평
한전·SK이노, 글로벌 투자그룹 탄소중립 평가서 '낙제점'
한국전력과 SK이노베이션이 기후위기 대응을 주도하는 글로벌 투자 그룹 주관의 탄소중립 이행 평가에서 사실상 '낙제점'을 받았다.

전 세계적으로 투자·금융기관들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대한 압박이 커지고 있어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각국 기업과 정부의 대응이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기후 위기 대응 이니셔티브인 '클라이밋 액션 100+'는 최근 전 세계 산업부문 탄소 배출량의 80%를 차지하는 159개 기업을 대상으로 시행한 '벤치마크 지수' 평가 결과를 공개했다.

클라이밋 액션 100+는 블랙록,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 네덜란드 APG 등 국제적으로 영향력 있는 575개 기관 투자자들이 참여하는 기후행동 협의체다.

총자산 규모는 52조달러(약 5경8천500조원)에 달한다.

이 단체는 전 세계 석유·가스, 운송, 산업, 광업, 유틸리티 분야의 탄소 배출 상위기업 167개를 '포커스 기업'으로 정해 기후 위기 극복을 위해 노력하도록 압박하는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일례로 각 회사에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방안과 계획을 수립·공표하라고 요구했으며, 2030년까지 2010년 배출량의 45%를 저감하라는 압박을 지속해서 가하고 있다.

이번에 발표한 벤치마크 지수는 이런 활동의 일환으로 고안된 것이다.

각 기업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와 목표 달성 관련 자본 배분 계획의 적정성 및 이행 정도를 10개 지표로 구분해 평가하는 방식이다.

포커스 기업에는 국내 기업 중 한전, 포스코, SK이노베이션이 포함됐으며 해외 기업으로는 엑손모빌, BP, 로열더치셸, 셰브런, 월마트 등이 선정됐다.

국내 기업의 평가 결과를 보면 한전은 '2050년 탄소중립 선언'과 '장기·단기 온실가스 감축목표'가 부재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탈탄소화 전략'과 '자본 배분' 역시 명확하지 않은 것으로 평가됐다.

다만 '중기 온실가스 감축 목표'와 '기후정책 참여', '기후 거버넌스' 관련 활동은 일부 인정됐다.

SK이노베이션은 2050년 탄소중립 선언과 장기·중기 온실가스 감축목표, 탈탄소화 전략, 자본 배분 등 지표에서 활동이 부재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단기 온실가스 감축목표와 기후정책 참여, 기후 거버넌스 분야에서만 일부 노력이 인정됐다.

포스코는 국내 대상 기업 3사 중 유일하게 탄소중립 관련 전략 수립에 해당하는 3개 부문(2050년 탄소중립 선언·장기 온실가스 감축목표·중기 온실가스 감축목표)을 모두 이행한 것으로 평가됐다.

탈탄소화 전략과 자본 배분은 부재했으나 단기 온실가스 감축목표, 기후정책 참여, 기후 거버넌스는 일부 활동이 인정됐다.

클라이밋 액션 100+의 요구는 다소 까다로워 기업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지만, 이 단체의 국제적 영향력이 큰 탓에 아예 외면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황성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관련 보고서에서 "블랙록 등 글로벌 투자자들의 기후위기에 대한 적극적인 행동 요구는 국내 기업들의 RE100(사용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조달한다는 글로벌 캠페인) 참여 속도를 높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국내 기업들의 환경오염을 고려한 외부 비용 발생이 해외 기업들보다 많지만, 정부의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으로 탄소배출권 비용 등 환경 리스크가 낮아지면 장기적으로는 재생에너지 디벨로퍼(개발사업자)로의 전환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한전·SK이노, 글로벌 투자그룹 탄소중립 평가서 '낙제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