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가 코로나19 여파를 딛고 10년 만에 최대 분기 실적을 거두며 화려하게 부활했다. 올 1분기 1조552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려 2011년 2분기(1조7000억원) 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시장 전망치(1조3404억원)를 웃도는 ‘어닝 서프라이즈’다. 지난해 2분기 창사 이래 첫 영업적자(개별 기준)를 내는 등 충격적인 실적을 낸 지 1년여 만에 ‘강철 기업’의 명성을 회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펄펄 끓는 포스코, 영업이익 10년 만에 최대

시황 회복 따라 치솟는 철강 가격

포스코는 올 1분기 잠정실적을 집계한 결과 연결 기준 매출은 15조9969억원, 영업이익은 1조5520억원을 각각 올렸다고 12일 공시했다. 매출은 작년 동기 대비 9.9%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120% 늘었다. 포스코가 1조5000억원대의 영업이익을 낸 것은 2018년 3분기 이후 열 분기 만이다. 1조원대로 복귀한 것도 2019년 3분기 후 처음이다.

앞서 포스코는 2017년 3분기부터 아홉 분기 연속 영업이익 1조원대를 달성했다. 하지만 2019년 4분기 5576억원에 이어 지난해 2분기엔 코로나19 여파로 1677억원까지 급감했다. 개별 기준으론 108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1968년 창사 후 처음으로 적자를 냈다.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도 흑자를 거두며 강철 기업이라는 찬사를 들었던 포스코도 코로나19 충격을 이겨내지 못한 것이다.

포스코가 올 1분기에 ‘깜짝 실적’을 거둔 배경은 본업인 철강산업의 시황 회복에 따른 것이다. 세계 경기 회복에 따라 국내외 철강 수요가 늘어나면서 철강재 가격이 급등하고 있기 때문이다. 포스코가 별도 기준(철강 부문)으로도 올 1분기에 1조729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둘 수 있었던 이유다. 특히 자동차·가전 등에 사용되는 열연강판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포스코 열연제품 유통가격은 이달 초 t당 100만원을 돌파했다.

포스코는 철강재 수요가 크게 늘자 열연강판 가격을 올 들어 1월엔 t당 8만원, 2월과 3월엔 각각 10만원과 5만원을 잇따라 올렸다. 철강 수요가 급증하는 반면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면서 가격 상승세도 가파르다. 세계 1위 철강 생산국인 중국이 친환경 정책 강화에 따라 철강 생산량을 감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철강 부문 포트폴리오도 ‘한몫’

펄펄 끓는 포스코, 영업이익 10년 만에 최대
최정우 포스코 회장(사진)이 강조하는 포트폴리오 다각화도 깜짝 실적을 낼 수 있었던 또 다른 배경이다. 지난해 포스코의 비(非)철강부문 영업이익은 1조2678억원으로, 전체 연결 영업이익의 52.8%를 차지했다. 비철강부문 비중이 절반을 넘은 건 창사 후 처음이다. 2016년까지만 해도 철강부문의 이익 기여도는 90%에 달했다. 올 1분기에도 비철강부문은 전년 동기(2471억원) 대비 두 배 가까이 늘어난 4791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포스코는 자회사인 포스코에너지를 중심으로 액화천연가스(LNG)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식량사업의 밸류체인(가치사슬) 확장 및 미얀마 가스전 개발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포스코케미칼은 글로벌 2차전지 소재기업으로 부상하고 있다.

시장에선 포스코의 실적 호조가 올 연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세계철강협회는 올해 철강 수요가 전년 대비 4.1%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자동차 조선 등 전방산업도 올해 두 자릿수 성장률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올 하반기엔 주요 철강 제품의 가파른 가격 상승세가 완만해질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글로벌 경기 회복으로 자동차·조선·건설 산업 수요가 늘면서 견고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