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서초사옥 입구 / 사진=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삼성전자 서초사옥 입구 / 사진=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글로벌 반도체 품귀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 미국 백악관이 12일(현지시간) '반도체 CEO 서밋'(CEO Summit on Semiconductor)을 화상으로 개최하는 가운데 19개 글로벌 기업들과 회의에 참석하는 삼성전자가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백악관 회의에 인텔·TSMC·GM 등 눈에 띄어


외신에 따르면 백악관의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과 브라이언 디스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이날 오후 백악관에서 반도체와 공급망 복원에 대한 화상 CEO 서밋을 주재한다. 지나 러만도 미 상무장관도 자리한다.

참석 기업은 삼성전자와 대만 TSMC, 구글 모회사 알파벳, AT&T, 커민스, 델 테크놀로지, 포드, GM, 글로벌 파운드리, HP, 인텔, 메드트로닉, 마이크론, 노스럽 그러먼, NXP, PACCAR, 피스톤그룹, 스카이워터 테크놀로지, 스텔란티스 등 19개사다. 우리 기업중 유일하게 초청을 받은 삼성전자는 현재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서 반도체 공장을 운영 중이다.

현재 반도체 칩 공급이 지연되면서 전세계적으로 자동차와 가전, 스마트폰 등의 생산이 차질을 빚고 있다. 미 당국자들과 기업인들은 미국의 일자리 계획, 반도체 및 기타 주요 분야에 대한 미국의 공급망의 복원력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를 논의한다고 백악관은 밝혔다.

설리번 보좌관은 성명에서 "반도체 부족은 바이든 행정부에게 시급한 경제와 안보 우선 순위를 보여주는 완벽한 사례"라며 "반도체 부족은 공장을 유휴 상태로 둬 미국 노동자들과 그 가족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은 공급난 해소를 위한 회의라고 내세웠지만 이면에는 중국과 반도체 패권을 경쟁하고 있는 상황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의도인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참석자와 미국의 요구에 대해 어떻게 대응을 할 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최시영 사장(파운드리 사업부장)이 회의에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에 투자 강화할 경우 중국과 껄끄러워질 수도

사진은 삼성전자 미국 오스틴 반도체 공장 전경.[사진=삼성전자 제공]
사진은 삼성전자 미국 오스틴 반도체 공장 전경.[사진=삼성전자 제공]
반도체 업계에선 국내 기업 중 유일하게 참석하는 삼성전자가 회의 종료 이후 어떤 '리액션'을 내놓을지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애초에 백악관이 회의를 소집한 목적에 맞춰 삼성전자가 일부 완성차 업체들과 협력을 통한 차량용 반도체 증산 계획을 발표하지 않겠냐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한발 나아가 삼성전자가 최근 고민해왔던 미국내 파운드리 신규 공장 투자와 관련한 최종 결정이 내려질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회의를 전후로 삼성전자가 미국 연방정부 혹은 일부 주정부와 협상을 통해 상당한 인센티브를 이끌어내고 이를 토대로 최종 투자 계획을 발표할 것이란 전망이다.

문제는 삼성전자가 백악관 회의에 참석한 이후에 신규 투자와 같은 방식으로 화답할 경우, 이를 지켜보는 중국과의 관계가 껄끄러워질 수도 있다는 우려를 배제할 수 없다. 미국과 함께 'G2'로 불리는 중국은 삼성전자 입장에서 중요한 시장으로 꼽힌다.

특히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사업에서 중국의 매출 비중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전체 중국 매출은 약 37조8067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약 16%를 차지했다. 삼성전자는 시안에 해외 유일 메모리 공장으로서 낸드플래시 팹을 운영하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과 '무역분쟁'을 벌여온 중국 입장에선 삼성전자가 바이든 행정부의 경제행보에 동조하려는 움직임을 불편하게 느낄 가능성이 있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백악관에서의 반도체 회의를 주재하는 담당자가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 브라이언 디스 NEC 위원장이라는 점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는 미국이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을 '안보'와 직결된 이슈로 바라보고 있다는 얘기다. 중국 정부도 무역분쟁을 벌여왔던 미국이 반도체 공급부족을 계기로 자신들을 배제한 채 공급망을 재편하려는 움직임에 삼성전자가 동조하는 것을 달갑지 않게 여길 것이란 설명이다.

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