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서 위안화 송금 확 늘어난 이유 알고보니…

해외서 비트코인 싸게 산 뒤
국내 거래소로 옮겨와 되팔아
개당 1000만원 넘게 벌기도
사설환전소에 송금 수요 몰려
수수료 비싸지자 은행으로…
국내 은행에서 최근 열흘 새 원화를 중국 위안화로 바꿔 송금하려는 수요가 평소의 20배 이상으로 폭증했다. 은행권에서는 해외 암호화폐거래소에서 비트코인 등을 매입한 뒤 ‘김치 프리미엄’이 형성돼 높은 가격에 거래되는 한국에서 되팔아 차익을 얻는 중국인이 늘어난 영향으로 분석하고 있다. 차익거래 중국인이 급증하면서 시중 환전소에서 위안화가 모자라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다양한 차익거래가 발생했던 2018년 ‘비트코인 광풍’ 시기와 비슷한 양상이 벌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치 프리미엄' 치솟자 … 비트코인 차익 챙겨가는 중국인

7일 만에 위안화 송금액 전달 대비 8배↑
12일 은행권에 따르면 국민 신한 우리 하나 농협 등 5대 은행의 위안화 보수 송금액(외국인 근로자의 본국 송금액)은 이달 들어 지난 9일까지 7257만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3월 한 달 전체 송금액 907만달러의 8배가량 송금이 7영업일 동안 이뤄진 것이다. A은행의 송금액은 지난달 100만달러에서 이달 9일까지 910만달러로 9배 증가했다. 이 은행의 송금액은 1월 110만달러, 2월 60만달러에 불과했다. 이날 신한·국민은행은 각 지점에 암호화폐 관련 송금 처리를 중단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김치 프리미엄' 치솟자 … 비트코인 차익 챙겨가는 중국인

최근 위안화 송금 수요가 몰린 건 비트코인 차익거래 말고는 설명하기 힘들다는 게 은행들의 설명이다. B은행에서 외국인이 중국으로 송금한 규모는 지난달 250만달러였지만, 비트코인 김치 프리미엄이 20%를 넘어간 이달 6일엔 470만달러, 7일 580만달러, 8일 600만달러어치의 위안화 송금이 이뤄졌다.

최근 위안화 송금이 집중적으로 몰리는 지점은 서울 대림동과 인천, 경기 부천시 등 중국인 밀집지역이다. 국내 거주 중국인들은 이 지역에 있는 은행에 비해 수수료가 저렴한 사설 환전소를 주로 이용한다. 하지만 최근 비트코인 거래자금을 중국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몰리다 보니 사설 환전소의 송금용 환전 조건이 은행에 비해 나빠졌다. 이날 부천의 한 사설 환전소에선 100만원을 중국으로 송금할 때 5450위안을 보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나은행의 이날 기준 송금용 환율은 위안당 172.8원으로 100만원을 송금용으로 환전하면 중국에 5787위안을 보낼 수 있다.

평소 거래하지 않던 중국인들이 은행을 방문해 5만달러까지 송금을 요구하는 사례가 많다는 게 은행들의 설명이다. 외국환거래법에 따르면 개인 간 해외 송금은 5만달러 이내에서 서류 증빙 없이 구두 설명만으로 가능하다. 한국어를 하지 못하는 중국인 여럿이 한국어가 가능한 사람을 섭외해 본국 송금을 요구할 때도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1년에 중국 송금이 한 번 발생할까 말까 한 지점에서도 중국인 방문이 줄을 잇고 있다”고 전했다.
개당 1000만원 차익 노린 중국인들
중국인들은 한국만 유독 암호화폐가 비싸게 거래되는 김치 프리미엄 현상을 이용해 시세차익을 노린 것으로 분석된다. 몰타에 본사를 둔 바이낸스 등의 해외 암호화폐거래소에 돈을 보내 암호화폐를 상대적으로 싸게 매입한 뒤 가격이 높은 업비트나 빗썸 등의 국내 거래소에서 되파는 식이다. 국내 거래소에서 암호화폐를 매도하면 위안화가 아니라 원화로만 인출할 수 있기 때문에 은행에서 환전한 뒤 중국으로 송금하고 다시 비트코인을 사는 것을 반복하는 식이다. 이날 오후 3시30분 기준 비트코인은 업비트에서 7786만원인데 바이낸스에서는 6792만원 수준이다. 1.75%가량의 환전 수수료를 고려해도 개당 1000만원에 가까운 차익을 거둘 수 있는 셈이다. 김치 프리미엄이 50%를 웃돌았던 2018년에도 이 수법으로 1700억원을 환전해 수수료를 챙긴 환전상과 중국인이 적발되기도 했다.

은행들은 이런 수법을 막을 방법이 마땅치 않다고 지적한다. 한 시중은행 직원은 “법상 송금액이 5만달러 이상일 때 송금인은 송금 사유를 증빙하고 은행은 확인해야 할 의무가 있지만 은행이 모든 송금을 저지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박진우/김대훈 기자 jw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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