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연세대·IBS컨설팅 개발

"우리가 C를 받을 줄이야
깐깐한 기준에 놀랐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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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평가모델에 대한 기대가 큽니다.” “ESG 등급을 높일 방법을 안내해주세요.”

글로벌 톱기업들과 비교…'한경 ESG 평가모델' 관심

한국경제신문과 연세대, IBS컨설팅이 지난 11일 공개한 업종 대표 기업의 ESG 등급에 대한 기업의 반응은 뜨거웠다. 한국 기업의 특수성을 반영한 ESG 평가모델에 근거한 등급이 나오자 각 기업에는 비상이 걸렸다. ESG 실무자들은 46개 평가 대상 중 절반이 C등급을 받을 만큼 냉정한 평가에 놀랐다며 등급을 올리기 위해 어떤 점을 개선해야 하는지를 집중적으로 물었다.

이번에 나온 ‘한국형 ESG 모델’은 국내 100대 기업 중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하는 46개사를 분석한 결과다. 글로벌 최고 기업을 기준점으로 놓고 이에 95% 이상 근접한 역량을 보유한 곳은 ‘A’, 80%대에 머물고 있는 곳은 ‘B’, 격차가 상당한 곳은 ‘C’로 분류했다. IBS컨설팅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ESG 경영에 나서고 있지만 글로벌 기업과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고 말했다. ‘ESG 등급 인플레이션’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온정주의적 평가가 이뤄지고 있는 기존 평가 방식과는 다른 차원의 잣대를 적용했다는 설명이다.

종합등급 A를 받은 기업은 세 곳에 불과했다. 글로벌 톱클래스 기업에 근접했다고 판단되는 곳만 A를 부여한 결과다. 업종별로 특성이 다르다는 점도 평가에 반영했다. 업종에 따라 다른 지표를 적용하거나 반영 비율을 조정하는 방식을 썼다. 주요 글로벌 평가기관도 한경과 똑같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은 업종별 기준표가 140여 개에 이른다.
한경 ESG 모델, 하반기부터 대상기업 확대
A 받으려면 세계 상위 5% 돼야…평가등급도 세분화 계획
E(환경) 부문에선 동일 업종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환경관리 역량을 보유한 실제 글로벌 기업을 기준으로 삼았다. 정보기술(IT) 업종에선 대만 파운드리 업체 TSMC, 화학 기업은 일본 도레이와 비교하는 식이다. 오염물질 배출과 관련해서는 매출 대비 배출량 지표를 활용했다. 친환경 기술을 선제적으로 도입한 기업일수록 좋은 점수를 받았다. 생산 공정에서 신재생에너지를 사용한 기업에도 가점을 부여했다.

S(사회) 부문 비교 대상은 동일 업종에서 모든 지표가 상위 5%인 가상의 국내 기업이다. 한국 사회에서 중시하는 △장애인 고용률 △최고관리자 중 여성 비율 △상근임원 중 여성 비율 △비정규직 비율 등을 비중 있게 반영한 것도 한경 ESG 평가모델의 특징으로 꼽힌다. 고용 다양성에 꾸준히 신경 써온 기업이 S 부문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는 의미다.

G(지배구조) 부문 비교 대상 역시 S와 동일하다. 종합등급 반영 비율은 E와 S보다 다소 낮다. 한국은 기업 지배구조의 하한선을 법률로 규정한 나라로 기업 간 평가가 크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중점적으로 반영한 요소는 ESG 전담부서 유무, ESG 관련 정보공개 노력 등이다. 최고경영자(CEO)의 보수를 산정할 때 ESG 등 비재무적인 목표 달성 여부를 반영하고 있는지도 들여다봤다.

업종별로는 은행과 건설업에서 등급이 낮게 나왔다. 글로벌 톱클래스 기업과 견줘보면 부족한 부분이 적지 않았다는 게 평가를 담당한 실무자들의 설명이다. 은행 업종의 경우 녹색채권 발행액, ESG 대출 등 실질적인 ESG 활동을 따지는 항목의 점수 차이가 컸다. IBS컨설팅 관계자는 “일부 은행이 ESG 상품으로 홍보하고 있는 소상공인 대출 등은 은행의 본업으로 판단해 ESG 활동으로 분류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번 조사엔 2019년 데이터를 활용했다. 한국경제신문과 연세대, IBS컨설팅이 개발한 ESG 평가모델을 알리고 타당성을 검증하는 것이 목적이다. 민간 기업에 대한 정식 평가는 2000년 ESG 데이터를 담은 지속가능보고서가 나오는 하반기에 이뤄질 예정이다.

정식 평가에선 평가 대상 기업을 ‘데이터가 있는 주요 상장사’로 확대하고 들여다보는 지표의 숫자도 늘릴 예정이다. A부터 C까지 3단계로 구분한 평가등급도 세분화할 계획이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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