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채무 감축 無계획 지적…코로나에 4월 국회 논의도 요원
5년 뒤 채무비율 70% 육박하는데…재정준칙, 넉달째 국회서 방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위한 확장적 재정정책 기조 속에서 우리나라 정부가 갚아야 하는 '나랏빚' 규모가 점점 늘어나면서 재정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지속가능한 재정을 운영하기 위해 '한국형 재정준칙' 도입 목소리가 힘을 받고 있지만, 정부의 법 개정안은 제출된 뒤 4개월째 제대로 된 심의 한 번 이뤄지지 못했다.

11일 국회와 정부에 따르면, 기획재정부가 지난해 12월 말 제출한 '한국형 재정준칙' 도입을 위한 국가재정법 개정안은 4개월째 국회 기획재정위에 계류된 상태다.

기재부가 발표한 재정준칙은 국가 채무의 빠른 증가 속도, 중장기 재정여건 등을 고려해 오는 2025년부터 매년 국가채무비율을 국내총생산(GDP) 대비 60% 이내, 통합재정수지는 GDP 대비 -3% 이내로 통제하는 것이 골자다.

하지만 여야는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재정의 적극적 역할을 위해 도입이 시기상조라는 입장과 정부 방식은 너무 느슨해 더 엄격한 준칙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각기 나뉘어 대립하고 있다.

기재위 수석전문위원도 법안 검토의견서에서 "재정건전화의 실효성을 제고할 수 있다"면서도 "인구구조 고령화 및 코로나19 등의 요인으로 인한 경기침체 등 변화하는 상황에 따른 국가재정의 유연한 대처를 어렵게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 방역 상황이 나아지질 않으면서 4월 임시국회 논의도 요원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기재위 관계자는 "코로나19 상황 때문에 4월 국회에서 논의할 타이밍이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5년 뒤 채무비율 70% 육박하는데…재정준칙, 넉달째 국회서 방치
재정준칙 논의가 표류하고 있는 가운데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는 점점 커지고 있다.

기재부의 '2020회계연도 국가결산'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중앙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상환 의무를 가지는 나랏빚, 즉 국가채무(D1)는 846조9천억원이다.

GDP 대비 44.0% 수준이다.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네 차례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 적극적인 재정 운용을 뒷받침하기 위해 국고채 발행, 부동산 거래 증가에 따른 국민주택채권 발행 등으로 1년 전보다 123조7천억원이 증가했다.

다만 기재부는 확장 재정으로 인한 국가채무 증가를 고려하더라도 우리나라의 재정건전성은 주요국 대비 양호한 수준이라고 설명한다.

2019년 기준 우리나라의 일반정부 부채(D2, D1+비영리공공기관 채무)의 GDP 대비 비율은 42.2%로, 미국(108.4%), 독일(68.1%) 및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10.0%)보다 낮은 수준이라는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지난 1월 전망치를 근거로 지난해 코로나19 위기 대응에 따른 재정수지 적자(-3.1%) 및 채무(D2) 비율 증가폭(6.2%포인트)도 주요국 대비 낮다고 강조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국가채무 증가 속도 등에 비춰 낙관론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염명배 충남대 교수는 "우리나라는 코로나 이전부터 매우 빠른 속도로 재정이 팽창해왔다"며 "사태가 끝난 후를 대비해 세계 각국이 코로나로 늘어난 부채를 감축하려는 재정정상화 계획을 세우고 있는데 비해 한국은 채무감축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박형수 K-정책플랫폼 원장도 IMF가 지난 7일 발표한 재정점검보고서(Fiscal Monitor Reports)를 근거로 "다른 나라와 달리 한국은 코로나19 대응을 명목으로 기초연금 인상,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등 복지 지출을 크게 늘렸기 때문에 코로나19 이후에도 재정 악화가 지속할 것"이라며 "특단의 재정 건전화 대책 없이는 한국의 재정 악화는 더 심각해질 전망"이라고 밝혔다.

IMF는 우리나라의 GDP 대비 일반정부 부채(D2) 비율이 지난해 48.7%에서 2026년 69.7%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렇게 되면 35개 선진국 중 24위에서 5년 뒤 19위로 올라선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