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언 안양대 교수의 「1분 마케팅」
경험소비와 행복감
전주언 안양대 교수

전주언 안양대 교수

“뭐? 하늘만 빙글빙글 돌다가 다시 돌아오는 비행이라고? 하다하다 별 게 다 나오네.”

무착륙 관광비행이 처음 소개되었을 때, 주변 지인들의 대부분은 해당 상품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내비췄다. 그렇게 비행기를 타서 얻는 것이 무엇이며, 쓸데없는 돈낭비가 아니냐는 의견들이 대부분이었다.

2020년 가을 부산에어를 시작으로 아시아나항공과 제주항공이 소개한 목적지없는 비행상품은 대부분이 예상했던 것과 다르게 많은 관심을 받았고,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던 국내 항공사들은 잠깐이나마 활력을 되찾을 수 있었다.

여기서 마케터들은 많은 사람들이 왜 시간과 돈을 들여가면서까지 무착륙 관광비행을 하려는지 그 이유를 알아야 한다. 필자는 경험소비(experience consumption)와 행복감(happiness) 간의 관계를 통해 이를 설명할 수 있다고 본다.

경험소비는 경험 그 자체가 소비의 목적이자 대상인 소비활동이다. 즉 경험 자체를 즐기는 것이 목적인 소비 유형이 경험소비다. 마케팅과 소비자학 분야에서는 이러한 경험소비는 재화소비보다 더 큰 행복감을 제공한다고 보고 있다. 제품을 구매하고 소유하는 것보다 경험소비가 더 큰 행복감을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것이다.

첫 비행기를 탔을 때 느꼈던 설렘, 흥분, 그리고 약간의 긴장감을 떠올리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여행과 같은 경험재는 감각적 즐거움과 환상을 강조하기에 여행을 하는 동안 우리는 행복감을 느끼는 것이다.
목적지없는 비행을 위한 에어부산 전세기 신청(airbusan.com)

목적지없는 비행을 위한 에어부산 전세기 신청(airbusan.com)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여행에 대한 갈증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실제로 ‘코로나’와 ‘여행’을 키워드로 검색해보면, ‘즉흥여행’, ‘분노여행’, 그리고 ‘충동여행’ 키워드가 함께 노출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사람들은 여행이라는 경험에 대한 갈증이 상당하다는 것을 엿볼 수 있는 현상이다. 코로나블루로 인해 많은 사람들의 주관적 행복감이 낮아진 요즘, 목적지없는 비행에 대한 관심이 왜 높았는지 알 수 있다.

여기서 이러한 질문을 던진다. 코로나19가 종식되면 예상되는 충동적 여행이 사람들에게 마냥 행복감만을 느끼게 해줄까? 필자는 그렇지 않다고 본다. 충동적 여행은 비계획적 소비이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죄책감을 유발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2019년 필자가 국내 마케팅 조사업체에 의뢰해 충동적으로 여행을 다녀온 경험이 있는 패널들을 대상으로 조사해본 결과 대부분의 응답자들은 즐거움과 죄책감을 동시에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여행으로 인한 즐거움이 충동적 소비로 인해 생긴 죄책감을 상쇄시키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무착륙 관광비행(hankyung.com/economy/article/202103306579i)

무착륙 관광비행(hankyung.com/economy/article/202103306579i)



행복감은 주관적이며 정서적 감정에 속하기에 계량적으로 측정하는데 한계가 있다. 합리적 관점에서 봤을 때, 목적지없는 비행은 돈과 시간을 낭비하게 유도하는 상품일 수 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경험했던 부정적인 감정들을 잠시라도 해소할 수 있다면 목적지없는 비행은 괜찮은 선택이 될 수 있다.

우리는 알고 있다. 코로나19가 언젠가는 종식될 것이며, 그와 동시에 목적지없는 비행상품도 언젠가는 없어질 것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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