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5년간 한국의 경제정책 불안정성이 주요 20개국 중 두 번째로 높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 같은 정책 불안정성이 기업의 성장과 투자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경제계에선 “경제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예측 가능성을 높여야 안정적인 경제성장이 가능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韓 '경제정책 불안정성' 주요 20國 중 2위
한국경제연구원은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주요 20개국의 ‘경제정책 불확실성 지수’ 변동폭을 바탕으로 경제정책 불안정성을 측정한 결과를 12일 공개했다. 경제정책 불확실성 지수는 스콧 베이커 미국 노스웨스턴대 교수 등이 개발한 지표다. 언론 보도에서 ‘경제 불확실성’ 관련 단어가 쓰인 빈도를 기초로 산출한다. 불안정성이 가장 높은 4개국은 영국, 한국, 브라질, 아일랜드 순으로 나타났다.

영국과 아일랜드는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협상으로 인해 불안정성이 높았다. 브라질은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 탄핵과 코로나19로 정치·사회적 혼란이 컸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한국의 경제정책 불안정성 값은 43.7로 경쟁국으로 꼽히는 독일(33.8), 일본(33.7), 중국(28.9), 미국(28.9), 프랑스(22.2)보다 높았다. 프랑스와 비교하면 두 배 수준이다. 조사 기간을 늘려 2006년부터 2020년까지 5년 단위로 측정한 결과 20개국 중 경제정책의 불안정성이 지속적으로 증가한 국가는 한국과 스페인뿐이었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독일, 프랑스, 일본, 미국 등 선진국들은 경제정책 불안정성이 낮아졌다가 올라가는 등 변화가 있었다”며 “한국과 스페인만 조사 기간 동안 정책 불안정성이 꾸준히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경제정책 불안정성이 높아지면 주가 상승률과 경제성장률이 하락하고 설비투자가 감소한다고 한경연은 분석했다. 구체적으로 경제정책의 불안정성이 10% 증가하면 주가는 1.6%, 국내총생산(GDP)은 0.1%, 설비투자액은 0.3% 감소했다. 한경연은 경제정책의 일관성이 부족하면 경제 주체인 기업과 가계는 투자 등의 중요한 경제 활동을 추진하기 어려워진다고 강조했다.

일관성 없는 정책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준 대표적 사례로는 지주회사 제도를 꼽았다. 한경연은 정부가 지주회사 제도를 금지했다가 허용·장려한 뒤 최근 다시 규제를 강화하면서 기업 경영과 지배구조의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주장했다. 또 부동산 정책에서도 임대사업자에게 각종 세제 혜택을 부여해 등록을 권장한 뒤 8개월 만에 세제 혜택을 축소하면서 주택 임대시장의 혼란이 가중됐다고 지적했다.

원자력발전 정책도 불안정한 경제정책의 주요 사례로 꼽혔다. 원전을 주력 발전원으로 삼았다가 국내에선 탈원전을 추진하고 해외 수출은 지원하는 ‘오락가락’ 정책이 산업 기반을 약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추 실장은 “경제정책의 일관성이 최대한 유지될 수 있도록 해 정책 불안정성이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